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최대주주 조현범 사장, 경영권 승계 수순형인 조현식 부회장보다 '경영 능력' 호평 알려져조 사장, 실적·실형 부담에 인색했던 주주친화정책 주목
조현식 부회장(왼쪽)과 조현범 사장. 출처/한국테크놀로지그룹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161390)지 사장이 그룹 지주회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주주 자리를 꿰차면서 차남의 경영권 승계가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형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과 이른바 '형제의 난'을 예측하고 있으나 재계에서는 '경영 능력' 측면에서 조 사장의 승계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조 사장이 횡령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받은 복잡한 상황을 고려하면 원활한 승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복안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 등 주주들의 향배와 더불어 2400억원이 넘는 지분 매입 자금 등을 위한 적극적인 주주친화정책에 시선이 몰린다. 1000억원의 배당 가능성이 불거지는 배경이다.
8일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차남 승계는 앞으로 그룹을 이끌어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덕목인 경영 능력 측면에서 이미 예상했던 결과"라며 "조 사장은 타이어 본업에만 치중하지 않고 사업 다각화 등 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에 조 부회장보다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일례로 투자홍보(IR) 프레젠테이션 자리에서도 조 부회장보다 논리적으로 더 설득력 있게 설명한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은 지난달 26일 보유하고 있던 지주회사 지분 전량인 2194만2693주(23.59%)를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넘겼다. 조 사장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율은 19.31%에서 42.9%로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현재 조 부회장이 19.32%, 차녀인 조희원 씨가 10.82%, 장녀인 조희경씨가 0.83%의 지주회사 지분을 각각 가지고 있다. 조 사장을 제외한 삼남매의 지주회사 지분을 합하면 30.97%에 달한다. 하지만 지분율 격차가 커 분쟁의 소지는 사실상 적어 보인다는 게 재계 안팎의 의견이다.
출처/삼성증권
물론 오너가 지분 외 최대지분을 가진 국민연금 지분(6.24%)까지 확보하게 되면 37.21%까지 지분율이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시나리오 역시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것이고 국민연금이 조 부회장의 편에 서기 위한 명분은 낮아 보인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민의 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경영 능력으로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는 오너 쪽에 서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재계에서는 조 사장을 일찌감치 그룹 후계자로 주목했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신사업 추진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타이어에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사명을 바꾼 것도 조 사장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본업인 타이어에서 자동차 부품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2015년 한온시스템(018880) 인수도 조 사장의 작품으로 전해진다. 조 사장은 한온시스템 인수 이후 이사회 멤버로 참가해 경영 전반을 살펴봤다. 반면 조 부회장은 올해 초 신사업 추진과 공격적 인수합병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리스크 낮추기가 관건이다. 따라서 잡음 없는 '차남 승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 등 주주들의 설득을 위한 친화정책을 꼽을 수 있다. 조 사장은 횡령 혐의로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달 2심 재판 결과를 앞두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사업회사의 실적정상화와 주주친화정책 강화 외에 외부주주를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 5년간 배당성향은 10%로 자동차 업종 내 대기업 평균 30% 대비 낮았다"라고 분석했다.
높은 배당성향은 지분 자금 매입에도 숨 통을 트여줄 전망이다. 조 회장이 조 사장에게 매각한 주식 전량은 당일 종가(1만1150원) 기준으로 2446억6102만원으로 추산된다. 개인 자금 외에 보유 중인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푼이라도 끌어모아야 하는 조 사장 입장에서 배당성향을 올리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게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보인다. 올해 3월 말 기준 지주사(31%)와 조 회장(6%), 조 사장(2%)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지분을 39% 갖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실적 전망. 출처/DB금융투자
전문가들은 기존보다 2배 이상 배당성향을 올려도 재무구조상 문제가 없다는 진단이다. 금액으로는 1000억원 수준이다. 실제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해마다 400억~500억원 수준의 배당금을 지급해왔다. 배당성향은 2018년 10.7%, 2019년 16.2%였으며 배당수익률(배당액/시가총액)은 2018년 1.9%, 2019년 2.3%로 집계됐다.
이재용 파인드어스 교육본부장(회계사)은 “연결 당기순이익이 2018년 5300억원, 2019년 4300억원 정도 였으니 배당은 2배 정도 해도 큰 무리는 없다”라며 “#현대차의 경우 배당수익률이 4% 수준인데 한국타이어의 경우 2%로 상향 여지가 충분하다"라고 진단했다. 2019년 기준 현금 및 현금등가물은 8780억원으로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주사에 대한 높은 브랜드로열티를 낮췄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기존 매출액 대비 0.75%를 지불하면서 국내 사업회사-지주사 브랜드로열티 비용 지불 가운데 가장 높았다. 올해는 0.5%로 하향하면서 150억원 가량의 이익증가 효과가 기대된다. 배당 성향 상향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관계자들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공시 외에는 아는 바가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실제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4일이 지나서야 알렸다. 보통 당일 이뤄지는 것에 비해 이례적이다. 또 배당 성향 상향에 대해서는 “중간배당은 한 적이 없고 매년 4월 주주총회 시기에 배당을 시행하는데 상향 여부는 좀 앞서 나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