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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솔루스 인수전…롯데케미칼, 유력 후보 등판 준비
롯데케미칼, 두산솔루스 인수타당성 내부 검토 중
임병연 대표, 체면 구긴 히타치케미칼 인수전 실패…솔루스로 만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재가 떨어지면 유력 인수 후보로 급부상할 듯
공개 2020-05-25 09:1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두산솔루스(336370) 인수전에서 롯데케미칼(011170)의 현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거래멀티플 30배에 달하는 두산솔루스를 인수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인수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실패한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진출하기 위함이다. 다만, 그룹 차원에서 재가를 받은 상태는 아니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과 매각주간사 삼일 PwC는 이달 초 원매자들에게 인수의향서를 제출받았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텍사스퍼시픽그룹(TPG) △칼라일 등 글로벌 사모펀드(PEF)와 같은 해외 재무적투자자(이하 FI), 스카이레이크와 같은 국내 FI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전략적투자자(이하 SI)의 제출 여부는 아직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LG화학(051910)과 롯데케미칼은 내부적으로 인수타당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005490), SKC(011790), 삼성SDI(006400) 등은 두산솔루스 인수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회사의 가치 창출을 모색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SI 중 인수의사가 높다고 평가받는 곳은 롯데케미칼이다. 다만, 신동빈 회장과 그룹의 인수·합병(M&A) 대부분을 결정하는 황각규 부회장 등에게 재가를 받기 위해 자체적으로 인수타당성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한다. 
 
두산솔루스 매각전에 정통한 IB업계 관계자는 "롯데 그룹은 회장님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아직 보고가 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하지만 임병연 대표이사 지시로 실무진들이 열심히 검토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좌),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중),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우)
 
롯데케미칼의 실탄은 넉넉한 편이다. 롯데케미칼은 1분기 말 현재 연결 기준으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3조 7030억원에 달한다. 이는 차입금(3조6848억원)보다 많은 수준으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는 중이다. 부채비율도 43.4% 수준이다.
 
또한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공격적인 M&A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 8일 롯데케미칼은 "최근의 이런 어려운 상황에는 경기 악화로 다양한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라며 "견조한 현금을 바탕으로 투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M&A에도 지속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롯데케미칼은 2010년대 중반 이후 공격적 M&A로 회사의 규모를 상당히 키웠다. 롯데그룹은 2015년 삼성그룹과 빅딜을 통해 롯데정밀화학(004000), 롯데첨단소재 등을 그룹 내로 편입했다. 첨단소재 부문은 원래 롯데케미칼의 자회사였다 올해 초 합병을 통해 하나의 사업 부문으로 편입됐다. 롯데케미칼이 기존에 해온 에틸렌과 같은 범용 석유화학 사업에서 롯데첨단소재의 폴리카보네이트(PC)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베터리 사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은 히타치케미칼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히타치케미칼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광 관련 소재 △리튬-이온 배터리 소재 및 카본 제품 △자동차 배터리 및 부품 등을 생산하는 일본 기업이다. 당시 인수적격후보(숏리스트)에 오르지 못했지만, 신동빈 회장이 직접 PPT까지 하며 인수 의사를 밝혔다고 전해진다. 또한 지난 20일 히타치케미칼을 인수한 쇼와덴코 지분 4.69%를 1700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다만, 두산그룹의 매각희망가가 높기에 자체적으로 정밀한 검토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동박·전지박 사업이 아무리 미래산업이라고 하더라도 30배에 달하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멀티플은 부담스럽다. IB업계 관계자는 "멀티플은 미래 기대감을 반영한다"라면서 "미래산업으로 불리는 플랫폼 사업의 멀티플이 10배 수준이기에 30배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가격적인 측면 이외에도 사업부의 장점과 단점이 혼재돼 있다. 두산솔루스의 전지박 사업부의 연간 생산수준은 1만톤 수준이다. 앞으로 5만톤까지 생산여력을 늘릴 계획이며 현재 헝가리에 공장을 증설하고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 생산 규모가 많다고  보긴 어렵다. 
 
반면 단숨에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는 것은 장점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두산솔루스는 생산여력(Capa)이 크지 않고 가격은 비싸다"면서도 "하지만 2~3년 사이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 규모를 키운다면 초기 투자비용을 상쇄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IB전문가들이 롯데케미칼이 두산솔루스 인수 의지가 높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의 존재다. 임 대표는 M&A전문가로 정평이 난 인물로 롯데지주 가치경영실장에 있을 당시 그룹 내 인수합병(M&A)을 도맡았다. 그는 롯데 그룹에서 △정책본부 국제실 △미래전략센터장 △비전전략실장 등을 두루 역임한 이후 지난해 3월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하지만 지난해 신 회장이 눈독을 들였던 히타치케미칼 인수를 실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그는 "롯데그룹 차원에서 임 대표를 롯데케미칼 수장으로 앉힌 까닭은 M&A, 투자 전문가이기 때문"이라면서 "지난해 히타치케미칼 인수에 실패했기에 올해는 무엇가를 제대로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 두산솔루스 인수의 유력 인수후보로 꼽히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