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적자' 에쓰오일, '차입·유동성 늪'에 빠지나
수익성 부진에 대규모 투자로 차입 부담 증가
올해 영업적자 전망에 유동성 우려도 제기
공개 2020-05-08 09:2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분기 영업손실 1조원이라는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거둔 에쓰오일(S-Oil(010950))이 차입금과 유동성에 대한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현금창출력이 약화된 가운데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어 업황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재무구조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에쓰오일은 전년 동기 대비 4.2% 줄어든 5조198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1조7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분기 영업손실 1조원 돌파는 에쓰오일 창사 이래 최악의 성적표다.
 
대규모 적자는 정유 사업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 때문이다. 유가 급락으로 인해 발생한 재고평가손실로 인해 정유 사업은 1분기 1조19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정유사는 2~3개월 전 원유를 구입해 가공한 후 판매하는 데 그 사이 유가가 변동하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올 들어 코로나19 확산에 의한 수요 감소와 산유국들의 패권 다툼으로 국제 유가가 급락했다. 두바이유 1월 평균 가격은 배럴당 64.3달러였는데 2개월이 지난 3월은 33.7달러까지 내려갔다. 에쓰오일의 1분기 재고평가 손실은 721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가를 뺀 가격인 정제마진도 악화됐다. 올 1분기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0.3달러에 그쳤는데 보통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석유제품을 생산할수록 손해를 본 것이다.
 
 
 
실적 부진으로 현금창출력이 저하되면서 재무부담은 커졌다. 에쓰오일은 지난 2016년까지는 투자 및 배당 부담을 내부창출재원으로 충당하면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해오다가 2017년 이후 총 4조8000억원의 복합석유화학 시설(RUC/ODC) 투자와 배당금지급이 늘어나고 업황 악화로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재무안정성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지난 2017년 자본적지출(Capex) 2조4158억원, 배당금 지급 803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5.2%, 283.3% 증가하자 잉여현금흐름(FCF)은 2016년 4399억원에서 2017년 -2조759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에는 자본적지출 2조417억원, 배당금 지급 6171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5.5%, 23.2%로 줄었음에도 총영업현금흐름(OCF)은 5937억원으로 1년 전보다 57% 감소하면서 잉여현금흐름은 -2억947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자본적지출 8276억원, 배당금 지급 292억원으로 전년 대비 대폭 축소했음에도 총영업현금흐름이 5743억원에 그치며 잉여현금흐름은 -1774억원으로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은 2017년 4조8442억원에서 2018년 6조4031억원, 2019년 6조6927억원으로 점차 증가했으며 차입금 의존도 역시 2017년 32.1%에서 2018년 40.1%, 2019년 41%로 상승했다.
 
에쓰오일은 유동성 우려도 존재한다. 지난해 말 기준 당좌비율은 42.3%이다. 당좌비율은 유동자산에서 재고자산을 제외한 당좌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값으로 단기지급능력을 보여주며 100% 이상이 돼야 양호한 것으로 판단된다. 회사의 지불 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97.9%다. 유동비율은 2대 1의 법칙이라고 해서 200% 이상이 이상적인 것으로 여겨지는데, 100% 미만인 경우는 위기가 닥쳤을 때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
 
 
 
특히 에쓰오일은 전체 차입금 중 44.3%인 2조8251억원이 단기차입금으로 만기에 대한 부담이 크다.
 
다만 지난 3월 6800억원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에쓰오일은 조달한 자금으로 10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을 상환한다. 실제 5916억원은 원유도입자금과 시설자금으로 사용된 은행차입금을, 1300억원은 9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갚는다는 계획이다.
 
10월 만기인 2300억원의 회사채가 남아있지만 추가 회사채 발행을 통한 상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에쓰오일의 신용등급이 AA+로 우량한데다가 올해 3월 국내 기업 전체 회사채 발행액이 전년 동월 대비 7.4% 줄어든 상황에서도 4000억원 발행 목표에 1조1400억원의 수요가 몰리며 발행금액을 6800억원으로 늘렸던 경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최악의 업황에 따라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는 가운데 신용등급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불안감을 키운다. 실제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4월 영업실적 부진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연결 기준 조정순차입금/EBITDA(배)가 3.8배까지 상승해 신용등급 하향 요건인 연결 기준 조정순차입금/EBITDA(배) 1.5배를 대폭 초과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에쓰오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송수범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차입금 절대 규모가 대폭 증가한 상태여서 본격적인 개선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에쓰오일은 2024년까지 7조원을 투입하는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실적발표 컨퍼러스콜에서 투자 연기를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히기도 했다.
 
에쓰오일은 2분기까지 적자가 예상되며 이 영향으로 올 한 해 영업손실이 추정된다. 교보증권(030610)은 2020년 7780억원의 영업손실을, NH투자증권(005940)은 1조78억원의 영업손실을 전망했다. 계획대로 투자가 진행된다면 추가 차입을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에쓰오일은 10월 만기 회사채의 경우 하반기 추가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보유 현금을 통해 상환한다는 입장이다.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는 내년 투자의사결정(FID)이 계획된 만큼 투자를 검토하는 기존 스탠스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올해 실적 부진으로 인한 걱정은 이해되지만 현재 유동성 문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