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보험, 팔수록 손해나는데…롯데손보, 수익개선 답 없나
장기보험 출혈 경쟁, 사업비 증가로 팔아도 손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보험영업 타격 우려도
공개 2020-04-27 09:2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롯데손해보험(000400)이 수익성 회복을 위해 장기 보장성 보험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지만 경쟁 심화로 인한 비용 증가로 인해 장기보험 역시 적자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장기보험의 신계약을 늘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영업손실 709억원, 당기순손실 512억원을 기록했다. 장기·일반·자동차보험의 손해율 상승과 지난해 10월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에 인수되면서 발생한 매각 위로금, 명예퇴직금 등 일회성 비용 탓이다.
 
 
 
올해는 수익성 개선이 최우선 과제다. 이를 위해 보험료 납입기간이 길고 자동차·화재보험 등 물적보험보다 수익성이 높은 장기 보장성 보험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동안 높은 손해율로 실적의 발목을 잡았던 자동차보험은 영업조직 축소, 인수지침 강화 등을 통해 비중을 점차 줄이고 있다.
 
다만 장기 보장성 보험 역시 사업비와 손해율로 인해 손실을 보고 있는 상품이라는 점이 문제다.
 
롯데손해보험의 지난해 장기보험 사업비율은 전년 대비 2.1%p 오른 23.3%다. JKL파트너스에 인수되기 전인 9월 말에는 19.9%로 이때와 비교하면 3.4%p 상승했다. 이는 손해보험사 간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손해보험사들이 장기보험에 집중하는 영업을 하면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제 삼성화재(000810), 현대해상(001450), DB손해보험(005830), KB손해보험 등 4곳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0% 이상 줄었는데 메리츠화재(000060)는 유일하게 28.7% 증가했다. 장기보험에 집중, 신계약이 늘어난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이에 손해보험사들은 적극적으로 장기보험 영업에 뛰어들었고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의 장기보험 원수보험료는 53조975억원으로 1년 전보다 5%(2조5260억원) 증가했다. 덩달아 손해보험사의 평균 장기보험 사업비율은 24.3%로 1년 전보다 2.1%p 상승했다.
 
장기보험 사업비율 상승은 대부분 법인보험대리점(GA)에 지급되는 수수료와 성과수당이다. 장기 보장성 보험은 GA에서 주로 판매된다. GA는 특정 회사의 상품이 아닌 대부분의 생명·손해보험사 상품을 팔며 설계사들은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판매촉진을 위해서는 수수료 및 성과수당 등의 유인책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이는 사업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롯데손해보험은 조직 관리를 통한 사업비 절감을 추진 중에 있기 때문에 초기 정착비, 교육비, 점포운영비 등 비용이 발생하는 전속채널을 줄이고 있다. 지난해 롯데손해보험의 GA채널 판매비중은 76%에 달했다.
 
사업비율의 상승은 장기보험 합산비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 합산비율은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한 것으로 100%가 넘으면 판매할 때마다 손해를 보게 된다. 작년 롯데손해보험의 장기보험 합산비율은 114.7%로 업계 평균 111.2%보다 높았다. 수익성 개선의 핵심으로 삼았던 상품 역시 적자를 보는 구조인 셈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기 침체로 급전 마련을 위한 보험해지가 늘어나는 등 영업환경이 좋지 않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 빅5(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의 3월 해지환급금은 1조1593억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32.2% 늘었다.
 
보험해약은 대표적인 불황지표로 꼽힌다. 보험상품은 초기에 사업비를 많이 떼기 때문에 만기 전에 해약하면 납입한 보험료 전액을 받을 수 없음에도 당장의 자금마련과 월 납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기 때문이다. 장기보험의 유지나 가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대해 롯데손해보험 측은 작년에 진행했던 명예퇴직으로 인해 줄어든 인건비나 자동차보험 축소로 절감한 비용을 GA 판매 수수료로 제공하는 방법 등 자금의 효율적 사용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안정적인 운용자산이익률을 유지해 보험영업 쪽에서의 손실을 만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롯데손해보험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6%로 업계 평균 3.7%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롯데손해보험 관계자는 “수익성 회복을 위해 적자 폭이 큰 자동차보험을 축소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라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보험영업 타격에 대한 우려에도 월별 목표로 삼은 장기보험 판매량을 달성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