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보 실적 버팀목 '투자영업이익', 부메랑 돼 돌아올까
작년 하반기 채권매각 늘리며 투자영업이익 개선
미래 이자수익 감소, 투자이익 기저효과 우려도
공개 2020-07-29 09:3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DB손해보험(005830)의 실적을 이끌었던 투자영업이익이 외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DB손해보험은 업계 평균 대비 우수한 운용자산이익률을 통해 안정적인 투자영업이익을 기록 중이지만 투자영업이익 증가의 근거 중 하나로 단기적인 처방인 채권매각이 꼽힌다. 이로 인해 향후 발생한 채권 이자수익이 감소하거나 채권 미매각 시 투자영업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DB손해보험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91%로 전년 대비 0.6%p 상승했다. 올 3월 말 기준 운용자산이익률은 3.51%로 같은 기간 손해보험업계 평균 운용자산이익률 3.35%를 웃돌았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투자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7.4% 늘어난 1조3687억원을, 올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4.7% 증가한 3248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의 경과손해율이 상승하면서 보험영업 적자가 2018년 3283억원에서 8564억원으로 2배 이상 확대됐음에도 증가한 투자영업이익을 바탕으로 실적을 방어했다.
 
DB손해보험은 수익증권과 해외유가증권 투자를 늘리는 적극적인 자산운용 전략이 양호한 운용자산이익률로 이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의 2019년 말 기준 안전자산 비중은 28%로 경쟁사인 삼성화재(000810) 40.6%, 현대해상(001450) 38.2%, KB손해보험 42.7%, 메리츠화재(000060) 42.5%보다 10%p 이상 낮았다. 올해 1분기 안전자산 비중은 지난해 말보다 더 떨어진 27.2%다.
 
더구나 최근 인사를 통해 정경수 자산운용부문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힘을 싣고 있다. 국내 손해보험사 중 사장급이 자산운용 부문을 이끄는 것은 최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채권매각이 DB손해보험의 우수한 운용자산이익률의 근거가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DB손해보험은 매도가능증권 처분이익은 3981억원으로 전년보다 113% 증가했다. 올 1분기는 6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9% 늘었다.
 
보험회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장기적으로 금리 추세를 따르지만 금융자산처분 이익에 따라 단기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는 채권매각이 금융자산처분이익 확대로 이어지면서 운용자산이익률이 상승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매도가능증권을 보유하고 있을 때는 관련 손익이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처분을 하면 순이익으로 잡히기 때문에 지난해 보험사들은 실적 방어를 위해 채권을 적극적으로 매각해왔다. DB손해보험의 경우도 3분기부터 채권매각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018년 3분기 매도가능증권 처분이익은 606억원, 4분기는 636억원이었는데 2019년 3분기에는 1189억원, 4분기는 1713억원으로 각각 96.2%, 169.3% 급증했다.
 
 
 
문제는 채권매각 이익이 미래의 수익을 담보로 한다는 데 있다. 추후 수익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보험회사 운용자산이익률 상승 현상과 시사점’이라는 리포트를 통해 “채권 보유를 통해 이자수익을 적정하게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저금리가 지속되는 환경에서 금융자산처분을 확대할 경우 향후 이자수익 감소 규모가 커질 수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채권매각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채권매각이 단기효과인 만큼 이것이 사라졌을 때의 충격은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DB손해보험의 2분기 실적을 전망하면서 “보험영업이익 개선과 투자영업이익 방어로 두 자릿수 증익을 전망한다”면서도 “하반기에는 채권매각 규모 감소로 투자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DB손해보험은 양호한 운용자산이익률은 수익증권과 해외유가증권 투자 성과 때문으로 채권매각의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등 타사에 비해서는 채권매각 이익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라며 “해외투자 등에서 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