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실적' SK이노베이션, 배터리 투자 어떡하나
대규모 영업적자에도 배터리 투자 그대로
차입 의존 증가에 재무안정성 악화 불가피
공개 2020-05-11 09:2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SK이노베이션(096770)이 창사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으면서 공격적인 2차 전지 투자가 부담이 되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인해 투자 재원을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재무안정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매출 11조1630억원, 영업손실 1조7752억원, 당기순손실 1조552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6%가 줄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 2020년 1분기 영업이익. 출처/SK이노베이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수요 감소와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의 점유율 확대 경쟁으로 인한 유가 급락으로 석유 사업 부문에서만 1조636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하자, SK이노베이션의 신사업인 배터리 투자 부담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은 2차 전지 시장에 진출한 LG화학(051910), 삼성SDI(006400)보다 후발주자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배터리 증설 투자에 매년 2조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해왔으며 올해는 약 4조원의 연간 투자액의 60%인 2억4000억원이 배터리와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BS) 부분에 쓰인다. 지난달 미국 조지아주 제2공장 증설을 위해 현지법인에 8944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미국에만 최대 6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투자를 진행하면서 SK이노베이션의 차입 부담은 계속 증가해왔다. 부채비율은 2017년 77.3%에서 2018년 86.7%, 2019년 117.1%로 상승세다. 차입금 의존도는 2017년 16.3%에서 2018년 22.2%, 2019년 31.1%까지 올랐다. 순차입금/EBITDA는 2017년 0.3배에서 2018년 1.3배, 2019년 3.1배를 기록했다.
 
문제는 실적이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석유 72%, 화학 19%, 윤활유 5%, 석유개발 1.9%, 배터리 1.4%로 석유사업의 비중이 압도적인데, 석유 업황이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가 여전해 정제마진의 극적인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며 2분기에만 이연되는 재고평가손실이 4000억~5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어 2분기 적자도 확실시된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투자는 SK이노베이션이 2분기에 6609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투자 재원은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올해 3월 말 부채비율은 135.6%로 지난해 말보다 18.5%p 상승했으며 차입금 의존도는 36.4%로 5.3%p 올랐다. 순차입금이 8조7379억원으로 33.2% 증가한 상황에서 수익성이 나빠진 만큼, 순차입금/EBITDA 역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무디스는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순차입금/EBITDA가 7배로 늘어날 것이라 예상했다.
 
투자 계획을 조정하기도 애매하다. 이미 2차 전지 사업에서 확보해 놓은 수주물량을 감안할 때 시설 증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6일 열린 SK이노베이션의 컨퍼런스콜에서 배터리 투자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명영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헝가리에 유럽 제2공장, 미국 조지아주에 신규공장을 건설 진행 중에 있다”라며 “미국 내 수주물량 대응을 위한 제2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재무구조 악화를 막기 위해 보유 자산유동화 등으로 투자자금을 일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지난해 매각한 페루 가스 광구 대금 1조원이 하반기에 입금되면 이를 재무 부담을 줄이는데 사용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페루 가스 광구 지분 매각 이후에 자산유동화와 관련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며 “추후 상황을 보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