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로 세상보기
보험사 회계기준 변경이 미치는 영향
공개 2020-04-17 08:30:00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IFRS17 또 연기…일단 한숨 돌린 보험사" "IFRS17 시행 1년 연기…보험사들 '자본확충' 시간 벌어"
 
보험회사의 회계기준 변경이 중요한 이슈가 되었던 지난 3월의 신문기사 제목이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보험회사의 실질위험을 반영하고, 보험회계기준을 전 세계적으로 통일시키고, 제조업 재무제표와의 비교가능성을 높이기 위하여 국제회계기준17(IFRS17 보험계약)의 도입을 추진하였다. IASB는 지난 3월17일 영국 런던에서 회의를 열어 IFRS17 시행시기를 2023년 1월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IFRS17은 당초 2021년 도입 예정이었으나 2022년으로 연기되었다가 이번에 다시 연기된 것이다.
 
보험회사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금(보험부채)을 현행 회계기준에서는 원가로 기록하는데 IFRS17에서는 시가로 평가해 회계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차이다. 현행 원가평가 방식은 보험부채가 처음에 확정되면 계속 그대로 기록하지만, 시가평가 방식은 매년 보험부채가 달라진다. 과거 5∼6%대의 확정형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판매한 보험회사들은 현재의 저금리하에서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에서는 이 금액을 모두 부채로 기록하므로 부채가 증가하게 된다. 적정 수준의 재무건전성(지급여력(RBC)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자율이 다시 5∼6%대로 상승하거나 증가한 부채에 맞추어 자본을 늘려야 한다는 점에서 보험회사의 고민이 있다. 이자율이 더 하락하는 현 상황에서 이자율이 5∼6%대로 다시 상승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자본확충도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IFRS17 도입 논란은 회계기준의 변경이 기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IFRS17만큼 회계기준의 변경에 대하여 기업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경우가 없었던 것 같다.
 
회계기준의 변경이 중요한 이슈가 된 적은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다. 
 
1997년 말 IMF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환율이 급등하였다. 이에 따라 외화부채가 많이 증가하고 관련 비용이 증가하여 대부분의 기업이 손실을 보고할 위기에 처하자 그 당시 정부에서는 연말에 회계기준을 갑자기 변경하여 환율인상으로 인해 증가한 비용을 자산으로 기록하도록 한 적이 있었다. 환율인상으로 외화부채가 급증하여 기업이 부도위기에 처하게 되었는데 자산도 함께 증가하여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바뀌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황당한 회계기준 변경은 IMF 외환위기 당시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잃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고, 우리나라가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2011년 IFRS를 처음 도입하였을 때 IFRS에는 영업이익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없었다. 따라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코스닥 상장회사 69개 중 41개가 2011년 영업이익을 보고하여 상장폐지를 면하였다.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코스닥 상장회사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어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 것을 피한 것이다. 그러나 이 중 20개 회사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하여 장부상으로만 영업이익을 기록하였다. 실제로는 영업손실이었으나 새로 도입한 IFRS의 모호성을 이용하여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하여 상장폐지를 면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업이익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으로 회계기준이 변경되었다.
 
IFRS17 도입의 1년 연기로 보험회사들은 1년간의 시간을 벌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시간이 1년 늦추어진 것뿐이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경제적 실질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는 IFRS17의 적용이 바람직한데, 문제는 보험회사들이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IFRS17의 도입은 시기만의 문제이며 어차피 도입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보험회사가 빠른 시일 내에 적절한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회계기준의 변경이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도를 걷는 것이 필요하다. 보험회사의 빠른 준비로 IFRS17 도입으로 우리나라 보험회사가 피해를 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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