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모우CC는 "Yes", 라데나GC는 "No"…두산은 왜?
'매각결정'클럽모우CC, 10곳 이상 입찰 예상
라데나CC, 두산 상징성·예상 현금 유입 적어
공개 2020-06-08 09:2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034020)이 보유한 클럽모우CC는 팔지만, 자체적으로 보유한 라데나GC 매각을 주저하고 있다. 라데나GC의 상징성과 회원권 부채가 주요 배경이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000150)그룹은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을 주간사로 선정해 클럽모우 컨트리클럽(CC) 매각을 위해 전략적투자자(SI)와 PEF 운용사(FI) 등과 접촉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클럽모우CC 매각에 원매자가 북적이고 있다고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21곳의 잠재 원매자가 티저 레터(TM)를 받아 갔고 그중 10곳 이상은 진성으로 제안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출처/클럽모우 홈페이지
 
2010년대 후반, 두산그룹이 어려워진 시기부터 두 골프장은 잠재 매물이었다. 골프장은 기업 입장에서 비영업 자산이자 비주력 산업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골프 산업은 지구 온난화로 영업일 수 증가, 30대 골프 인구 증가 등으로 호황기다. 게다가 경기 동부 지방에 위치한 두 골프장은 입지 조건이 나쁘지 않다. 
 
본격적으로 매물로 주목받은 시기는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된 4월이었다. 당시 두산중공업에서는 산업은행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안 제출을 위해 이사회가 열렸다. 또한 두산그룹은 '진대제 펀드'로 불리는 스카이레이크와 두산솔루스 인수합병(M&A)에 관한 개별 협상(프라이빗 딜)을 진행했다. 
 
당시 IB업계에서는 두 골프장 모두 매물로 나올 것으로 관측했다. 구체적인 가격도 함께 거론됐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라데나 GC와 클럽모우 CC를 모두 인수할 경우, 총 3000억원 선으로 가격이 형성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아직까지 두산그룹이 라데나 골프클럽(GC) 매각을 위한 구체적인 행보는 알려질 바 없다. 첫 번째 이유로 전문가들은 라데나CC의 상징성을 꼽았다. 라데나CC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이 열리는 장소다.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은 지금까지 총 12회 개최됐다. LPGA US 여자 오픈에서 2회 우승한 '퀸비' 박인비 선수가 KLPGA투어에서 유일하게 우승한 대회로도 유명하다. 
 
라데나GC에서 열린 '2018 두산 매치 플레이 챔피언십'에서 박인비가 우승을 거두고 포크레인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출처/뉴시스
 
둘째는 라데나CC의 회원권 부채다. 라데나CC를 매각한다면 차입금과 회원권 부채가 고려돼 수중에 쥐는 돈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에이스회원권거래소에 따르면 라데나CC의 회원수는 1159명이고, 라데나CC 회원권의 최근 1년간 평균시세는 7015만원이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834억원이다. 회원권 관련 부채가 적어도 8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추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담보 대출을 받는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회원권은 후순위 채권과 유사하다. 은행이 라데나CC를 보유한 두산큐벡스에게 토지, 건물 등 골프장 관련 유형사잔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한다면 채권으로서 은행은 선순위가 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두산큐벡스의 총차입금의존도는 11.3%에 불과하다. 차입금의존도는 통상적으로 30%를 기준으로 많고 적음을 판단한다. 
 
부동산 자산운용 관계자는 "라데나CC를 매각하더라도 회원권이 있다보니 두산에게 순수하게 유입되는 현금은 적을 것"이라면서 "게다가 매년 매치플레이가 꾸준히 개최되는 두산그룹 골프의 상징적인 장소"라고 설명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