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현대HCN 오픈딜 전 SKT와 프라이빗딜 결렬
가격 눈높이 달라…헬로비전 딜,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
"5000억원 전후로 거래 가능성 높아…6000억원 넘기 힘들 것"
공개 2020-04-06 09:2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케이블TV 업계 5위인 '현대HCN'이 공개 매물로 등장한 가운데 현대백화점(069960)은 공개 매각을 선언하기 전 SK텔레콤과 현대HCN 매각에 관해 개별협상(프라이빗딜)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그룹이 원하는 가격을 받아내기 위해 공개 매각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현대HCN의 주요서비스 출처/현대HCN홈페이지
 
현대백화점 그룹은 자사 계열사인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현대HCN의 케이블TV(SO) 사업 부문 매각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달 30일 공시했다. 이를 위해 현대HCN의 방송·통신사업부문을 따로 떼어내 신설법인을 물적분할했다. 이 달부터 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인데, 경쟁 입찰을 선언하기 전부터 딜은 진행되고 있었다. 
 
3일 재계의 유력 관계자는 "SK텔레콤(017670)은 내부적으로 현대HCN 인수를 검토했다"라면서 "둘 간의 딜이 잘 되는 줄 알았는데 갑작스레 현대백화점이 매각을 발표해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SK텔레콤이 SK수펙스(SUPEX)에 이에 관해 상세한 보고를 하지 않은 것 같다"라면서 "이는 딜 규모가 작은 것도 있지만, 박정호 사장과 조대식 의장의 사이가 안 좋은 것이 더 큰 배경일 것"이라고 말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SUPER Excellent'의 약자로 SK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최태원 회장이 수감된 경영 공백기에 비상경영 의사결정기구의 역할을, 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뒤에는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HCN과 같이 조 단위를 넘지 않는 딜을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과 같은 기업의 중추인 회사가 진행할 땐 비밀유지를 위해 진행 절차 보고를 하지 않고 절차가 끝난 이후 SK수펙스에 보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결재를 받기도 한다. 
  
조대식 SK수펙스협의회 의장(좌)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우). 출처/뉴시스
 
 
둘 간의 협상이 꼬였던 까닭에 대해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가격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면서 "현대백화점이 퍼블릭 딜로 전환한 배경 역시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경쟁을 붙이려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마 SK텔레콤 이외에도 LG유플러스(032640)와도 접촉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HCN 매각전의 장점이자 단점은 지렛대로 삼을만한 사례가 너무 명확하다는 데 있다. 바로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037560)(구 CJ헬로비전) 딜이다. 지난해 유료방송시장은 일대 변혁을 맞이했다. 지난해 유료방송시장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빗장을 풀며 SK텔레콤은 티브로드를 합병했고,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을 인수했다. 
 
당시 LG유플러스는 CJ헬로비전을 인수하기 위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기반으로 밸류에이션을 했다. ARPU를 바탕으로 가입자 유지율, 매출 변동의 편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人)당 현재가치를 할인(DCF)한다. 이후 가입자수, 회사의 지분, 순차입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거래가격을 산출한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비전의 딜을 고려해 판단하면 현대HCN과 자회사 현대미디어의 기업가치는 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케이블 TV 가입자당 인수·합병(M&A) 가치인 40만원을 적용할 때 , 현대HCN 매각가치는 약 5240억원 수준으로 산출된다"라고 말했다. 
 
출처/뉴스토마토
  
하지만 현대백화점은 현대HCN의 가치를 그보다 더 높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대HCN은 마지막 남은 알짜 매물로 평가받는다. 딜라이브, CMB 등도 있지만 현대HCN은 두 회사보다 이익의 질이 좋다. 이는 강남, 서초 등 노른자 위 권역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대HCN의 지난해 매출은 2929억원, 영업이익은 408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3.9%다. 딜라이브의 4.4%(연결 기준), CMB의 9.1%보다 높다. 매출액으로만 비교한다면 딜라이브가 5177억원으로 현대HCN보다 높다. 하지만 무형자산손상차손이 발목을 잡는다. 딜라이브의 무형자산손상차손은 2017년 41억원, 재작년 230억원, 지난해 642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 638억원의 주요 원인이기도 했다. 
 
또한 이동통신 3사의 팽팽한 경쟁 관계는 향후 딜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는 유료 방송 시장에서 2,3위를 엎치락 뒷치락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이하 M/S)은 KT(030200)-KT스카이라이프가 31.31%,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24.72%,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24.03% 순이다. 
 
현대HCN을 누가 품느냐에 따라 그 효과는 상당하다. SK텔레콤이 현대HCN을 M&A할 경우, M/S가 28.79%까지 올라 2위는 물론 1위도 넘볼 수 있게 된다. 반면 LG유플러스는 3위로 내려앉게 되며, 그 격차도 3.38%에 이른다. 그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중 어느 한 곳이 현대HCN을 가져간다면 다른 한 곳이 피곤해진다"라면서 "본질가치보다 돈을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현대백화점이 경쟁을 붙이는 전략은 좋은 선택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5000억원 내외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며 6000억원을 넘기기는 상당히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백화점과 SK텔레콤은 이 같은 내용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부정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