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경영전략 컨퍼런스)“회사채시장 양극화 심화…신용경색 가능성 대비해야”
신용도 높은 회사채일수록 투자자 선호 커질 듯
메자닌채권 및 사모사채 발행기업에 주목해야
공개 2020-06-23 17:30:02
[IB토마토 윤준영 기자]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 비중은 갈수록 줄고 있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회사채시장에 명함도 못 내민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출처/IB토마토
 
23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IB토마토가 개최한 <2020 경영전략 컨퍼런스-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업 생존 전략>에서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이와 같이 말했다.
 
그동안 국내 회사채시장은 꾸준히 발전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라임 사태'에 코로나19 여파가 더해지자 회사채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2020년 회사채시장에서 상위 20곳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로 2019년 말 37.8%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2020년 들어 라임 사태와 코로나19로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심화된 데 따라 회사채 발행규모가 크게 줄었다”라며 “가장 큰 요인은 경기 악화로 인해 신용도가 높은 기업의 회사채를 투자자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장기업의 재무상태 역시 둔화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소속기업의 평균 매출은 2012년 1조4302억원에서 2019년 1조2548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약 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기업의 전반적인 성과는 2013년 이후 줄어드는 추세로, 대외적 악화요인에 발목 잡혀 투자도 감소하고 있다”라며 “그나마 부채비율이 낮아져 현상유지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회사채시장은 우량채권 위주의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즉, 자금조달시장에서 신용도가 높은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김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시장상황이 악화되면 회사채시장에서 상위 20곳 기업의 발행비중이 높아진다”라며 “코스닥 기업 역시 메자닌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지만 비중은 10% 내외에 그친다”라고 진단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는 회사채시장의 경색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됐다. 국채금리 상승 및 신용스프레드 확대로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AA등급과 A등급의 신용스프레드는 코로나19 이후 크게 높아졌고 이후에도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코로나19와 금융시장의 긴장상황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대규모 신용등급 강등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시장에 충격을 줘 신용경색으로 이어지거나 기업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메자닌채권 및 사모사채 위주로 위험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김 연구원은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자금경색이 발생할 경우,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 위주로 차환에 제약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정부가 채권안정펀드, 신속인수제도, 개별 채권 매입 등 여러 안정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라면서도 “전세계적인 불안정성 및 경제성장률 둔화가 지속되는 데다 조달비용 상승 등으로 기업 자금조달 시장의 여건은 좋지 못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