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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 전쟁' 일단락되나…NDA 맺고 협상 중
'K-배터리 동맹'가능성 한결 높아져…국가 차원 '호재'
공개 2020-07-24 17:39:06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글로벌 완성차까지 가세한 SK이노베이션(096770)LG화학(051910)의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이 막바지에 들어간 모양새다. 장기전 기류로 흘렀던 소송전은 판결이 아닌 법적인 효력이 있는 합의에 들어가며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이로써 'K-배터리 동맹'은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24일 재계의 유력 관계자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배터리 소송전과 관련해 NDA(비밀유지협약)를 맺고 합의(Settlement)에 들어갔다"면서 "법적인 의미의 협상은 이제 막 초기 단계"라고 전했다. 
 
사진/뉴시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사이의 이른바 '배터리 소송전'은 단순히 기업 간 법정 공방이 아니었다. 정부 차원에서 화해를 권할 정도로 국가 경제에 영향을 주는 소송전이었다. 
 
하지만 양사는 갈등의 골이 깊어 국내외에서 1년 이상 법적 다툼을 벌였다. 시작은 LG화학이었다. 지난해 4월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영업 비밀 침해를 이유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지난해 9월에는 LG화학이 특허침해를 이유로 미국 ITC와 델라웨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이 소송을 미국 ITC에 제기한 배경에 대해 인수합병(M&A) 법률자문 관계자는 "양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보니 국내에서 소송을 할 경우 진행도 더딜 뿐더러 재판 과정에서 변수가 클 수밖에 없었다"라면서 "LG화학이 유의미하게 소를 제기하기 위해 미국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미국에만 소를 제기한 건 아니었다. LG화학은 지난해 5월 서울지방경찰청에 산업 기술 보호법 등 위반 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고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6월 국내에서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대응했다.  
 
상황이 격화되자 정부가 중재를 권하기도 했다. 지난 9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양 기업들이 외국에 있는 법정에서 다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서로 보다 더 건설적인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산업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양사는 소송을 진행했다. 소송의 무대는 주로 미국 ITC였다. ITC 재판 과정에는 각자의 증거를 수집하는 절차(Discovery)가 있는데, LG화학은 이 과정에서 승기를 잡았다. 결국 지난 2월 ITC는 소송 예비결정에서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를 판결 내렸고, 사실상 LG화학은 배터리 소송 전의 승자가 됐다. SK이노베이션은 ITC에 재검토 요청을 했고, ITC는 이를 받아들이며 전면 재검토한다고 했지만,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된 영업비밀 취소 소송에서 예비결정이 뒤집어진 사례는 전무했다. 
 
상황이 급한 쪽은 SK이노베이션 측이다. 10월 ITC의 최종 판결이 나올 경우, SK이노베이션은 구체적인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양사 관계자들의 수면 아래 대화는 지난달부터 꾸준히 이뤄졌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합의에 들어감에 따라 'K-배터리 동맹' 가능성은 한결 높아졌다. 특히 2차 전지 분야는 문재인 정부가 후반기 주요 국정과제로 발표한 '그린 뉴딜'의 핵심사업으로 꼽힌다. 
 
양사가 배터리 소송전과 관련해 합의에 들어갔다는 사실에 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측은 "소송 관련 진행 사항은 확인해 줄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