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발 LNG 잭팟?…돈 줄 더 말라 속타는 삼성중공업
100척 수주에도 뜯어보면 한해 6척 내외 수준
10분기 연속 영업손실에 운전자금 증가 부담
구원투수 남준우 사장, 2018년 취임 이후 적자행진
공개 2020-07-07 09:30:00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출처/삼성중공업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삼성중공업(010140)이 100척 규모의 카타르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수주 소식에도 조여진 돈 줄은 좀처럼 풀어지지 않고 있다. 실제 계약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대감만 커졌다는 얘기다. 특히 실적 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운전자금 부담이 커지며 현금흐름의 변동성을 높이고 있어 재무안정성에 대한 불확실성은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3일 조선업계 관계자는 "주요 언론을 중심으로 카타르 대규모 수주에 대한 기대감 섞인 전망을 내놨으나 실제 업계 내부에서는 담담하다"면서 "지주회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현대중공업그룹과 최근 실적 반등에 더해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으로 한숨 돌린 대우조선해양과 달리 삼성중공업은 그룹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돈 줄이 말라가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카타르 국영석유회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은 지난달 국내 빅3 조선사(현대중공업그룹,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042660))와 대규모 LNG선 발주 권리를 보장하는 약정서를 체결했다. 사업 금액은 700억리얄(약 23조6000억원)이다. 추후 프로젝트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최대 5년간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가봐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냉정하게 보면 23조원가량의 수주가 실제 100% 이뤄진다고 해도 빅 3가 나눠야 하는 것이고 5년간 나눠서 수주를 하는 셈이어서 실제 각 업체에 할당되는 척수는 한해 6척 내외로 실적 반등을 운운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추가 수주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조선업 침체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한해 70억 달러는 수주를 해야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NH투자증권
 
조선 빅 3 가운데 삼성중공업은 상대적으로 더 비관적이다. 구원투수로 낙점된 남준우 사장 역시 2018년 취임 이후 적자에 빠진 삼성중공업을 살리는 데 힘을 쏟고 있으나 쉽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에 적자를 내면서 10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조82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3% 증가했지만 47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6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영업손실 규모가 1조7451억원에 이른다. 
 
영업손실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재무건전성도 악화됐다. 삼성중공업의 작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전년보다 60% 감소해 384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총차입금은 같은 기간 2조9147억원(2018년)에서 3조8667억원(2019년)으로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2017년 138%, 2018년 111%, 2019년 159%, 올해 1분기 180.5%로 상승했다. 수주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버티고 버티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부족해진 운전자금 추이에 주목했다. 삼성중공업의 운전자금은 2018년 -201억원, 2019년 -3918억원에서 올해 1분기 기준 -6562억원으로  나타났다. 실제 2~3년 후 자금이 완납되는 헤비테일 방식을 버티기 위해서는 더 많은 운전자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연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최근 수년간 회사의 현금흐름은 영업수익성 및 운전자금 등락에 높은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2019년 이후 헤비테일 입금조건의 상선 건조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3분기 인도예정이던 해양시추 설비 2기의 계약해지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 가중, 엔스코와의 소송 중재 합의금(2억 달러)과 벌금 지출 등으로 현금흐름이 재차 제한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현금이 돌지 않는 상황에서 올해 수주실적은 부진하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6월까지 따낸 수주액은 5억 달러다. 올해 목표치(84억 달러)의 6% 수준에 그친다. 하반기 역시 업황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올해 수주목표 달성은 갈수록 요원해지고 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