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르는 제주항공, 자금조달 나서나
실적 저하에 고정비 부담으로 현금 고갈 전망
정부 지원 한정적, 자체 자본 확충 필요성 커져
공개 2020-05-20 09:1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황 회복 속도가 더뎌지면서 실적 부진을 피할 수 없는 제주항공(089590)에 대한 추가 자본 확충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연결 기준 1분기 영업손실 657억원, 당기순손실 101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한 것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노선 축소와 여행 수요 급감이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 1분기 제주항공의 국내선과 국제선 탑승률은 1년 전보다 각각 10.2%p, 19.5%p 떨어지면서 가동률이 급락했고 국제 유가 하락 영향으로 인한 유류비 절감도 시차의 영향으로 제한적이었다.
 
2분기는 1분기보다 실적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4월부터 이달 10일까지 제주항공의 국제선 운항과 여객수송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각각 97.9%, 99.2% 급감했고 국내선 운항과 여객수송량은 각각 25.7%, 36.2%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이태원 집단감염의 영향으로 확진 환자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국내선은 다시 위축되고 있다.
 
영업에 따른 현금창출력 저하가 불가피해지면서 제주항공의 유동성 우려는 커졌다. 특히 이스타항공 인수와는 별개로 제주항공 자체 고정비성 현금유출을 대응하기에 힘들어졌다.
 
한화투자증권(003530)은 제주항공의 고정비성 현금유출을 최소 월 300억~400억원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전년 대비 86.7% 줄어든 226억원에 불과하다. 정부의 긴급 경영안정자금 400억원을 지원받았음에도 당장 하반기부터 현금 고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지원금 1700억원은 인수 확정 시 지급되는데다가 제주항공 운영자금과 별도로 운영된다.
 
KB증권은 제주항공이 올해 필요한 현금을 모두 차입할 수 있다고 해도 지난해 말 351.4%인 부채비율이 올해 말 1000% 수준까지 오르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제주항공이 2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제주항공의 자체적인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 나온 3000억원 규모의 저비용항공사(LCC) 지원책 이후 추가적인 정부의 지원 방안이 나오고 있지 않는 데다가, 만약 추가 지원책이 나와도 전제 조건으로 자구안이 요구될 가능성이 크다. 비용절감 외에 또 다른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1조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받기로 한 대한항공(003490)은 지난 13일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 외에도 대한항공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 보유자산 매각도 진행하고 있다.
 
유상증자 등 제주항공의 자본조달을 위해서는 최대 주주인 AK홀딩스(006840)의 출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주력 자회사인 애경산업(018250)과 제주항공의 실적 부진으로 예전보다 재무상태가 나빠진 점은 부담이다.
 
다만 애경그룹이 제주항공을 주력 계열사로 여기는만큼 지원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2일 애경그룹은 상반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이사를 AK홀딩스 대표이사에 임명하고 제주항공 대표이사로 재무통으로 알려진 김이배 전 아시아나항공(020560) 경영본부장을 영입하면서 제주항공에 힘을 실었다.
 
실제 방민진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AK홀딩스의 지원 여력을 감안할 때 제주항공은 위기로부터 대응능력이 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제주항공 관계자는 “현재 비상경영체제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으로 유상증자 등 추가적인 자본 확충에 대한 방안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