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의 역설, 홈플러스)③이마트는 늘리는데…땅 팔아 투자는 '찔끔'
최근 3년간 투자금액, 경쟁사 비해 턱없이 부족
자산유동화로 확보한 자금 대부분 차입금 상환에
공개 2020-03-20 09:30:00
홈플러스는 2015년 MBK파트너스에 7조2000억원에 인수되면서 4조3000억원의 인수금융 차입금을 안았다. 그 뒤 4년, 홈플러스는 자산 매각, 투자규모 축소 등 허리띠를 졸라맸다. 차입금은 줄었지만 부채비율과 커버리지지표는 여전히 유의미한 개선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사업전망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이 쏟아지는 이유다. 유통업황이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홈플러스의 재무상태와 사업운영 실태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임대) 등으로 자산 유동화에 나서고 있는 홈플러스가 성장을 위한 투자에는 인색하다. 경쟁사인 이마트(139480)는 부진한 실적에도 변화된 유통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홈플러스는 투자를 아낀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시장 환경이 과거 오프라인·대형마트 중심에서 온라인으로 트렌드가 넘어가면서 대형마트 업계는 업황 부진에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점유율 1위 이마트는 지난해 2018년보다 11.8% 증가한 19조62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507억원으로 전년 대비 67.4% 급감했다.
 
점유율 2위 홈플러스의 실적도 하향 곡선을 그린다. 비상장 2월 결산 법인인 홈플러스스토어즈의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2017년 3209억원, 2018년 2787억원, 2019년 1355억원으로 감소세다. 매출은 2018년 7조9457억원에서 2019년 7조6521억원으로 3.7% 줄었다.
 
이마트, 홈플러스 투자 비교. 출처/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한국신용평가
 
양사 모두 수익성 악화에 놓인 상황은 유사하지만 행보는 차이를 보인다. 이마트는 새로운 유통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홈플러스의 투자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이마트는 창고형 할인점 및 복합쇼핑몰 출점, 기존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 효율화, 온라인 사업 부문 강화 및 온라인 물류센터 구축 등을 위해 지난해에만 1조51억원의 투자를 진행했다. 올해에는 8450억원 투자를 계획했는데 이마트 기존 점포의 신선식품 강화와 일렉트로마트 등 고객 집객을 위한 전문적 확대에 약 2600억원이 투입되고 나머지는 SSG닷컴 고도화를 위한 투자금과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이마트 트레이더스 신규점 오픈에 사용될 방침이다.
 
홈플러스 역시 새로운 유통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현재 107개 점포에 각각 갖춰진 물류센터를 2021년까지 전국 140개 점포로 확대하고 하이브리드 창고형 매장인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은 최대 80개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전략이 잘 진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생긴다. 예상 투자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홈플러스의 그동안 연간 투자 규모가 대형 오프라인 매장 기반 유통 업체의 평균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스토어의 최근 3년간 투자는 2017년 835억원, 2018년 660억원, 2019년 1117억원으로 총 2612억원에 그쳤다. 홈플러스 개별 기준 재무제표를 봐도 투자금액은 2017년 773억원, 2018년 520억원, 2019년 746억원으로 총 2039억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부터 2018년간 이마트의 투자금액은 2조3547억원으로 홈플러스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홈플러스스토어즈(연결) 및 홈플러스(개별)의 현금흐름 및 차입금. 출처/한국신용평가
 
홈플러스는 투자를 줄이는 대신 차입금 상환에 집중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의 부진으로 영업현금창출력이 떨어지자 홈플러스는 세일앤리스백 등 자산유동화를 통해 약 1조5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지만 이는 대부분 홈플러스스토어즈에 연차·중간 배당되며 차입금 조기 상환의 재원으로 쓰였다. 
 
문제는 이마트와 롯데쇼핑(023530)(롯데마트) 뿐만 아니라 마켓컬리, 쿠팡, GS리테일(007070), 현대그린푸드 등과도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투자 축소가 변화된 유통환경에 적응력을 떨어뜨려 장기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태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e커머스 산업 전반의 심화된 경쟁 강도와 공급 채널의 확대 추세 등을 감안할 때, 현 투자 수준으로 오프라인·온라인 부문의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홈플러스 관계자는 “회사 방침에 따라 구체적인 투자 금액 등은 공개하지 않는다”라며 “다만 쉽지 않은 유통환경 속에서도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 다양한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