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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S-Oil 등급전망 '하향' vs GS·현대 '유지'…왜?
코로나19여파 완충력, 기업마다 달라
SK '투자&배당'·S-Oil '재무 리스크 수면 위로'
공개 2020-06-02 17:57:24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코로나19의 여파는 정유사 전반으로 이어졌다. 정유 수요가 줄고, 유가가 하락해 거액의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했다. 하지만 기업의 미치는 영향은 온도차가 있었다. 
 
2일 나이스신용평가는 정유업에 관한 2020년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 SK에너지, S-Oil(010950)은 기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등급전망이 하향됐다. SK인천석유화학 역시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등급 전망이 하향됐다. 
 
SK그룹의 등급전망 하향은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현금 유출을 일으키는 가운데 향후 대규모 투자가 예상되는 탓이다. S-Oil의 경우, 실적 하락으로 기존 차입금 부담이 수면 위로 올라온 점이 주요 하락 요인이었다.   
 
반면 GS(078930)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등급 전망이 유지됐다. GS칼텍스는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가 예상되고, 재무여력이 SK계열과 S-Oil보다 낫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비교 대상 집단보다 신용등급이 두 노치(Notch) 낮은 탓에 평가 등급 전망 변경 기준이 상대적으로 여유 있었다.
 
올 1분기 정유업계는 4조원이 넘는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이 중 45%는 이노베이션 몫이었다. 이노베이션의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적자가 1조 7752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계획된 투자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와 관련 자본적 지출(Capex)이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도 2.5조~3조원 정도의 투자가 예상된다. 
 
투자와 배당, 자사주 매입 등으로 현금 유출은 이어졌다. 2017년, 2018년 700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은 현금 사정을 악화시켰다. 올해는 배당금을 2646억원으로 줄였지만, 자기주식을 취득하며 4953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가 현금 유출액은 대동소이했다.  
 
자회사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의 에너지·화학 부문 중간지주회사로서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SK에너지는 3년 동안 배당을 통해 2조 2200억원의 현금을 SK이노베이션으로 끌어올렸다. SK인천석유화학 역시 2018년 사업연도에 대한 현금 배당으로 2645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는 당시 당기순이익 538억원의 491.4%에 달한다. 
 
S-Oil의 금융비용 커버리지. 출처/나이스신용평가
 
S-Oil은 올 1분기 1조 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Oil은 차입금의존도가 높은 회사다. 올 1분기 기준 차입금의존도는 53.3%다. 총 자산의 절반을 빌려서 산 셈이다. 2014년 이후 매년 1조원이 넘는 상각 전 영업이익(이하 EBITDA)은 S-Oil의 재무 여력을 지탱했다. 하지만 올해 1조원이 넘는 적자로 인해 빌린 돈을 갚을 여력이 크게 줄었다. 
 
이인영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IB토마토>에 "1분기 대규모 영업 적자, 전반적인 수요 위축, 낮은 정제마진 등을 고려할 때 연간 기준으로 영업흑자 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등급전망이 유지된 곳은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두 곳이다. GS칼텍스는 S-Oil과 비슷한 수준인 1조 31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하지만 1분기 기준 차입금의존도가 30.3%수준으로 S-Oil보다 23%p 낮다. 
 
빌린 돈을 사업을 통해 갚는 지표로 신용평가사들은 '총차입금/EBITDA'지표를 즐겨 쓴다. 지난해 말 기준 S-Oil은 해당 지표가 6.5배인 반면, GS칼텍스는 3.0배에 불과하다. 지난해 벌어들인 순현금을 기준으로 GS칼텍스는 3년이면 빚을 다 갚는 반면, S-Oil은 6.5년이 필요한 셈이다. 이 같은 점에서 신용등급의 전망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연구원은 "하반기에 실적 회복이 가시화되며 상반기 누적된 적자 폭의 축소가 예상되지만 1분기 대규모 영업적자 규모, 전반적인 수요감소와 마진저하 정도 등을 고려할 때 연간 EBITDA는 7000억원 내외일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오일뱅크는 4개 정유사 중 가장 적은 4768억원의 영업손실을 지난 1분기에 냈다.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오일뱅크는 21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냈으나, SK이노베이션 49.8조원, GS칼텍스 33.2조원과 비교한다면 다소 초라해보인다. 
 
또한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캐쉬카우 역할을 맡고 있어 신용등급이 한 등급 내려간 상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계열사로 현대미포조선, 한국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등이 있다. 
 
이 같은 내용이 고려된 탓에 다른 정유사보다 현대오일뱅크의 신용등급은 두 단계 낮으며 이는 등급 평정 시 완충력(Buffer)을 제공한다는 것이 신용평가사의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의 연장선 상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재차 커질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코로나19의 진행 상황과 파급효과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