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타는 유료방송 M&A…핵심은 '가격 눈높이'
매수자 우위 시장, 가격 협상력 이통 3사에 있어
공개 2020-07-06 09:3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중소형 유료방송 3사가 인수합병(M&A) 판에 매물로 등장한 가운데 4위 딜라이브와 5위 CMB, 6위 현대에이치씨엔(126560)(현대HCN)은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매각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 정부도 족쇄를 풀며 M&A의 불씨를 당기고 있어 현재 통신사 중심의 유료방송 M&A는 거래가 이뤄지기 더없이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 투자은행(IB) 업계 전문가들은 유료방송 M&A의 마지막 남은 장벽은 '가격 눈높이'라고 꼽았다. 
 
 
 
2일 IB업계 관계자는 "이통 3사 모두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매물로 나온 기업을 인수할 필요는 있지만, 꼭 필요하진 않다"라며 "대동소이한 기업이 매물로 나온 부분도 고려할 때 딜 성사의 관건은 가격"이라고 유료방송 인수전을 진단했다. 
 
유료방송 인수전은 사실상 매수자 우위 시장(Buyer's Market)이다. 매수자 우위 시장인 까닭은 재무적투자자(FI)들의 무관심이 크다. KT(030200), SK텔레콤(017670)(SK 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032640) 등 이통통신 3사 말고 다른 인수 후보가 없다. FI가 무관심한 기저에는 '전통 미디어의 쇠퇴'가 자리 잡고 있다. 
 
21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매스 미디어(Mass Media)'의 시대였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스마트폰이 일상 속에 완전히 자리 잡으며 전통미디어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또한 유튜브, 아마존, 넷플릭스 등 OTT(Over The Top) 영향력이 커지며 유료방송 시장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앞으로 OTT영향력 확대와 유료방송 송출 사업의 시장지배력 약화가 동시에 진행될 공산이 크다. 이는 대형 유료방송 3사에 콘텐츠 확보란 숙제를, 중소형 유료방송 3사 최대주주에겐 '매각'이란 숙제를 줬다. 
 
정부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인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2일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현재 방송법상에서 특정 사업자가 유료방송 시장의 3분의 1(33.33%)을 넘지 못하도록 한 점유율 규제를 폐지하기로 하고, 유료방송사업자간 M&A를 촉진하기 위해 기업결합 심사도 간소화했다. 강력한 규제를 받던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 간 M&A가 급물살을 탈 수 있게 된 것이다. 
 
중소형 유료방송 3사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6일 현대HCN은 임시주총을 열고 분할계획서 승인 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현대HCN은 향후 현대퓨처넷(존속법인)과 현대HCN(신설법인)으로 구분된다. 분할 기일은 11월1일이다. 새 주인을 맞이할 채비를 한 셈이다. 
 
CMB는 수의계약으로 매각할 방침을 표현했다. 김태율 CMB 대표는 19일 케이블 업계 CEO 간담회에 참석해 "프라이빗 딜로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딜라이브는 가격표를 바꿔달았다. 자회사 IHQ에 속한 엔터 사업 부문의 영업권을 전액 상각시켰다. 스스로 엔터 사업 부문의 미래 가치를 매우 부정적으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딜 관점으로는 자산의 과다계상 이슈를 사전에 차단하는 기능이 있다. 유료 방송 산업에 정통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M&A를 위한 몸집 슬림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유료방송 3사도 점유율 '확대'란 숙제가 있다. 한 번에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M&A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M&A가 될 만한 환경은 조성됐기에 현대HCN, 딜라이브 모두 딜은 성사될 것"이라면서도 "가격만 남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샀을 때처럼 높은 가격을 써낼 가능성은 떨어진다. 그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할 때 비싸게 인수했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이번 M&A에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밸류"라고 평가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