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애착' 제주소주 매각 추진…"쉽지 않을 듯"
거듭된 적자에 제주소주 결국 매각하기로
공개 2020-06-05 09:2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이마트(139480)가 '정용진 소주'로 불리는 제주소주를 매각한다. 하지만 낮은 매출과 만년 적자는 매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3일 유통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가 계열사인 제주소주를 매각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IB업계 관계자는 "매각결정은 예전에 이뤄졌다"면서 "시장에 반응을 살펴봐도 살 사람이 없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최근 시장에 나온 롯데칠성(005300)의 충북소주보다도 매력이 떨어진다"라고 덧붙였다.
 
제주소주 주요 재무지표. 출처/나이스신용평가
 
2011년 설립된 제주소주는 '푸른밤'이란 브랜드를 앞세워 제주도 지역 소주인 '한라산' 독주체제에 도전했다. 하지만 넘지 못했다. 
 
실적 악화는 매각의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이마트는 2016년 12월15일 제주소주 지분 100%를 취득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의욕을 보인 사업이다 보니 꾸준한 투자가 이뤄졌다. 2017년 100억원, 2018년 120억원, 2019년 100억원을 유상증자했다. 
 
하지만 영업 적자는 불어나기만 했다. 320억원을 넣고 325억원의 손실을 봤다. 2016년 1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제주소주는 2017년 60억원, 2018년 127억원, 2019년 141억원의 적자를 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판촉은 꾸준히 하지만, 지역 소주의 매력이 크게 줄었다"라고 말했다. 
 
영업 적자를 만회하기 위한 리더십 변경도 지난해 있었다. 인수 이후 대표이사 자리를 지켜왔던 김운아 대표이사 체제에서 우창균 대표이사로 변화를 줬다. 하지만 적자 폭은 커져만 갔다. 
 
IB업계에서는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주소주의 자본 잠식률은 74%다. 자본 총계는 149억원이지만 자본금이 570억원이다. 이는 6년간 이어진 적자 행진 때문이다. 거듭된 적자로 결손금이 417억원 쌓일 정도로 적자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이마트의 절세에 도움을 줄 정도다. 이마트는 연결납세제도를 적용한다. 이마트가 계열사의 손익을 통산해 세금을 납부한다는 의미다. 이익이 나는 부서가 있다 하더라도 손실이 나는 부서가 병존한다면 납부 법인세는 줄어든다. 그러다 보니 제주소주의 거듭된 적자는 이마트 그룹의 법인세 감소에 공헌을 하고 있다. 
 
다만, 부채비율은 높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90.7%다. 부채비율이 100% 이하라면 통상 건전한 회사로 분류된다. 정 부회장이 애착을 갖고 있었던 부서다 보니, 타인자본이 아닌 자기자본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주류를 인수할 수 있는 회사가 몇 개 되지 않는다"면서 "게다가 주류 사업을 하는 회사들은 소주 회사를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거듭된 적자로 회사에서 현금이 빠져나가다 보니 FI가 인수하기도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신세계(004170)그룹 관계자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브랜드 인지도를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