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스타엔터프라이즈, 공모BW 도전…투자자들 참여할까
9년 만의 BW 발행… 조달규모 100억원에 인수단 없어
현금흐름 압박 점증… “계열사 매출채권 회수 더뎌”
공개 2020-05-15 09:2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자동차 리프트 제조 및 크루즈 운항업체 팬스타엔터프라이즈가 9년 만에 공모신주인수권부사채(BW) 카드를 꺼내들었다. 계열사 매출채권 회수가 더뎌지는 등 현금흐름 압박이 가중된 탓으로 보인다. 다만 BW 발행에 참여하는 인수단이 없어, 실제 자금확보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팬스타엔터프라이즈(054300)는 100억원 규모의 공모형 BW를 발행한다.
 
첫 대규모 BW발행인 셈이다. 팬스타엔터프라이즈는 팬스타그룹 피인수 전인 2011년에 공모 BW를 발행한 적 있지만, 조달규모는 10억원에 불과했다. 대신 팬스타엔터프라이즈는 사모 전환사채(CB)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조달을 지속해왔다.
 
사모시장으로부터의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아 공모 BW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팬스타엔터프라이즈의 현금흐름 압박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BW는 신주인수권부(워런트)가 붙어있어 이자율 부담도 CB 대비 낮출 수 있다. 실제 팬스타엔터프라이즈의 금번 발행예정 BW 만기이자율은 지난번 발행된 CB에 비해 2%포인트 낮아진 4%로 결정됐다.
 
팬스타엔터프라이즈의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약 3억원을 기록했다. 최대 거래처인 계열사 팬스타로부터의 매출채권 회수가 지연된 탓이다. 실제 팬스타엔터프라이즈의 지난해 매출채권 회전율은 2.4회에 불과했다. 즉, 매출채권 회수가 150일에 한 번꼴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제조업 평균 매출채권 회전율은 6~7회가량 된다. 매출채권 회전율이 낮아지면 운전부담이 늘어나고, 운전부담 증가는 채권상환 재원이 되는 잉여현금흐름(FCF) 등을 압박할 수 있다.
 
게다가 팬스타엔터프라이즈는 팬스타 등 계열사 전반의 경영지원도 돕고 있다. 실제 팬스타엔터프라이즈는 팬스타의 차입금 상환 등을 거들기 위해 약 100억원을 들여 팬스타가 보유한 부산 소재 부동산을 인수했다. 물론 매입자금 조달에는 인수한 부동산이 담보로 활용됐다.
 
지광훈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팬스타의 저조한 영업실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팬스타엔터프라이즈의 운전자본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영향도 받고 있는 모양새다. 팬스타엔터프라이즈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매출의 약 25~30%가량을 차지하는 크루즈 관련 사업 성과가 부진해 실적이 위축됐다고 보고 있다.
 
팬스타엔터프라이즈가 운영하는 크루즈 예약장소. 사진/팬스타엔터프라이즈
 
팬스타엔터프라이즈는 금번 공모BW 발행 자금의 70%인 70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투입할 예정이다. 우선적으로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행사된 제20회·21회 CB 등을 상환하고, 이후에는 부산사옥 인수를 위해 조달한 차입금을 갚을 계획이다. 나머지는 운전자금으로 사용된다.
 
다만, 아직 100억원 조달을 확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즉, 팬스타엔터프라이즈는 일반투자자로부터 청약받은 만큼만 BW를 발행하게 된다. 100억원 모집 중 50억원만 청약됐을 경우, 50억원만 모집한다는 의미다. 청약일은 5월25~26일이고, 납입일은 5월28일이다.
 
팬스타엔터프라이즈는 “금번 공모 BW 발행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차입금을 중도상환 할 것”이라면서 “청약미달분이 발생할 경우 해당 청약미달분은 발행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한편, 팬스타엔터프라이즈의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기준 60%를 기록하고 있다. 수차례 단행된 유상증자 등으로 주식발행초과금이 불어난 데다가, 과거의 감자차익 등도 자본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만약 팬스타엔터프라이즈가 100억원 규모의 BW 발행에 성공할 경우, 부채비율은 단순 계산했을 때 80%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