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LCD 편광판 매각했지만…차입부담 난제는 '여전'
1조3000억원에 매각하며 LCD 사업 철수
투자 지속에 차입금 감소효과는 크지 않을 것
공개 2020-06-15 09:3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LG화학(051910)이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가파르게 상승하던 재무 리스크가 일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영업을 통해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뛰어넘는 대규모 투자 탓에 차입금 부담을 줄이기는 역부족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자산 매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2일 LG화학은 LCD 편광판 사업을 중국 화학소재 업체 산산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매각금액은 약 1조3000억원(11억 달러)이며 자동차용 LCD 편광판 등 일부 제품군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LCD 편광판은 LG화학이 국내 최초로 상업화에 성공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NH투자증권(005940)은 올해 편광판 사업 전체 매출액은 약 1조6000억원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로 LCD 패널 가격이 급락하는 등 LCD 시장 자체에 대한 수익성이 나빠지자 LCD 소재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한 것이다. 앞서 2월에는 중국 요케테크놀로지의 자회사 시양인터내셔널에 LCD용 컬러 감광재 부문을 매각했으며 유리기판 사업에도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이번 매각은 LG화학의 차입금 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일 한국기업평가는 LG화학이 AA+/안정적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차입금 감축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LG화학은 자동차전지 증설 등 설비투자 확대 영향으로 재무 부담이 증가해왔다. 2015년에서 2017년까지 LG화학의 연간 자본적지출(CAPEX)은 각각 1조5292억원, 1조4546억원, 1조9399억원이었는데 2018년 3조8850억원, 2019년 6조3908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에도 자동차전지 설비 확대 투자 등에 약 3조원, 석유화학부문 투자에 1조8000억원 등 6조원 규모의 CAPEX가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같은 기간 LG화학의 영업실적이다.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2017년 2조9285억원에서 2018년 2조2461억원, 2019년 8956억원으로 감소했다. 법인세·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 역시 2017년 4조3305억원, 2018년 3조7333억원, 2019년 2조7521억원으로 줄었다.
 
투자는 늘었는데 영업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나빠지면서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커졌다. 잉여현금흐름(FCF)은 2017년 1조2408억원이었으나 2018년 -1조7600억원, 2019년 -3조269억원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실제 2017년 2659억원이던 순차입금은 2018년 2조7645억원, 2019년 6조4931억원, 2020년 3월 말 8조7563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순차입금 의존도는 2017년 1.1%에서 2018년 9.6%, 2019년 19.1%, 2020년 3월 말 23.6%로 상승했다.
 
한국기업평가의 LG화학 신용등급 하향 조건은 EBITDA/매출액 11% 이하, 순차입금/EBITDA 1.5배 초과 지속이고 한국신용평가의 하향 조건은 EBITDA/매출액 8% 이하, 차입금/EBITDA 3배 초과 지속이다. LG화학의 올 3월 말 기준 EBITDA/매출액은 10.8%, 차입금/EBITDA는 3.8배, 순차입금/EBITDA는 2.9배로 일부 하향 조건을 충족하거나 근접해있다.
 
 
 
올해는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석유화학부문은 주요 제품의 공급과잉 심화에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부진 등으로 마진약세 지속이 예상돼 전지부문의 생산력 확대에 따른 외형성장과 수익성 개선효과에도 중단기적 영업실적 회복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영업현금흐름만으로 차입금 부담을 완화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일부에선 이번 LCD 편광판 사업부 매각은 재무개선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큰 차입금 감축 효과는 없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LG화학은 지분을 한 번에 다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지분 70%를 넘긴 후 나머지 30%는 3년에 걸쳐 매각을 진행한다. 매각가가 1조3000억원으로 결정된다면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은 약 9000억원 정도다. 이를 전액 차입금 상환에 사용한다고 가정해도 3월 말 기준 차입금/EBITDA는 3.8배에서 3.5배, 순차입금/EBITDA는 2.9배에서 2.6배로 하락하는데 그친다.
 
이와 관련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LG화학은 진행되는 투자 상황으로 봤을 때 영업을 통한 현금으로 차입금을 줄이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라며 “이번 LCD 편광판 사업부 매각 외에도 부동산 등 자산 매각을 통해 차입금 관리를 할 것인지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이제 조건부 계약을 진행한 상황으로 매각 후 자금이 어떻게 사용될지는 아직 모른다”라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기술 개발 등과 배터리 쪽에서의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