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왜 솔브레인에 ‘과다 퇴직금’ 꼬리표를 붙였나
솔브레인 “세법 개정에 따른 해석 차이…국민연금은 그럴 수 있어”
근로기준법 해석 '주목'…성과급도 퇴직금 붙을 가능성은 있어
공개 2020-04-08 09:2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코스닥 매출 1조 클럽 솔브레인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임원 퇴직금 과다’라는 지적을 받았다. 회사 측은 소득세법 개정안에서 퇴직금 적정 범위를 줄이다보니 과다하다는 해석이 대두됐을 뿐, 실제 퇴직금 규모는 늘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다만, 근로기준법 해석에 따른 퇴직금 증가 가능성은 혼재하는 형국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솔브레인(036830)은 올해 열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으로부터 ‘임원퇴직금 지급규정 변경안’에 대한 반대표를 받았다.
 
국민연금은 반대사유를 “퇴직금 지급률 과다”라고 밝히면서, 반대근거로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활동 지침 세부기준 제35조를 댔다. 해당 항목에는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퇴직금 지급에 대하여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라고 명시돼있다.
 
솔브레인의 퇴직금 변경안에 따르면, 퇴직금 산정 원천금이 되는 퇴직부담금 산정 기준이 ‘평균임금 30일분*근속년수*프리미엄(지급률)’에서 연간 ‘9%*임원프리미엄’ 적립으로 변경됐다. 또한 프리미엄 적용대상이 되는 임원의 직급체계도 기존의 ‘대표이사―부사장·전무·상무―이사·감사’ 3단계에서 ‘회장―사장―부사장·전무―상무―이사’의 5단계로 바뀌었다. 
솔브레인의 불화수소 생산장비. 사진/솔브레인
 
솔브레인은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 이유를 소득세법 개정안 등에서 찾고 있다.
 
정부는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기업 임원진 퇴직금 프리미엄 적정 배수를 기존 3배에서 현행 2배로 낮췄다. 임원 퇴직금 적정규모를 축소하고, 그 수준을 ‘프리미엄 2배’로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과 마찬가지다.
 
소득세법 등에 따르면, 기업 규정에 퇴직금 프리미엄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을 경우, 최초 기준액의 2배가 넘는 금액은 퇴직금이 아닌 상여금 등으로 취급돼 세금도 퇴직소득세가 아닌 근로소득세로 부과된다. 근로소득세가 적용되면 공제액 등이 감소해 결과적으로 적용세율은 더 높아진다.
 
솔브레인은 금번 퇴직금 개정안에서 회장에게 3배, 사장에게 2.5배를 적용했다. 이전과 유사한 수치이지만, 세법 개정 취지에는 역행하는 셈이다. 기존에도 솔브레인은 회장·대표이사에 3배, 부사장 이하에 1~2배를 차등 적용했다.
 
솔브레인 관계자는 “기존 퇴직금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지 결코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세법 변경으로 퇴직금 손금 인정범위가 감소했기에 국민연금 입장에선 과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아무래도 정부 방향을 따라가려고 하지 않겠나”라며 “소명할 기회도 있었지만 어차피 외인 등 기타 주주들의 찬성 비중이 매우 높아 반대 사유를 묻지 않았다”라고 언급했다. 나아가 이 관계자는 “금번 퇴직금 규정 변경은 불법도 아니고 특이한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퇴직금 규정 변경에 대한 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국민연금의 솔브레인 지분 보유량은 5% 미만이라 변동분이 공시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은 힘을 내지 못한 셈이다.
  
솔브레인 지분율. 사진/뉴스토마토DB
 
내부정비 차원에서의 규정 변경도 있다. 솔브레인은 과거부터 확정기여형(DC)형 퇴직금 제도를 운영해왔는데, 기존 규정에 명시된 ‘평균임금’ 개념은 확정급여형(DB)에서 쓰이기 때문이다. 퇴직급여법은 DB형 퇴직부담금을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의 평균임금에 상당하는 금액 이상”으로 명시하고, 평균임금은 퇴직신청 직전 3개월의 일일 임금액으로 정의한다. 반면, DC형 퇴직금의 부담금 규모는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8.33%)으로 규정된다. 즉, '9%+프리미엄'은 DC형에 적합한 규정이다.
 
규정과는 별개로, 솔브레인은 실무적 차원에서 이미 퍼센트 지급률을 이용해 퇴직부담금을 산출해왔다. 실제로 솔브레인은 2018년 정지완 회장에게 8억2054억원의 임금총액을 지급했고, 이 중에서 경영성과급 성격의 상여금 제외한 급여를 6억8659만원으로 잡은 다음, 정 회장의 퇴직금 프리미엄인 3배를 적용해, 상여금 외 급여의 27%인 1억8537억원을 퇴직금으로 산출했다. 2019년은 대략 25%로 잡았다.
 
다만, 근로기준법 해석에 따라 퇴직금이 소폭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DC형이든 DB형이든, 퇴직금 산정의 최종 기준은 근로기준법의 임금 정의 해석에 따른 임금총액이 되므로, 정 회장이 받는 경영성과급이 임금의 정의를 충족하면 결과적으로 그에 대해 27% 내외의 퇴직금이 붙게 된다.
 
근로기준법은 임금의 정의를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으로 정의하고, 시행령은 ‘정기적이고 일률적’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동시에 시행령은 임금총액의 범위를 “임시로 지급된 임금 및 수당과 통화 외의 것으로 지급된 임금을 포함하지 않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해석의 여지가 있는 셈이다. 실제 판례 등에서는 정기적·일률적 요건 등이 집중 고려되고 있다.
 
일단 솔브레인은 손익목표치 초과에 따른 경영성과급을 수년째 주고 있다. 조직 실적이 좋으면 기준연봉의 27% 내에서 생산격려금(PI)를 연 1회 차등 지급하고, 회사손익이 목표의 90% 이상을 달성할 경우 초과이익의 20%를 이익분배금(PS) 형태로 연 1회 준다. 올해에도 PI와 PS를 모두 지급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흔히 말하는 상여금은 임금총액 범위에 포함하지 않고, 경영성과금은 정기적 요건 등 임금의 정의에 해당하면 퇴직금에 포함하고 상여금의 성격이면 포함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고시변경이나 대법원 판례 등을 참조해 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퇴직금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행정해석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연금은 솔브레인의 지난 2017년도 사업연도 주총(2018년 개최)에서도 이사 보수한도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당시 솔브레인은 이사진 4인에 대한 보수한도를 22억으로 잡고, 한도의 49%인 10억7000만원을 실제 보수로 지급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