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3월25일 코로나19에 따라 사업보고서 등을 기한 내 제출하기 어려운 회사 63개사와 외부감사인 36개사에 대하여 행정제재를 면제하는 결정을 내렸다. 원래 회사는 정기주주총회 개최 6주 전(연결재무제표는 4주 전)까지 외부감사를 받기 위하여 감사전(前) 재무제표를 증선위와 감사인에게 제출해야 하고, 사업연도 경과 후 90일(올해는 3월30일) 이내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한 감사인은 감사보고서를 정기주주총회 1주 전까지 회사 등에 제출해야 한다. 회사가 정해진 기간 내에 감사 전 재무제표를 제출하지 않으면 감사인이 지정되고,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과징금이 부과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상장폐지가 될 수 있다. 한편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감사업무가 제한되는 등의 제재를 받으나 이번에 이를 면제해 준 것이다.
물론 증선위가 신청한 회사나 감사인 모두를 제재면제한 것은 아니고, 66개 신청회사 중 제재면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3개사를 제외한 63개사와 그 회사의 감사인 36개사에 대하여 제재면제를 결정하였다. 이들 회사는 결산일이 2019년 12월31일로서 주요 사업장이나 자회사가 중국이나 국내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에 있거나, 동 지역에서 중요한 영업을 수행하고, 2019년 재무제표 작성이나 외부감사가 코로나19로 인해 결산이 지연된 경우에 해당한다.
또한 코로나19 때문에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감사 도입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인증은 회사 규모에 따라 2019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검토'에서 '감사'로 변경되고 있다. 올해에는 자산 5000억원 이상 상장회사로 확대된다.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감사를 받기 위해서는 올해에는 자산 5000억원 이상 2조원 미만인 기업의 대부분이 감사에 대비한 컨설팅을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러한 컨설팅을 받기 어려우며, 따라서 감사인도 감사를 하기 어려우므로 이들 기업에 대한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시기를 연기하자는 주장이다.
코로나19는 기업의 재무제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유형자산이나 무형자산, 주식 등의 공정가치나 미래현금흐름 예측치가 감소하여 손상차손을 인식해야 하는 경우가 과거보다 많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기업의 회계처리 어려움과 이익의 감소 우려, 감사인과의 의견충돌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감리의 완화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감리는 경영자가 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제대로 작성했는지와 외부감사인이 외부감사를 올바르게 수행했는지를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공인회계사회가 확인하는 절차이다. 코로나19로 기업의 판단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여 판단에 대한 논란이 증가할 수 있고, 이는 외부감사시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수준의 감리가 진행되면 기업과 감사인 모두에게 많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회계기준의 변경을 가져오기도 한다. 한국회계기준원은 5월29일 코로나19의 직접적인 결과로 임차료 면제·할인·유예 등이 발생한 경우에 리스변경 여부를 검토해야 하지만, 리스이용자가 원하는 경우 리스변경으로 회계처리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K-IFRS 제1116호 ‘리스’ 회계기준을 개정하기로 의결하였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임차료 등의 할인이 발생한 경우 회계처리 반영에 따른 기업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이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생활을 많이 바꾸어 놓고 있는데 회계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언뜻 생각하면 코로나19와 회계는 별 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실제는 많은 변화를 발생시키고 있다. 위에서 예를 든 대로 코로나19는 사업보고서 등의 지연제출 인정,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의 연기 논란, 재무제표 작성 문제, 감리 완화 논란, 회계기준 개정 등 여러 면에서 회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민건강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회계를 위해서도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