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로 세상보기
사내유보금의 올바른 이해와 적정 유보금 논란
공개 2020-07-10 08:30:00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1000조원 사내유보금 기업들, 법인세 깎아주면 그 돈 쓰일까"
“'코로나19 위기' 대형항공사, '사내유보금'도 말랐다”
 
첫 번째 신문기사 제목은 30대 대규모기업집단의 사내유보금이 957조 원이라는 것과 관련된 것이고, 두 번째 신문기사 제목은 코로나19로 인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라는 것과 관련된 것이다.
 
사내유보금은 재무상태표의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의 합이다. 자본잉여금은 주식을 액면가액보다 초과해서 발행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잉여금 등 자본거래에서 발생하는 잉여금이고, 이익잉여금은 이익에서 배당 등으로 처분하고 남은 금액을 말한다. 
 
첫 번째 기사는 2019년말 재무제표에서 30대 대규모기업집단의 사내유보금이 957조원이지만 법인세를 깎아준다고 해도 대기업들이 투자를 늘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법인세율 인하가 투자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논란은 논외로 하고, 첫 번째 기사제목은 적절한가? 이는 사내유보금과 회사의 현금 등 유동성 자산을 혼동해서 잘못 지적한 것이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는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혼동하는 오류를 자주 본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100억원의 이익이 발생해서 20억원을 배당하고, 나머지 80억원으로 기계장치를 취득하였다고 하자. 이때 재무상태표에 이익잉여금은 이익에서 배당을 차감한 80억원으로 기록되고, 기계장치라는 유형자산 80억원이 증가한다. 이때 이 기업의 사내유보금(이익잉여금)이 80억원이 있으니, 이를 종업원에게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지적은 적절한가? 이 기업은 사내유보금 80억원으로 투자를 위해 기계장치를 취득하였으므로 당연히 현금은 0원이고, 따라서 나누어줄 현금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종업원에게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지적을 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왜 이런 오류가 발생할까?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를 잘 못 이해해서 기업이 사내유보금만큼 현금을 갖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첫 번째 기사처럼 지적하려면 사내유보금이 아니라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나 단기간 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예금이나 유가증권 등이 너무 많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2019년 말 삼성전자(005930)의 사내유보금은 176조원이지만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조원이고, ‘단기금융상품’은 26조원이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단기간 내에 이용가능한 자산은 28조원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즉, 사내유보금 176억원이 아닌 유동성 자산 28조원이 너무 많다고 지적해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대형항공사의 사내유보금도 말랐다는 두 번째 신문기사도 항공사에서 손실이 많이 발생하여 이익잉여금이 아니라 ‘이월결손금’이 있다는 내용을 사내유보금이 말랐다고 잘 못 지적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아시아나항공의 경우에 사내유보금이 말랐다(즉, 이월결손금이 존재한다)는 것을 지적하기보다는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4조원)에 비해 1년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1조원)이 적어서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 적절하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오해는 정부에서도 있었다. 2015년부터 적용되었던 ‘기업소득환류세제’의 경우에 처음에는 사내유보금 전체에 대하여 과세하려고 하였으나, 오류를 인식하고 당기소득의 일정액 중에서 투자나 임금증가, 배당 등에 사용하지 않는 금액에 대하여 과세하는 것으로 바뀌어 시행되었다. 기업소득환류세제 자체에 대한 찬반 논란은 논외로 하고, 과세하더라도 과거부터 쌓여온 사내유보금 전체에 대하여 과세하면 안 되고, 당기의 이익 중 일부에 대하여 과세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사내유보금 논란에서 보듯이 일상생활에서는 회계용어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회계용어의 잘못된 이해는 잘못된 정책이나 엉뚱한 비판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앞으로는 회계용어의 올바른 이해를 통해 불필요한 오해나 논란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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