아시아나에 역제안 던진 정몽규 HDC회장…협상력 극대화 포석?
김현미 장관·이동걸 회장 인수의사 요구에도 진척 없어
"인수의사 표현 대신 재실사 요구, 꽃놀이패는 여전히 정 회장이 쥐고 있어"
공개 2020-07-27 16:38:16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정몽규 HDC(012630)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인수를 설득했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당부에 화답하지 않았다. 대신 아시아나항공 점검 수준을 재실사하겠다고 제안했다. 투자은행(IB) 업계 전문가들은 HDC그룹이 매수자 우위의 상황을 활용해 어떤 결정이든 내리더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26일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은 "금호산업(002990)과 아시아나항공에 다음 달 중순부터 12주 정도 동안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들의 재실사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라는 사실을 밝혔다. 재실사 요청 사항으로 기존에 지적한 재무적인 문제 이외에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투자손실과 포트코리아 런앤히트 사모펀드를 통한 계열사 부당지원의 문제의 확인 요청 등을 추가했다. 
 
출처/HDC현대산업개발, 산업은행. 뉴시스. 제작/IB토마토
 
하지만 '진정성을 보여달라'라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요구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HDC현산은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정상화와 국제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라는 원칙적인 수준의 입장만 표현했다. 
 
이에 대해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은 HDC그룹이 인수 의사가 커지진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IB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 대해 모두가 의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실사 요구는 의구심을 증폭시키기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국적항공사를 인수할 기회는 살면서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라면서도 "하지만 HDC가 가치 없는 빈털터리 회사를 인수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 HDC는 우리나라 제 1의 항공사가 될 각오로 각오로 대한항공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진실성'이 의심받고 있으면서도 HDC현산이 재실사를 요구하는 배경은 협상력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아시아나 딜은 사려는 쪽(HDC)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면서 "거래 과정에서 협상력을 활용하는 것은 전략을 잘 짜는 것"이라며 협상 관점에서 재실사 제안은 충분히 칭찬받을 행동으로 판단했다.  
 
HDC현산의 재실사 제안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 모두 쉽게 수용하기 어렵다. 인수를 하지 않을 경우, 향후 소송에서 불리한 상황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HDC가 재실사를 통해 '코로나 19로 인한 불가항력' 혹은 '인수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의 근거를 찾아내 인수를 철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HDC현산의 이번 제안에 대해 IB전문가들은 최근 바꾼 법무법인의 솔루션이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HDC그룹은 최근 법률자문사를 김앤장으로 교체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재실사 제안은 김앤장의 전형적인 방식"이라면서 "당사자들 입장에서 테크니컬 한 변두리 이슈처럼 보이지만, 김앤장 변호사들은 쟁점의 구석에 있는 걸 찾아내 쟁점화시켜 상황을 유리하게 만드는데 능하다는 걸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