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인감 사용에 회계오류…한국홀딩스 계열사 '골머리'
감사의견 '거절' 한국코퍼레이션…"인감 사용한 자금집행 통제 안 돼"
투자주의 환기종목 한국테크놀로지…"내부회계관리제도 취약"
공개 2020-04-02 09:2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김용빈 한국홀딩스 회장 휘하에 있는 기업들이 회계감사 문제로 악재를 앓고 있다. 한국코퍼레이션은 법인 인감 사용 기록 통제 미비 등으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됐고, 한국테크놀로지는 회계기준 오류로 투자주의 환기종목에 지정됐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한국코퍼레이션(050540)은 최근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았다.
 
‘의견거절’은 외부감사를 위한 자료 등이 부족해 평가의견 자체를 낼 수 없다고 판단할 때 나온다. 감사를 맡은 이정지율회계법인은 한국코퍼레이션 중요자금 거래의 타당성 등을 평가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특히 특수관계자 범위 및 거래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해 수정 필요 여부를 판단할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코퍼레이션은 한국홀딩스 등 19개 기업 및 펀드와 임직원·개인 등을 특수관계자로 설정하고 있다. 2019년 말 기준 37억원의 자금대여와 24억원의 차입을 시행한 바 있다.
 
이정지율회계법인은 제반 내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부정행위 등 보고”와 관련한 대면회의를 회사 측과 세 차례 진행했고, 결국 거절 의견을 내면서 그 원인을 인감 사용 통제에 대한 내부회계관리제도와 관련 있다고도 봤다.
 
이정지율회계법인은 “한국코퍼레이션은 인감의 사용 기록과 관련한 적합한 통제절차가 미비하다”라며 “인감을 사용한 자금 집행이 완전하게 통제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라고 밝혔다.
 
한국코퍼레이션 관계자는 “해결방안을 논의 중이며 한국거래소에 이의 제기를 신청할 것”이라며 “4월1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거절은 말 그대로 자료가 부족해 평가 자체가 어렵다는 의미”라며 “중대한 회계기준 위반이 발견됐다는 의미인 ‘비적정’ 의견과는 달라 보완 가능성이 있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한국코퍼레이션 감사의견 거절에 의한 주식담보대출 반대매매로, 지분 3.6%만 들고 한국코퍼레이션 최대주주가 된 한국테크놀로지(053590) 역시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됐다.
 
한국테크놀로지 자동차 전장기술, 사진/한국테크놀로지
 
한국테크놀로지 외부감사는 대성삼경회계법인이 맡았는데, 해당 감사인은 한국테크놀로지의 매각예정자산 및 금융상품 회계처리에 “중요한 취약점”이 발생했다고 평가하고 재무제표 재작성을 지시하며 내부회계관리제도 ‘비적정’ 의견을 냈다.
 
환기종목 해제는 내년 감사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 적정 의견을 받아야 가능하다. 즉, 1년 동안 지속되는 셈이다. 해당 기간 내 주식거래가 가능하지만, 경영정상화 사유 이외의 경영권 변동이 발생할 경우 상폐 심사로 직행하게 된다. 그 외 신뢰도 하락 등으로 주가 하락 및 주가 표류 현상이 유발될 수도 있다.
 
투자주의 환기종목 지정 원인은 한국테크놀로지가 간접 보유한 우즈베키스탄 소재 법인 욜레프트랜스(YO'LREFTRANS) 지분 매각 난항 등에서 비롯됐다.
 
욜레프트랜스는 우즈벡산 과일·채소 등을 냉동·냉장 화물열차로 러시아 등에 수출하는 사업을 영위하는데, 우즈벡 당국의 농산물 수출 제한 조치 등으로 수 년째 영업이익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게다가 우즈벡 법인의 영업활동과 대금회수·비용정산도 한국테크놀로지가 아닌 원 소유자 우즈베키스탄 철도청(UTY)이 맡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테크놀로지는 2010년에 우즈벡 법인 지분을 자산으로 편입했다. 골든브릿지자산운용 사모단독펀드 해지로 인해, 펀드 내 편입됐던 우즈벡 법인의 보통주 720만주(32.9%)에 대한 매각금 90%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테크놀로지는 투자금액 88억원을 기타투자자산으로, 그 외 미수수익 등 48억원은 매출채권 등으로 계상해왔다.
 
한국테크놀로지는 2017년부터 욜레프트랜스 지분 매각을 타진해왔고, 그에 따라 지분 등도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재분류됐다. 이때 손상처리가 이뤄져 자산가치는 96억원으로 줄었다.
 
회계기준에 따르면, 특정 자산이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분류 되려면 “매각 가능성이 매우 높아야” 한다. 즉, 매수자 물색 등에 대한 적극적인 업무 진행이 수반돼야 하며, 매각 예상 시점도 1년 안으로 잡혀야 한다. 만약 그 이상의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에는 관련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있어야 한다.
 
대성삼경회계법인은 한국테크놀로지 재무제표 감사를 진행하면서, 우즈벡 사업장 매각 절차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는다 판단했고, 그 결과 매도가능금융자산을 기존처럼 대여금 및 공정가치금융자산 등으로 다시 갈랐다. 다만, 자산 및 당기손익에 큰 변동은 없었다.
 
대성삼경회계법인은 “한국테크놀로지는 전기오류사항을 포함한 매각예정자산 및 금융상품 분류 회계 처리와 관련하여 충분한 통제절차를 설계하고 운영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한국테크놀로지 관계자는 “투자주의 환기종목 지정은 계정 분류에 대한 회계 인식 차이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내부관리 강화 및 컨설팅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테크놀로지는 우즈벡 지분을 종속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 유상증자에 현물출자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외부감사의 지분가치 등에 대한 재평가 요청이 있어서 계약서 작성이 미뤄진 상태다. 평가를 맡은 회계법인은 미래 현금흐름을 토대로 하는 영업현금흐름할인법(DCF)을 이용해, 우즈벡 법인 지분 32.9%의 가치를 107억원으로 도출한 바 있다.
 
한편, 한국테크놀로지와 한국코퍼레이션 실질 오너는 김용빈 한국홀딩스 회장이 맡고 있다. 한국테크놀로지 최대주주는 한국이노베이션인데, 한국이노베이션 지분을 김용빈 회장이 50%, 김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한국홀딩스가 50%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김용빈 회장은 한국테크놀로지 이사회 의장과 한국코퍼레이션 경영총괄 등을 맡고 있다.
 
한국테크놀로지 관계자는 “한국코퍼레이션 감사의견 거절이 한국테크놀로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재무제표를 분석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