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드러내는 '롯데 온라인사업'…롯데온, 두달 만에 계륵 될라
롯데쇼핑 여러 사업 부문에서 온라인사업 놓고 이해관계 상충
롯데쇼핑 "원 CEO 체제로 의사결정 효율 단축 가능"
공개 2020-07-03 09:30:00
[IB토마토 윤준영 기자] 롯데그룹이 야침 차게 롯데온을 출범시키며 온라인사업 강화를 통한 유통부문 쇄신을 꽤 하고 있지만 한계가 노출되며 기대감이 꺾이는 모양새다. 롯데쇼핑(023530) 내 각 사업부문별로 온라인사업에 대한 이해관계가 상충되며 사업 진행은 예상과 달리 더디기만 해 이러다 롯데온이 계륵이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후발주자인 롯데온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30일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지난 4월 말 내놓은 유통 플랫폼 ‘롯데온’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점이 2.1로 나타났다. 앱스토어 게시판에는 “몰이동이 오류가 난다”, “스마트픽은 작동이 안 된다”라는 등의 고객 평가가 올라오며 냉랭한 기류가 감돈다.
 
 
 
롯데온은 롯데그룹의 7곳 유통계열사가 한 데 모여 만든 통합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실상 롯데그룹 온라인사업의 출시작으로 꼽힌다. 두 달이 지난 지금 출시 시점보다 앱 구동이 훨씬 원활해졌지만 아직까지 후발주자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온라인사업을 두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커머스사업 강화를 위해 직접 롯데쇼핑의 강희태 대표와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을 통해 챙겼지만 롯데온 출범 당일 오후까지 접속이 안 돼 크게 실망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롯데쇼핑 내부에서 합의가 안 돼 의사결정이 더딘 점이 걸림돌”이라고 평가했다.
 
롯데쇼핑은 롯데온을 통해 2023년까지 온라인 거래액 23조원을 넘기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지난해 기준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의 온라인 거래액이 총 10조7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회사 쿠팡은 거래액이 대략 연간 18조원 규모다. 롯데온 구축에 현재까지 3조원을 투입한 만큼 확실한 투입 대비 효과를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롯데온을 두고 롯데쇼핑 내부에서 의견 일치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마트나 슈퍼, 롭스 등 사업부문 수장들과 이해상충 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롯데온은 롯데쇼핑의 이커머스사업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2018년부터 강 부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지시를 받아 초기부터 키워왔던 조직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전사적으로 온라인사업을 강화하기 전부터 계열사들이 자체적으로 온라인화를 한때 추진한 적이 있었다”라며 “하지만 기존 실무진들의 반발이 심해 무산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사업부문 수장을 맡고 있는 경영진들이 ‘온라인 DNA’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롯데쇼핑 사업부문 사이의 의견이 합치되지 않는 데는 각 사업부문별 실적이 수년 째 저조한 탓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백화점과 하이마트를 제외하면 대부분 수년째 손실을 보고 있어, 롯데온으로 대표되는 온라인사업에 힘을 실어줄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롯데마트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수백억원가량의 영업적자를 내왔고, 슈퍼부문 역시 2017년 46억원, 2018년 621억원, 2019년 1038억원의 손실을 냈다. 헬스앤뷰티(H&B)스토어 롭스 역시 영업사정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롯데온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경우 롯데온에 내는 판매 수수료를 제외하고 대부분 개별 사업부문 실적으로 집계된다. 롯데온 플랫폼에서 개별 사업 앱으로 이동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이커머스사업이 독립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갖기 어려운 구조다.
 
유통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마트는 오너인 정용진 회장이 직접 온라인사업을 담당하는 별도 법인을 설립한 것과 달리 롯데쇼핑은 회사 내부에 담당 부서가 존재하다 보니 의사결정 과정에서 통일이 안 되는 사례가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롯데쇼핑은 지난해 말 구축한 ‘원 CEO’ 체제를 토대로 온라인사업에서 의사결정 속도를 차츰 높여가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연말 정기인사에서 롯데쇼핑의 여러 사업부문의 수장을 통합해 강 부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만큼 통합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지난해 말 그룹 차원에서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하나의 CEO 체제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라며 “롯데온은 롯데쇼핑의 각 사업부문으로서도 판매채널이 많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