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유에이피 'BW 발행', 코로나 바로미터 되나
상환자금 등 조달 위해 250억원 규모 BW 발행…인수단 있어
사업 포트폴리오 스티어링 휠 제조가 유일…현대·기아차 벤더
공개 2020-05-04 09:3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현대·기아차 벤더사 대유에이피가 전환사채(CB) 풋옵션 행사 등을 대비하기 위해 일반공모 방식으로 250억원을 조달한다. 인수단이 있고 실권수수료도 비교적 높지 않아 자금조달은 차질 없이 이뤄질 전망이지만, 대유에이피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자동차 스티어링 휠 제작으로 한정돼있어, 금번 공모 결과는 코로나19와 국내 완성차 부품업계의 상관관계를 지켜보는 '투심 바로미터'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대유에이피(290120)는 25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나선다.
 
주주 우선 공모 없이 곧바로 일반공모에 들어가는 구조다. 대신 인수인으로 KB증권과 한양증권이 참여한다. 두 회사는 일반공모 후 발생한 실권주를 전량 인수하게 된다. 대신 대유에이피는 잔여물량 포함 최종 인수금액의 7%를 실권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실적 및 재무구조가 다르기는 해도, 최근 유상증자 및 BW발행을 진행하는 코스닥 업체들이 15%의 실권수수료를 약속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높지 않은 수준으로도 볼 수 있다.
 
금번 공모BW 발행은 신주인수권부(워런트)와 채권이 분리된 형태로 발행된다. 또한 발행 후 12개월 후부터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표면이자율 2%, 만기이자율 4%다.
 
투자자 우위의 상품인 셈이다.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는 배정금액에 상당하는 채권을 받고, 채권을 행사가액(주당 6714원 예정)으로 나눈 만큼 워런트를 부여받을 수 있다. 채권과 워런트는 개별적으로 매각할 수 있다. 여유자금이 있다면 이자수익과 신주인수를 통한 차익을 동시에 노려볼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채권매각 또는 풋옵션 행사 후에도 워런트는 남는다. 최저 청약금액은 500만원이다.
 
BW발행 주관을 맡은 KB증권은 대유에이피 워런트 가격을 주당 1591원으로 책정했다. 블랙-숄즈 옵션모형에 대입할 역사적 변동성 지표로는 20영업일(4월24일 기준)을 이용했다. 지난해 대유에이피 주식은 희토류 대체소재로 일컬어지는 ‘그래핀’ 특징주로 묶여 1만원대 중후반까지 올랐다가 재차 급락했고,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 여파 등으로 추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즉, 산출된 가격은 코로나19, 그래핀 등 급등락 요인이 대략적으로 희석된 가격인 셈이다.
 
대유에이피는 2018년 말 상장했다. 사진/한국거래소
 
대유에이피는 공모자금 중 130억원을 올해 6월 말부터 풋옵션 행사 가능한 제1회 전환사채(CB) 상환 대비용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해당 CB의 전환가액이 리픽싱 한계 수준(70%)인 주당 7197원까지 조정됐지만, 현재 주가는 그보다 낮은 6000원대 초반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109억원은 원재료 매입 등 운전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대유에이피는 “당사의 최근 평균 주가가 전환가격보다 낮아, CB 발행대상자들이 풋옵션 행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대유에이피 공모BW 흥행은 코로나19가 좌우하게 될 전망이다. 대유에이피가 자동차 스티어링 휠 제조사업만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 산업과 궤를 같이하는 셈이다.
 
완성차는 필수재 성격으로 전환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치재 성격도 띠고 있기 때문에 소득탄력성이 높아 거시경제 변수에 민감하다. 즉,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위축되면 실업률 등이 늘어나 완성차 수요는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대유에이피 실적도 줄어들 수 있는 구조다.
 
특히 대유에이피 실적은 현대차(005380), 기아차(000270)와 같은 흐름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유에이피가 현대·기아차에 투입되는 스티어링 휠 물량의 60% 이상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공급물량의 50%를, 기아차는 70%를 수출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대유에이피 공모BW발행 흥행 여부는 코로나19와 국내 자동차 부품업 간 상관관계를 바라보는 투심의 척도로도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지웅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대유에이피는 현대·기아차 해외 공장에 대한 매출 비중이 높아 코로나 19 팬데믹 영향으로 인한 실적 저하폭이 여타 부품사 대비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민유성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도 “주 거래처인 현대·기아차와의 안정적인 영업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코로나19 여파로 전방 완성차 수요가 감소해 전반적인 매출규모와 이익창출력은 축소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대유에이피의 BW 행사가액은 5월7일 확정된다. 이후 청약은 5월12~13일 양일간 진행된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