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현대HCN 인수전'…LG유플러스는 눈길 안 줘
LG유플러스 내부, LG그룹 재가 가능성 낮게 점쳐
사실상 매수자(Buyer) 우위 시장 형성
공개 2020-04-20 09:1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현대에이치씨엔(126560)(현대HCN)이 공개매물로 등장하면서 업계는 유료방송시장의 큰 손인 SK텔레콤(017670)LG유플러스(032640)의 2파전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인수후보로 꼽히는 LG유플러스는 현대HCN에 눈길을 안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유플러스는 현대HCN을 인수하기보다는 지난해 인수한 LG헬로비전(037560)의 내실 강화에 더욱 포커스를 맞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이번 딜에 정통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현대HCN을 인수하려는 의지가 낮다"면서 "의지가 낮은 만큼 LG유플러스의 인수를 위한 준비도 상당히 더디다"라고 평가했다. 이어서 그는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인수한 LG헬로비전의 PMI(인수 후 통합)에 더욱 방점이 찍힌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료방송시장 가입자수와 시장점유율. 출처/뉴스토마토
 
LG유플러스는 신규 투자를 선뜻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LG유플러스는 CJ ENM(035760)으로부터 LG헬로비전(구 CJ헬로비전)의 지분 50%+1주를 지난해 말 인수했다. 인수 대가는 8000억원이다. LG헬로비전 인수자금 대부분은 외부에서 조달했다. 
 
게다가 신규 투자도 예정돼 있다.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과 같은 5G 콘텐츠 제작·수급, 유무선 융복합 기술개발 등에 5년간 2조6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이는 최근 5년 간 관련 분야에 집행한 연평균 투자액 대비 두 배가량 증가한 규모다. 
 
차입금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LG헬로비전의 차입금이 더해지며 지난해 말 총차입금은 5조 771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 말 2조 9711억원보다 94.2%(2조 8005억원) 늘어난 것이다. 
 
이영규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인수자금 대부분을 외부차입을 통해 조달할 예정인 점과 LG헬로비전이 보유한 차입금을 고려할 때 인수 이후 연결 기준 차입금 규모는 상당 폭 증가했다"라면서 "LG헬로비전 인수·합병(M&A) 이 외에도 5G 투자 등과 관련하여 중기적으로 투자소요 확대가 나타날 예정이어서 과거와 같은 재무구조 개선 추세의 지속 여부에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정부는 인수를 승인하면서 LG유플러스의 주요 5G와 LTE요금제(무제한 제외)를 모든 알뜰폰사업자(MVNO) 도매가로 제공해야 하는 조건을 걸어 수익성 저하도 예상된다. 차입금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가운데 수익성과 콘텐츠와 기술 투자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따라서 자체적으로 현대HCN을 인수하기 위해선 상당한 무리수를 띄워야 한다는 의미다.
 
남은 것은 LG(003550)그룹 차원에서의 지원이다. 하지만 그는 "LG유플러스의 재무상태로 현대HCN을 인수하려면 LG그룹의 허가와 재무적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코로나19 여파로 LG그룹의 다른 사업부 사정도 좋지 않아 LG그룹에 인수 허가를 받을 가능성은 낮게 점치고 있다"라면서 "또한 그룹 차원으로 재무적 지원을 받기는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LG그룹 차원에서 현대HCN 인수를 지원해 줄 명분이 떨어진다. 그는 "LG유플러스가 그룹 차원에서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다른 사업 부문의 이익률보다 통신, 그중에서도 유료방송의 수익성이 좋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의 현대HCN 투자는 LG그룹의 다른 사업 부문과 비교할 때도 밀릴 공산이 크다. LG그룹은 전자와 화학 부문이 그룹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LG그룹을 대표하는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사업부는 현재 '빨간불'이 켜져 있는 상태다. LG디스플레이(034220)는 지난해 3조원(2조8720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냈으며, LG전자(066570)의 스마트폰 사업부 역시 1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 실적(좌)와 전장 사업부 실적(우). 출처/LG전자
 
그렇다고 지난해 있었던 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의 핵심 사업 부문도 아니다.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LG는 그룹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사업 재편을 단행했다. 키워드는 '4차 산업과 일감몰아주기 논란 해소'다. LG그룹은 기존의 화학, 전자, 통신, IT 등의 산업은 그대로 영위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과 로봇, 자동차 전장 부품 등 4차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 내 사업군을 재편했다.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LG퓨얼셀시스템즈 △LG히타치워터솔루션 △판토스 △서브원 △LG유플러스의 PG사업부 등을 청산 혹은 매각했고, 차량용 조명업체인 ZKW를 1조 40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송종휴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중단기간 그룹 전반의 외형과 이익규모 추이는 LG디스플레이의 경영성과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면서 "LG유플러스는 자체 조성하는 영업현금 규모를 크게 웃도는 투자를 지양하는 재무정책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현대HCN 매각전은 매수자가 유리한 시장으로 가고 있다"라면서 "현대HCN을 제외하더라도 인수 가능한 곳이 딜라이브와 CMB 등 2곳이 더 있어 현대백화점(069960) 그룹이 유리하게 인수전을 끌고 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