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젠택배 M&A, '멀티플 10배 내외' 가치 있나
전문가 대부분, 로젠택배 매각 희망가 4000억원 높다고 지적
"네이버에 로젠택배 검색 한 번 해봐라…좋은 이야기 없다"
공개 2020-03-30 09:3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로젠택배 인수전의 핵심은 결국 가격이다. 여러 번의 손바뀜, 매각 기간의 장기화 등으로 로젠택배의 장·단점은 시장에 충분히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 대부분은 4000억원은 다소 높은 가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로젠택배를 보유하고 있는 홍콩계 사모펀드(PEF) 베어링프리이빗에쿼티(PEA)와 매각주관사인 씨티글로벌증권마켓(이하 씨티증권)은 지난 1월 로젠택배 매각에 관한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투자정보서(IM)를 받아 간 전략적 투자자(SI)·재무적 투자자(FI)가 30여 곳이 넘었다고 알려졌지만 예비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은 일부 FI뿐이었다. 
 
하지만 최근 신세계(004170)그룹, JC파트너스 등이 인수 의향을 밝히며 인수전이 다시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특히 신세계그룹이 SSG닷컴(쓱닷컴)의 온라인 유통사업 강화를 위해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식은 가뭄의 단비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로젠택배에) 관심이 있는 것은 맞다"라면서도 "하지만 대전제는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했다. 
 
매각 대상은 베어링PEA가 보유한 로젠택배 지분 100%로서 매각 측이 희망하는 가격은 약 40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M&A거래에서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멀티플로 치환한다면 약 9.65배다. 이는 택배업계 1위인 CJ대한통운(000120)과 2~3위인 한진(002320)의 EBITDA 멀티플의 유사한 수준이다. 
  
  
멀티플 9.65배에 대해 IB업계 전문가는 "가치 평가의 절대적인 방법은 없지만,  상장된 유사 기업이 있다면 유사 상장 배수(Trading Multiple)를 참고하기도 한다"라면서 "이를 참고할 때 다양한 기업을 고려하기보다는 유사 기업의 디테일을 뽑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 한진과 같은 주요 택배사와 로젠택배는 자산 보유 방식부터 영업까지 큰 차이가 난다. 로젠택배는 인프라를 보유하기보다는 지입 형태를 선호한다. 이를 직접 자산을 보유하지 않는 에셋 라이트(Asset Light) 모델이라고 부른다. 일장일단이 있는 모델이다 보니, 로젠택배의 사업구조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기업들은 일찌감치 인수 의사를 접었다. 
 
IB업계 관계자는 "과거(2016년) 로젠택배를 매각할 당시 베어링PEA와 JP모건(당시 매각주간사)의 제1타깃은 CJ대한통운, 롯데(구 현대)로지스틱스, 대우로지스틱스였다"면서 "하지만 위 회사들은 인수 검토를 거의 하지 않고 인수 의사를 접었는데, 그 이유가 에셋 라이트 모델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에셋라이트 모델은 영업 전반을 통제하기 어렵다. 이는 기업의 이미지 관리가 잠재적인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로젠택배는 직영이 아닌 개별 택배 영업주와의 계약을 기초로 한다. 쉽게 말해 택배 '프랜차이즈' 구조다. 이 같은 사업 방식은 직영 운영보다 필연적으로 중앙 컨트롤이 약할 수밖에 없다. 달리 말하면 지입 기사를 본사가 확실하게 통제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통제가 안 되는 문제는 자산 구조를 대폭 바꾸지 않는다면 로젠택배의 태생적인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일부 IB업계 관계자들은 "네이버에 로젠택배를 쳐보면 가장 먼저 무엇이 뜨는지 봐라"면서 "로젠택배의 문제는 프랜차이즈 계약과 비슷해 통제가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네이버에 로젠택배를 검색할 경우, 부정적인 내용의 포스트가 주를 이뤘다. 또한 구글에 로젠택배를 검색할 경우, 두 번째 관련 검색어로 '로젠택배 불만'이 있었다. 일부 웹사이트에는 민망한 단어들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배송 서비스 품질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자체 택배사를 운영하는 쿠팡의 경우, 상품 배점과 배송 별점을 따로 메기기도 한다. 
 
주요 포털 사이트의 로젠택배 검색 결과. 출처/네이버, 구글
  
그렇기에 업계 관계자들은 베어링PEA가 희망하는 4000억원이 다소 비싸다고 지적한다. 인수·합병(M&A)자문사는 잠재 후보들에게 제안을 했지만, 딜을 참여하겠다는 연락을 받지 못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로젠택배 인수전에 참여하고 싶지만, 인수를 제안 드린 기업에서 연락이 없다"라면서 "로젠택배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충분히 좋은 회사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로젠택배 역시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로젠택배는 에셋라이트 모델을 기반으로 소비자 간 거래(C2C)를 주로 하기에 마진율이 높다. 틈새시장 공략을 성공하며 다른 경쟁사들보다 영업이익률이 높다. 지난해 말 기준 로젠택배의 영업이익률은 5.5%로 롯데로지스틱스의 4.3%, CJ대한통운의 2.7%를 웃돈다. 게다가 로젠택배만 이미지가 나쁜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로젠택배의 큰 강점으로 전문가들이 꼽는 것은 업종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팬데믹(대유행)으로 지정되고 장기화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정부가 장려하고 있다. 그 결과, 비대면 산업이 주목받고 있는데 택배업도 그중 하나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로젠택배는 매물이 희소할 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멀티플 10배가 무리한 가격이 아니다"라면서 "비대면 시장은 확실히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