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뀜 잦은 코스닥…3%룰에 감사 선임 대거 불발
3%룰과 의결정족수 충돌…1000만주가 30만주로 준다
코스닥 개인투자자 많고 손바뀜 활발…“떠난 주주가 왜 오겠나”
전문가 “3%룰 존재해야 할 이유 본질적으로 없어”
공개 2020-04-07 09:1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코스닥 상장사 20%가 감사 선임에 실패했다. 감사 선임에 대한 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상법상 조문과 의결정족수 요건이 충돌한 탓이다. 원활한 감사 선임이 이뤄지려면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율이 늘어나야 하지만,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고 손바뀜이 잦은 코스닥 시장은 명부상 주주와 주총 시점의 실제 주주가 다른 일이 많아 주총 참여율을 마냥 높이기도 어려운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손바뀜 문제 등을 지적하며 “그렇게까지 3%룰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6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올해 주주총회를 개최한 12월 결산법인 코스닥 상장사 중 의결 정족수 미달에 따른 안건 부결이 발생한 기업은 전체의 21.5%인 274개에 이른다.
 
지난해보다 70% 이상 늘어났다. 특히 감사·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부결 사유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업계는 ‘3%룰’ 부작용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은다. 상법은 자산 1000억원 이상 상장회사의 상근감사 선임을 의무화하고, 경영감사 선임에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발행주식의 3% 이하로 제한한다.
 
3%룰은 상법 제정 당시인 1962년에 도입됐다. 감사는 민법에 따라 기업의 재산상황·업무집행을 감시해야 하는데, 경영진과 최대주주가 대체로 일치하는 상황에서 보유 지분율이 감사 선임에 그대로 적용되면, 결과적으로 경영진 입맛에 맞는 사람이 감사로 뽑힐 수 있기 때문이다. 상법이 감사 선임 방법을 “주주총회”로 못 박고, 3%룰을 걸어둔 이유다. 즉, 주주가 직접 대리 감시자를 뽑으라는 의미다.
 
정기주주총회 부결현황. 출처/코스닥협회 등
 
의결정족수와의 충돌로 발생하는 3%룰 부작용
 
상법은 감사 선임과 같은 일반결의에 대한 의결정족수를 발행 주식의 25%와 출석 주식 수의 50% 이상 동시 충족으로 규정한다. 결과적으로, 감사 선임 부결은 3%룰과 의결정족수 요건과의 충돌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A기업의 의결가능 발행주식이 100주이며, 주주구성은 최대주주 40%(40주), 우호적 특수관계인 3명이 10%, 소액주주(1% 미만) 45%(45주)로 됐다고 가정하자. 상법은 3% 룰의 적용을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 “합계”로 정의하므로, 이들의 감사 선임 의결권은 발행주식의 3%인 ‘3주’로 고정된다.
 
실무 및 대법원 판례(2016다222996)상 3%룰에 의해 의결권이 소멸한 주식은 발행주식 총수에 산입하지 않으므로, 결과적으로 A기업의 감사 선임 의결정족수는 발행주식 48주의 25%인 12주로 조정된다. 즉, 최대주주·특수관계인이 감사 선임에 전부 찬성표를 던졌다고 해도, 안건 통과를 위해 소액주주 9표가 추가로 필요한 셈이다. 보통 기업의 발행주식수는 수백만~수천만주에 이르므로, 기업이 직접 나서서 소액주주를 모으기는 매우 어렵다. 의결권 대행업체를 쓰는 방법도 있지만, 수거 지분율에 따라 수억원의 비용이 들다 보니,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들은 처음부터 감사 선임 부결을 전제하기도 한다. 감사선임에 실패할 경우 일단 500만원의 과태료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억원이 넘는 의결 대행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상장사 일부는 애초에 감사 선임을 포기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자산 2조 미만 기업은 감사 선임을 감사위원회 설치로 갈음할 수 있지만, 역시 3%룰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상법은 감사위원회의 감사를 3명 이상(사외이사 2명 이상) 두라고 정하는데, 이때 사외이사 선임에는 모든 주주가 의결권 3% 제한을 받고, 그 외 이사 선임에는 최대주주·특수관계인만 3% 제한을 받는다.
 
2019년 개최된 삼성전자 주주총회 모습. 사진/뉴시스
 
개인 비중 85%‘그때는 맞고, 지금은 아닌데’ 주총 참여 왜?
 
코스닥 기업은 3%룰 부작용에 특히나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코스닥 기업의 21.5%에서 의결정족수 부족이 발생한 반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경우는 8.8%가량에 불과했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의 2018년도 자료를 참조하면 코스닥 개인투자자 비중은 무려 85%나 된다.
 
의결권 행사는 주주 의무가 아니므로, 현실적으로 소액주주는 ‘주가’에 주로 관심을 둔다. 게다가 상법상 의결권 확정 시기와 주총 개최시즌 사이에는 대략 3개월간의 공백이 있으므로, 그 사이 손바뀜이 발생하면 주총 참여유인은 더욱 적어진다.
 
한 의결권 대행사 관계자는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본 주주들이 의결권 행사를 거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라고 말했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코스닥시장 주식회전율이 2.2개월가량 되는데, 이를 달리 말하면 주주총회가 열릴 시점에는 이미 주주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주총 참여 유인이 적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사 IR담당자도 “3% 룰이 감사 선임에 영향을 미친다”라면서 “대기업이 아닌 이상 주주가 주총에 참여하는 일은 드물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대행사를 쓰는 것도 고려해봤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결국 접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올해 주총에서 정족수 부족으로 감사 선임 부결을 냈다.
 
2020년 개최된 삼성전자 주주총회 참석을 기다리고 있는 주주들. 주총 참여율이 적은 코스닥 기업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사진/뉴시스
 
전자투표 효과 미미 “떠난 주주 뭐 하러 오겠나”
 
3%룰 부작용은 2017년 섀도보팅 폐지로 크게 심화됐다. 섀도보팅은 주총에 참여하지 않은 주주들의 표가 찬반 비율대로 나눠져 투표한 것으로 간주되는 제도다. 정족수 채우기에 용이하지만, 한편으로는 일부 최대주주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악용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전자투표·전자위임장이 섀도보팅 대안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올해 주총 부결을 낸 274개 코스닥 상장사 중 85%가 전자 투표를, 81%가 전자위임장을 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투표나 전자위임장이 3%룰 부작용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본질을 호도한 것”이라며 “전자투표라고 해서 주주명부 확정일과 주총 시즌 사이에 손바뀜 한 주주들을 사로잡을 수 있겠느냐”라고 꼬집었다.
 
코스닥 상장사 IR담당자도 “전자투표 도입으로 투표율이 소폭 올라간 것은 맞지만, 부족한 정족수를 채우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3%룰 폐지’가 거론되는 이유다. 현재 권성동 의원은 3%룰 폐지를 발의했다. 미래통합당 윤상직 의원도 일반결의 의결정족수를 발행주식 총수의 5분의 1로 줄이자는 안건을 냈다. 현재 해당 안건은 국회 법제사법위에 3년째 계류되고 있다.
 
한 법조 관계자는 “3%룰은 과거에 대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중소기업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라면서 “현재 상법상 3%룰 적용 대상은 상장회사로 명시돼있으며, 물론 여기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구분 요건을 추가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는 있겠지만 법리나 제반 여건상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집중일을 피해서 주주총회를 개최하라는 말도 현실적으로는 전혀 맞지 않다”라면서 “2000개가 넘는 상장사가 있는데 사업보고서 처리기간과 상법에 명시된 주주명부 폐쇄 기준 허용기간(3개월)을 고려하면 몰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해서 명부 기준일을 다시 잡아버리면 손바뀜 한 주주들은 당연히 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섀도보팅 부활 역시 전자투표제 확대와 상충되는 점이 있으니,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도 3%룰을 굳이 유지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도 “외감법 도입으로 3%룰이 존재할 이유가 크게 적어졌다”면서 “3%룰 폐지가 최선”이라고 역설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