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한파 여전…메리츠 등 몸 사리는 증권사
'생활속 거리두기' 시작됐지만 부동산PF 침체 지속
조달비용 높아져 신규 PF 딜 일으키기에 부담 백배
공개 2020-05-12 09:10:00
[IB토마토 윤준영 기자] 코로나19가 ‘생활속 거리두기’로 전환됐지만 메리츠증권(008560),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이 줄줄이 신용등급 하향 위기에 처해 있는 데다 조달비용이 상승해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8일 부동산금융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국내 증권사들이 부동산PF사업에서 여전히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현장 실사가 중단된 상태이며 메리츠증권은 올해 상반기까지 내부적으로 신규 PF 거래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자산유동화증권 신규 발행 규모. 출처/유안타증권
 
한 부동산금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이 워낙 클 것으로 예상되어 상당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라며 “(생활속 거리두기가 시행됐지만) 현장 실사는 엄두도 못 내고 계약서만 들여다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이처럼 부동산PF사업에서 유독 맥을 못 추는 까닭은 조달비용이 올랐기 때문이다. 자칫 증권사의 자체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조달비용은 더욱 상승하게 돼 부동산PF 관련 수익률이 낮아진다. 
 
지난 4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래에셋대우(006800),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005940), 삼성증권(016360), 신한금융투자 등 6곳 증권사를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대상에 올렸다. 무디스가 대형 증권사 6곳을 한꺼번에 하향조정 검토대상으로 편입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통상 증권사는 부동산PF 딜 주선 시 특정 개발사업과 관련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사채를 발행해 금융비용을 조달한다. 이때 대형 증권사들은 자체 신용도를 활용해 해당 SPC에 매입확약을 내주고, 이를 통해 유동성 및 신용공여를 보증해 준다. 하지만 만약 증권사 신용에 문제가 생기면 조달금리가 높아져 증권사가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수익은 감소한다. 부동산PF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의 신용등급이 좋을수록 조달금리가 낮아지기 때문에 개별 프로젝트 금리와 비교하면 마진율이 줄어드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신용등급과 별개로 이미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등은 신규 PF규모를 크게 줄이고 있다. 증권사 기업어음(CP) 금리가 종전 1.5% 수준에서 최근 2%대 중반까지 상승하는 등 조달비용 상승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권사의 신규 PF규모는 3월부터 크게 감소했다”라며 “조달비용 상승과 함께 실사가 어려워진 탓”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실제로 1월과 2월에 신규 PF규모가 양호했음에도 불구하고 1분기 말 증권사 채무보증 잔액은 크게 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며 자산유동화증권 전체 발행량도 3월을 기점으로 급감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증권사 채무보증 잔액한도. 출처/유안타증권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 통계에 따르면 자산유동화증권 신규발행규모는 3월 6조3205억원, 4월 4조1228억원으로 크게 줄어들고 있다. 2월 9조5731억원과 비교해 3월에는 33%, 4월에는 57% 급감했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이 매입확약을 실제로 이행하는 사례도 최근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최근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차환발행에 실패해 자체 매입했고, 한화투자증권도 약 50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입확약은 증권사가 자금조달과 관련한 모든 과정을 책임을 지는 구조로 위험성이 증가하는 만큼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 특징이다. 부동산PF와 관련한 대출을 대신 상환해 주거나 유동화증권 차환금액이 모자를 경우 부족한 만큼 자체적으로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이 완화돼 자산실사나 계약체결 등이 재개되겠지만 투자자들의 투자심리 회복에는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라며 “증권사들도 단기자금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어 신규 딜 수요보다는 기존 딜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