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악재 직격탄' 대우건설, 해외사업 위축될까
코로나19·유가급락으로 전망 불투명
공개 2020-04-09 09:2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해외수주 회복을 노렸던 대우건설(047040)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과 국제유가 급락이라는 악재에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국경이 폐쇄되면서 공사기간 지연 등 기존 프로젝트의 추가 비용 발생과 예고됐던 발주의 지연 또는 취소 가능성이 커지면서 1분기 실적 전망치는 전년 동기보다 악화됐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대우건설은 매출 8조6519억원, 영업이익 364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8.4%, 42.1% 감소했다. 매출의 경우 지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1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2016년 3분기 회계법인의 감사 의견 거절로 서울권 정비사업 수주에 어려움을 겪었고 2018년 분양가 산정 이견 등으로 일부 사업이 지연된 결과, 2019년 매출·영업이익이 동반 부진했다.
 
대우건설 2019년 신규수주 현황. 출처/대우건설
 
다만 신규수주에서 성과를 내며 올해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지난해 대우건설은 10조6391억원의 신규수주를 달성했는데 1년 전보다 9.9% 늘어났다. 지난해 초에 제시했던 신규수주 목표액 10조5600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덩달아 수주잔고도 32조8827억원으로 8.1% 증가했다.
 
이를 두고 대우건설은 올해부터 실적 반등이 가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5조원대의 나이지리아 LNG 트레인(Train) 7과 5884억원 규모의 모잠비크 LNG 에어리어(Area)1의 본계약 체결 등 그동안 부진했던 해외 사업의 수주 개선을 자신했다. 대우건설은 올해 목표로 매출 9조1000억원, 신규수주 12조8000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과 국제유가 하락으로 이 같은 전망에 먹구름이 끼었다. 우선 대부분의 국가에서 대한민국 국민이나 우리나라를 거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공사가 차질을 입을 수 있다.
 
지난해 계약잔고가 500억원 이상 남은 대우건설의 해외수주 잔고를 살펴보면 쿠웨이트, 인도, 싱가포르, 카타르, 이라크, 알제리, 나이지리아, 인도, 필리핀 등 국가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이들 국가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우건설은 현재 기존 인력으로 공정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 경우 신규 인력 투입 등의 어려움으로 공사기간 지연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공사기간 지연은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그동안 해외공사의 높은 원가율로 인해 손실을 입어왔던 대우건설에게는 타격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대우건설은 카타르 이링(E-Ring), 에디오피아 고속도로 현장에서 총 7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하며 토목 원가율 117%를 기록했고 쿠웨이트 2개 현장에서 발주처의 설계변경 요청으로 직간접비가 600억원이 추가되며 플랜트 원가율 114%를 나타냈다. 이에 토목은 1811억원, 플랜트는 149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17년 모로코 사피 발전소 현장에서 3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견되며 호반건설로의 매각이 무산된 경험도 있다.
 
대우건설 2019년 부문별 실적.
 
유가 하락으로 인한 발주 지연이나 취소 우려도 커진다. 연초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섰던 서부텍사스산 원유와 두바이유는 7일 기준 각각 23.63달러, 26달러로 급락했다.
 
보통 유가가 급락하면 우리나라 건설사의 대표적인 해외수주 창고인 중동의 발주가 급감한다. 지난 2015년 배럴당 100달러가 넘던 유가가 20달러 선으로 내려가자 중동 지역 수주액은 2014년 313억5100만달러에서 2015년 165억3000만달러로 47.3% 감소했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는 올해 400억달러의 투자계획을 300억달러로 축소했다.
 
지난해 대우건설은 1조8000억원의 해외수주를 달성했다. 그리고 올해 해외수주 목표액으로 5조1000억원 제시했다. 지난해 달성액 대비 187.4% 늘어난 목표를 내세웠지만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올해부터 1월1일부터 4월7일까지 해외수주액은 8359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5.8% 줄었다.
 
또한 대우건설이 1분기 실적 반등의 핵심으로 제시한 나이지리아 LNG 트레인 7과 모잠비크 LNG 에어리어 1 본계약은 아직 체결되지 않은 상태다.
 
증권업계는 지난해보다 나빠진 1분기 실적 추정치를 내놓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의 경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5.8% 줄어든 1조9134억원, 영업이익은 10.1% 감소한 886억원으로 추정했으며 토목과 플랜트 신규수주액은 4865억원으로 28.8% 감소한다고 예측했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해외 매출액은 다소 부진했을 것으로 추정한다”라며 “대우건설의 적극적으로 영역을 넓혀온 LNG는 단기적으로 저유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유가 급락으로 산유국과 에너지 기업의 투자는 당분간 축소되거나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 대우건설은 수주산업인 건설업의 특성상 과거 2~3년 수주해놓은 공사의 진행 부분이 매출로 인식되기 때문에 올해 매출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이란 입장이다. LNG 프로젝트의 경우 현재 발주에 대비하는 사업들이 당장 올해 수요를 보고 공사를 하는 것은 아니기에 코로나19나 유가 급락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나이지리아와 모잠비크 등의 본 계약은 곧 체결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이들 계약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해외수주 목표 달성에 우려는 없지만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