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GBC 착공,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GBC 공사비 3조7000억원, 외부 투자자 유치 힘들 수도
2014년 부지 매입 이후 6년 만에 착공 시작
공개 2020-05-21 09:20:00
[IB토마토 윤준영 기자] 현대차(005380)그룹이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착공에 돌입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시기가 아쉽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부 규제로 10조원이 넘는 막대한 투자를 하고도 6년째 GBC 착공을 못했던 현대차는 하필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공사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삼성동에 건립하는 GBC 공사비는 약 3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지난해 해외 연기금, 글로벌 투자펀드 등 소수의 글로벌 투자자를 모집해 GBC를 공동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현대차 신사옥 부지. 출처/뉴시스
 
하지만 코로나19로 투자자 모집이 어려운 데다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 금리가 높아진 점은 현대차로서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현대차 내부에서는 수년 동안 묵혀뒀던 삼성동 ‘금싸라기’ 부지를 이제야 부랴부랴 서울시에서 허가를 내준 것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해외 사업에서 가뜩이나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는데 수년간 차일피일 허가를 미루다가 갑자기 서울시에서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라며 “건설비용과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현대차로서는) 시기가 상당히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GBC 건립 프로젝트는 2014년 9월 삼성동 옛 한전부지 매입을 완료한 지 무려 6년 동안 정부의 허가에 가로막혀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실제로 서울시와 해당 부지의 용도 변경을 놓고 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결국 기부채납 1조7491억원을 지불하기로 합의됐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PF시장이 경색될 조짐을 보이자 현대차 역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조달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는 데다 최근 금융 당국이 부동산PF시장을 옥죄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큰 규모의 부동산 개발사업은 증권사 등 금융사를 통해 PF방식으로 건설비용을 조달한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부동산PF 방식에 몸을 사릴 경우 현대차 역시 자금조달 선택권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외부 투자 유치를 준비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조달 방식이 정해진 바는 없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현대차와 기아차(000270)가 지난해 신용등급이 낮아진 점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요인이다.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직접 부동산PF의 에쿼티(지분투자)를 투입할 경우 조달금리가 상승해 비용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사비용이 3조7000억원 가운데 에쿼티가 1조원이라 가정할 경우 현대차가 최소 4000억원가량은 자기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추산이 나온다. 
 
최근 현대차는 코로나19로 미국과 유럽 등 해외사업에서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공사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점은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수요가 급감한 데 따라 현대차의 매출 및 영업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삼성동 GBC개발, 차세대 기술력 확보 등 투자부담도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봤다. 
 
현대차 신용등급. 출처/한국기업평가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