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매물' 두산솔루스 인수전, SK 등 대기업은 관심 없어
인수 후보로 거론된 대기업, 두산솔루스 대신 해외 기업 인수 관심
SKC·SK그룹, TM수령한 적도 없어
공개 2020-05-11 09:1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두산그룹 내 알짜 계열사로 꼽히며 흥행 조짐을 보였던 두산솔루스(336370) 인수전이 예상과 다르게 흐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이 2분기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다 보니, SI(전략적투자자)들인 대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분위기다. 시중에 유동성이 상당하지만, 두산솔루스로 향하지는 않는 모양새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000150)그룹은 두산솔루스의 매각주간사로 삼일회계법인, 법률자문으로 김앤장을 선정해 매각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두산솔루스는 2차전지 핵심 부품인 동박(전지박)과 OLED·바이오 소재 등 첨단소재 제조 회사다. 
 
두산솔루스의 주요 사업 이미지. 출처/두산솔루스 홈페이지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매각에서 한 발 빠져있으며 현재 매각을 위한 마케팅 단계를 진행 중이다. 다만, 두산솔루스의 공개 매각이 세간에 알려졌던 지난달 중순과 비교해 현재 분위기는 사뭇 조용하다. 
 
두산그룹은 지난달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두산솔루스 매각에 관한 개별 협상을 하다 결렬된 이후 공개 매각을 선언했다. 당시 국내외 사모펀드, 주요 대기업들은 두산솔루스를 인수하려는 의지가 상당했다고 알려졌다. 발표 직후 법무법인, 회계법인의 스타급 변호사와 회계사들은 복수 이상의 PEF, 대기업에게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한 달이 지난 이후 포스코(005490), LG(003550)그룹(LG화학(051910)), 삼성전자(005930) 등 주요 대기업들은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요 이유는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다. 복수의 자문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들과 인수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자문업계 관계자는 "주요 대기업들은 2분기 실적 악화 우려가 상당하다 보니 투자를 꺼려 한다"면서 "지금은 공격적인 투자보다 실적 악화를 방어하는데 주력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복수의 투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SK(034730)그룹과 SKC(011790)는 두산솔루스에 관한 투자설명서(TM)도 수령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일부 투자업계 관계자는 SKC가 두산솔루스의 투자설명서를 수령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자문 제안을 철회하기도 했다. 또한 SKC 역시 TM을 수령하지 않았지만, TM을 수령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로 큰 곤욕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출처/뉴스토마토
 
두산그룹의 희망가격이 예상보다 높은 것도 정중동 행보의 이유다. 두산그룹의 희망가격은 최소 1조 5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원하는 가격이 타이트하다"면서 "가격차이 때문에 스카이레이크하고도 잘 안됐다고 봐야 하는데 두산그룹은 현재까지 낮출 생각이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두산솔루스는 스카이레이크와 개별 협상 당시 최초 경영권 인수 대가로 5000억원, 헝가리 전지박 공장 증설을 위한 유상증자 대금 3000억원으로 협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두산그룹은 거절했다. 이후 거래 조건과 계약 조건이 변하며 최종적으로 스카이레이크는 지분 61%에 대해 7500억원(주당 4만원 수준)+유상증자 3000억원의 안을 제시했지만, 두산그룹이 거절해 거래가 성사되지 않아 시장에 공개매물로 나왔다. 
 
지금 단계에서 두산그룹이 희망가격을 낮출 이유는 딱히 없다. 두산그룹은 급박한 유동성 위기에서 사실상 벗어났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으로부터 1조원의 한도대출(크레디트라인)을 받았고, 약 6000억원(5억 달러)의 외화채권도 대출로 전환했다. 게다가 국책은행은 8000억원 안팎의 추가 자금 지원도 검토하는 중이다. 
 
그렇기에 SK,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들은 두산솔루스 대신 해외 기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미국, 유럽은 우리나라보다 코로나19 충격이 더 크다 보니 주가가 큰 폭으로 밀린 회사들이 더 많다. 실제로 주요국의 주가 지수 하락률은 한국보다 2~3배 더 크다. 8일을 기준으로 올해 1월 말과 비교해 볼 때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15%, 유로스톡스50 지수는 20% 각각 내렸다. 이에 반해 코스피 지수는 8% 하락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들과 미팅을 가지면서 느낀 점은 대기업들이 코로나19를 해외회사 M&A(인수·합병)의 큰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코파 펀드로 조달해 놓은 자금도 꽤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예전부터 관심 있었던 유럽 지역 매물이 있었는데 코로나19의 여파로 주가가 삼 분의 일 토막 났다"면서 "일본, 미국, 유럽은 우리나라처럼 방역이 뛰어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방역이 후진적이다 보니 주가도 우리나라보다 더 후진했다"면서도 "주가가 크게 떨어진 일부 회사들을 제외하면 투자 관심이 전무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