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젠, 미 투자자 수요예측 불가…흥행 걸림돌 될까
미국법인 소마젠, 미국에 증권신고서 미제출…“절차 간소화”
IB업계 “공모 규모 작아 흥행 지장 없을 듯”
공개 2020-04-23 09:2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는 미국 소재 바이오 기업 소마젠이 미국 증권거래법 규정에 따라 금번 수요예측에 미국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없게 됐다. 다만, 투자은행(IB) 업계는 소마젠 공모 규모가 크지 않으므로, 미국 투자자 참여 제한이 수요예측 흥행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외국 기업 중에서 처음으로 기술특례 상장에 도전하는 소마젠은 금번 기업공개(IPO)에서 미국 기관투자자의 투자를 받을 수 없다.
 
미국 증권거래법에 명시된 ‘레귤레이션 S(Regulation S)’에 의한 제한이다. 소마젠은 코스닥 상장사 마크로젠(038290)의 자회사로 미국 메릴랜드 주에 위치해있으므로 미국법의 영향을 받는다.
 
원칙적으로 소마젠은 상장절차를 밟기 위해 미연방 증권거래위원회(SEC)에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소마젠은 절차상 편의를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공모규모 대비 과도하게 투입되는 시간적·금전적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증권신고서 미제출에 따라, 소마젠은 금번 IPO에 레귤레이션 S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 요건을 적용하면, 소마젠은 금번 수요예측에서 "역외거래(offshore transaction)"만 할 수 있다. 미국에 있는 투자자의 청약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더불어 소마젠은 "미국을 겨냥한 매각노력(directed selling efforts)"도 할 수 없다. 미국투자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홍보물 출판 및 리서치 등의 행위도 불허된다는 뜻이다.
 
만약 소마젠이 레귤레이션 S를 어긴다면, 민·형사상 처벌과 정지명령 등 행정조치를 부과받을 수도 있다. 위반 가능성은 극히 적다. 미국 기관투자자의 투자참여가 시스템 상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소마젠 정관에도 레귤레이션 S 위반에 대한 청구 권리 거부 등이 명시돼있다.
 
소마젠 최근 실적 추이. 사진/뉴스토마토DB
 
다만, 미국 투자자의 수요예측 참여가 불가능하므로, 소마젠은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 국내 및 아시아지역 기관투자자 투심잡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소마젠은 IPO를 통해 575억원 이상을 모집할 예정이다. 소마젠 상장 주관사인 신한금융투자가 소마젠의 주당 공모가액 밴드를 1만3700~1만8000원으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신한금투는 소마젠의 2023년 예상 당기순이익에 42.4배의 주가수익비율(PER)과 23~42%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소마젠 상장 밸류에이션 산정을 위한 비교기업으로 국내의 씨젠(096530), 나노엔텍(039860), 그리고 미국의 퀴델코퍼레이션(Quidel Corporation)을 택했다. 이들 기업은 ‘진단키트’라는 키워드로 묶여있다.
 
현재 소마젠 매출의 99%가 유전체분석 사업에서 나오고 있으므로 완전히 부합하는 비교그룹이 없는 데다가, 소마젠이 미래 먹거리로 장내 미생물 검사 키트 ‘거트바이옴(GutBiome)’ 등을 낙점했기 때문이다. 실제 소마젠은 밸류에이션 기점이 된 2023년에 거트바이옴으로 당해 매출총액의 47%인 3325만달러(한화 약 410억원)를 낼 계획이다.
 
업계는 미국투자자 참여 제한이 소마젠 수요예측 흥행을 방해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마젠 공모액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미국투자자 수요예측 참여 제한이 흥행 걸림돌로 작용하려면 공모액이 1조원은 넘어야 할 것”이라며 “소마젠 수요예측은 국내 및 홍콩·싱가포르 기관투자자 참여로도 충분할 거라 본다”라고 말했다.
 
한편, 소마젠 주식은 미국 증권거래법에 따라 상장 후 1년 동안 “미국에 있는 자(US person)”와의 거래가 금지된다. 미국 내 증권신고서 미제출에 따른 자국(미국) 투자자 보호 조치다.
 
소마젠 상장은 올해 5월 중으로 예정돼있다. 즉, 미국 투자자의 소마젠 주식거래가 2021년 5월 이후에 가능하게 된다. 달리 말하면, 내년 이후에 외국인에 의한 소마젠 주식 반등 시점을 가늠해 볼 수도 있는 셈이다. 유사사례도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저지 주에 있는 코스닥 상장사 엑세스바이오(950130)의 상장 초 외국인 지분율은 0%였지만, 레귤레이션 S가 해제된 직후 외국인 지분율은 11%로 불어난 바 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