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한한령에 ‘2부리그’ 강등…코로나로 신용등급도 휘청
코스닥 소속부 우량기업→중견기업으로 변경…사드사태 반영
신용등급 'A+/부정적'으로 하락…“코로나19 영향”
공개 2020-05-13 09:1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카지노 운영기업 파라다이스가 중국 사드 보복 여파로 우량기업 자리를 반납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신용등급 전망마저 악화된 상황이라, 파라다이스의 빠른 우량기업 복귀는 다소 어려울 전망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파라다이스(034230)는 최근 우량기업부에서 중견기업부로 강등됐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를 총 5등급으로 분류한다. 기업의 재무적·사업적 특성과 안정성 등을 참고해 일단 우량기업·벤처기업·기술성장기업·별도관리(관리종목 등)를 선정한 다음, 이들에 속하지 않는 기업을 중견기업으로 두는 구조다. 즉, 파라다이스는 사실상 ‘코스닥 2부리그’로 떨어진 셈이다.
 
중견기업으로 강등돼도 특별한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 우량기업에게 제공되던 특혜가 사라질 뿐이다. 우량기업에 등록된 코스닥 상장사는 수시공시 등 일부 공시내용을 거래소 사전검토 절차 없이 배포할 수 있으며, 제3자배정 유상증자 진행 시에 자금사용내역 관련 증명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중견기업 강등에 따른 대외적 신인도 등에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시는 투자자 보호 문제와 직결되므로, 우량기업이라 해서 많은 혜택을 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코스닥기업 소속 분류는 투자자에게 정보를 편의적으로 제공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소속부 변동이 주가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
 
파라다이스의 ‘2부리그 강등’은 최근 3년 평균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 258억원을 기록한 데에서 비롯됐다. 코스닥 상장사가 우량기업에 선정되려면 3년 평균 별도 기준 매출액 500억원 이상(지주회사는 연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30억원 및 자기자본이익률(ROE) 5%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당기순이익 감소는 이자비용 급증에서 비롯됐다. 실제 파라다이스의 지난해 순이자비용은 직전연도 대비 약 65% 증가한 47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이 3377억원 증가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유·무형자산 손상차손 및 기부금이 포함되는 100억원 규모의 순기타비용도 파라다이스 당기순이익을 일부 짓눌렀다.
 
차입금 증가는 1조5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국내 최초 카지노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건설에서 기인했다. 본격 착공 시점인 2015년만 해도 파라다이스의 순차입금은 마이너스였다. 실질 무차입 경영인 셈이다.
 
인천에 있는 파라다이스시티 전경. 사진/파라다이스
 
파라다이스시티 건설로 이자비용이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의 윗단에 있는 영업이익은 그만큼 늘어나지 못했다. 2017년, 이른바 ‘사드(THAAD) 사태’로 불리는 중국발 한한령이 파라다이스시티 개장효과를 상쇄한 탓이다.
 
파라다이스 연결 기준 매출액의 80~90%가량이 카지노 수익에서 나오며, 특히 칩 구입액의 60%가량을 중국·일본인 VIP 고객이 차지하고 있다. 파라다이스시티 실적은 2017년부터 반영됐지만, 한한령 여파로 파라다이스의 당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직전연도 대비 4% 감소한 668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이자비용 압박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파라다이스의 우량기업 복귀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올해 영업이익이 크게 짓눌릴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매년 코스닥 기업 소속부 변경을 검토하면서 최근 3년 재무제표를 반영한다. 즉, 올해 파라다이스 소속부 강등이 2017~2019년 실적에서 비롯됐다면, 내년 승격 검토는 2018~2020년 실적에 좌우되는 셈이다.
 
파라다이스가 내년에 곧바로 우량기업으로 복귀하려면 올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464억원을 내야한다. 그러나 파라다이스의 올해 1~4월 누적 연결기준 카지노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한 1622억원에 불과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파라다이스 카지노 사업장이 보름 넘게 문을 닫은 데다가, 외국인 입국자에 대해 2주간의 의무적 자가격리 조치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업계 일부는 파라다이스의 올해 영업이익 적자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익성 압박과 파라다이스시티 건설로 늘어난 이자비용이 맞물리다 보니, 최근에는 파라다이스 신용등급 아웃룩도 강등됐다. 악재가 겹친 셈이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파라다이스 선순위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재평가했다.
 
박소영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카지노 사업은 전염병, 정부정책,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현재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으로 각국 여행 제한 정상화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