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도 매물로 나왔다…건설기계 사업부 분리 매각
DICC·계열사 두산밥캣 고려해 사업부 매각 가닥
공개 2020-06-16 14:51:21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두산(000150)그룹이 핵심 알짜 자산인 두산인프라코어(042670)의 건설기계 사업부를 매물로 내놨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의 DICC소송, 계열구조 등 복잡한 상황 탓에 건설기계 사업부만 별도로 매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최근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 주간사로 선정하고 두산인프라코어 건설기계 사업부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이는 두산중공업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게 제출한 자구안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앞서 두산중공업(034020)은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외화채권 차환 6000억원 포함)을 긴급 지원받는 대신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했고, 두산그룹과 대주주일가는 채권단에 3.6조원에 이르는 담보를 제공했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다만, 가격의 온도차는 큰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매물은 기업의 구조조정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하지만, 두산그룹이 원하는 가격은 높고 채권단의 입김이 크지 않아 원매자와 가격 이견이 크다"라고 전달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건설기계 사업부는 굴착기, 휠로더 등을 생산하며 별도 기준으로 지난 1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86.3%를 차지하는 두산인프라코어의 대표 사업부다. 
 
두산그룹이 인프라코어의 건설기계만 분리매각하는 까닭에는 중국법인(Doosan Infracore China Co.,Ltd 이하 'DICC') 소송이 자리 잡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국내 최고 로펌인 '김앤장'을 선임하며 사활을 걸고 있는 소송전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DICC와 관련해 IMM PE·하나금융투자 PE·미래에셋자산운용 PE 등 재무적투자자(FI)들과 주식매매대금 지급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재 대법원 판결만 남아 있으며, 법원은 1심에서 두산의 손을, 2심에서는 FI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이후 진행되는 잔여대금지급 청구 소송은 현재 1심 판결 중이다. 
 
대법원 선고가 올해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두산인프라코어가 원하는 파기 환송보다는 2심 판결이 유지될 확률이 상당하다. 대법원이 발간한 '2019 사법연감'에 따르면 대법원에서 원심 판결이 파기된 건수는 전체의 4.2%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IB업계의 한 변호사는 "두산인프라코어 소송이 4%에 속할 가능성도 있지만, 96%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두산이 FI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이 어느 정도가 될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전달했다. 만약 패소할 경우, 두산인프라코어는 최대 8000억원 수준의 자금소요가 예상된다.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분리매각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자회사인 두산밥캣(241560)을 지키기 위함이다.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그대로 팔 경우, 두산밥캣의 지분까지 팔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현재 두산밥캣은 인프라코어의 자체 사업부보다 우량하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상태와 손익은 연결과 별도 기준으로 볼 때 온도차가 큰 편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액은 8조1858억원, 영업이익은 8403억원이다. 하지만 별도 기준 매출액은 3조1021억원, 영업이익은 1781억원으로 줄어든다.  
 
게다가 두산밥캣은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 68.5%, 차입금의존도 12.4%에 불과할 정도로 재무 상태가 양호하다. 1년에 창출하는 현금과 보유한 현금만으로 현재의 차입금을 다 갚을 수 있을 정도다. 두산그룹의 평균 부채비율인 327.7%와 43.7%의 차입금의존도와 비교할 때 차이는 극명하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과 DICC소송, 지배구조 등을 별도로 분리하는 일환에서 건설기계 사업부 분리매각이 검토된 것 같다"면서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통해 자구안을 이행하는 방식은 여러가지 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두산인프라코어의 두산공작기계 사업부 매각 당시에도 물적분할 후 매각을 고려했으나, 뒤에 영업(사업부)양도 방식으로 선회했다"라고 덧붙였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