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해외현장 추가 손실 우려 현실화될까
공사미수금 대손처리로 영업이익 19.4% 감소
발주처 재정 악화에 공사 지연 등 추가 손실 가능
공개 2020-05-04 09:1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현대건설(000720)의 기존 해외사업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해외공사 잔여 매출채권 전액을 대손충당금 처리하면서 1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줄어든 가운데 코로나19와 저유가의 장기화 여부에 따라 일회성이 아닌 추가 발생도 가능하다.
 
금감원 전자공시스템이 따르면 현대건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6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4%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4.1%로 1.2%p 하락했다.   
 
 
 
이는 베네수엘라 푸에르또라크루스 정유공장 현장에 대해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잔여 매출채권 630억원을 전액 대손 처리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정유공장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공정률은 94%로 오는 9월30일 완공을 앞두고 있었지만 현대건설은 급격한 저유가 상황 속에서 정상적인 대금 수령이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
 
문제는 저유가 지속 상황에 따라 이 같은 일회성 손실 발생이 추가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주 발주처인 중동국가들의 재정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저유가 충격으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등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각각 -2.3%, -3.5%, -6%로 전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재정위기에 대비한 국채를 발행했으며 특히 이라크 정부는 재정악화로 공공부문 근로자들의 급여를 절반 이상 지불하기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건설이 지난 2014년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한 이라크 카르빌라 정유공장의 경우 2016년 이라크 정부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해 공사가 지연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사태로 인해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건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 카르빌라 정유공장 현장의 공사미수금은 451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공정률은 84%로 2022년 2월16일 완공예정이다. 
 
싱가포르 투아스 핑거3 매립공사 현장 전경. 싱가포르의 셧다운으로 인해 현재 공사가 중단됐다. 출처/현대건설
 
코로나19에 따른 공사 중단·지연도 예상된다. 이달 초 싱가포르가 일시적 업무중지(셧다운)를 6월까지 시행하면서 현대건설이 수주한 태콩섬 매립, 투아스 핑거3 매립 등 현장 공사가 중단됐다.
 
증권업계도 해외 현장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성정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향후 저유가의 장기화 여부가 해외 현장 추가 손실의 핵심 변수로 판단된다”라고 밝혔고, 김세련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미수금 전액을 손상 처리하는 것이 베네수엘라에 국한된 이벤트일 수 있으나 저유가 기조에 따른 여타 해외 프로젝트의 공사 지연 또는 기성 미수금 등의 리스크를 현시점에서 열어놓고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은 국가차원에서 셧다운이 시행된 싱가포르를 제외하고는 차질 없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는 코로나19 확산, 저유가 문제가 발생하기 전부터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으로 다른 산유국에서는 아직까지 위험신호가 감지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나 저유가로 인해 공정이 지연돼 힘든 점은 없다”라며 “다만 이 사태가 언제까지 갈지 계속 모니터링은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