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의 역설, 홈플러스)①재무안정성 탄탄?…빚 줄여도 개선 안돼
차입금 갚았지만 영업활동 가치 증대 지지부진
앞으로도 세일앤리스백으로 차입금 부담 낮출 가능성 높아
공개 2020-03-18 09:30:00
홈플러스는 2015년 MBK파트너스에 7조2000억원에 인수되면서 4조3000억원의 인수금융 차입금을 안았다. 그 뒤 4년, 홈플러스는 자산 매각, 투자규모 축소 등 허리띠를 졸라맸다. 차입금은 줄었지만 부채비율과 커버리지지표는 여전히 유의미한 개선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사업전망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이 쏟아지는 이유다. 유통업황이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홈플러스의 재무상태와 사업운영 실태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IB토마토 윤준영 기자] 홈플러스가 약 2조원 규모의 리파이낸싱에 성공한 뒤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현금창출력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온라인 사업에서 승기를 놓쳐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있다. 
 
지난 14일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4년 동안 2조원의 차입금을 상환했고 최근 리파이낸싱을 완료하는 등 탄탄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계속 개선되고 있다”라고 강도 높게 주장했다. 
 
홈플러스 재무지표. 출처/한국기업평가
 
하지만 <IB토마토>의 취재 결과, 홈플러스의 재무상태를 진단하는 이들의 의견은 홈플러스의 설명과는 사뭇 달랐다. 절대적인 차입금 규모가 줄어든 것이 긍정적인 신호는 맞지만 질적으로 홈플러스의 재무상태가 개선이 되었는지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보였다.
 
핵심은 홈플러스가 실제 영업활동을 통해 차입금을 갚아나간 것이 아닌, 자산 매각을 통한 세일앤리스백(S&LB)으로 차입금을 줄였다는 것이 실질적인 재무상태의 개선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태일 한국신용평가 수석 애널리스트는 기자와 통화에서 “(홈플러스의 경우는) 절대적인 차입금 규모는 감소했지만 자산을 팔거나 제한적인 투자를 통해 차입금을 줄인 것으로 실질적인 영업활동의 가치가 높아진 데 따른 효과가 아니라는 점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홈플러스의 경우 재무상태와 함께 현금창출력을 따져볼 수 있는 커버리지지표는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2019년 11월 연결 기준 홈플러스스토어즈의 순차입금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값은 7.9배로 2018년 11월 7.1배보다 악화됐다. 해당 지표는 영업을 통해 창출한 현금으로 차입금을 갚을 수 있는지를 판단할 때 주요 지표로 널리 쓰이고 있다. 변경된 리스회계 기준을 적용하면 이 수치는 2019년 11월 8.4배로 불어난다.
 
또한 2019년 11월 홈플러스스토어즈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50.1%로 2018년 11월 147.2%보다 증가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이 줄었음에도 부채비율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를 보이는 셈이다. 부채비율은 타인자본과 자기자본을 대비한 지표로 자본이 변화하면 부채비율에 영향을 미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산유동화를 통해 차입금 규모를 줄였으면 보통은 부채비율이 개선되어야 일반적인데, 홈플러스의 경우에는 계열회사의 차입금 상환을 지원했거나 배당에 자본이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차입금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지난 2년간 홈플러스가 세일앤리스백에 나선 사례가 없다”라며 “2019년 10월 리파이낸싱을 완료했기 때문에 자산유동화의 필요성이 낮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지난 2일 유경PSG자산운용에 점포 세 곳을 매각했고 지난해 이지스자산운용에 또 다른 점포 세 곳을 팔았다. 이 사실을 토대로 홈플러스에 재차 확인하자 그제서야 “실무 담당자가 뒤늦게 해당 사실을 알려줬다”라고 해명했다. 
 
이를 단순히 홈플러스 관계자의 ‘실수’라고 치부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홈플러스 측은 리파이낸싱을 이유로 더 이상의 자산유동화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재무적 안전성이 탄탄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홈플러스가 추가 자산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평가사의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리파이낸싱을 통해 시간을 벌기는 했지만 이자부담이 낮은 편이 아니고 또 중간에 원금상환 의무도 있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영업에서 나오는 현금으로 감당할 수 있는 여력도 낮기 때문에 자산 효율화라는 측면에서 앞으로 추가 자산 매각은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더욱 큰 문제는 홈플러스가 차입금 관리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미래에 현금창출력을 키우는 데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홈플러스는 연간 자본적 지출(CAPEX) 규모를 1000억원 이내로 유지하는 등 다른 유통회사와 비교해 제한적인 투자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마트(139480)가 2020년 약 8500억원, 롯데쇼핑(023530)이 약 7641억원, 신세계(004170)백화점이 약 4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점과 대비된다. 
 
특히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회사들까지 온라인쇼핑사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홈플러스가 소극적인 투자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점은 홈플러스의 미래 사업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배인해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홈플러스는 소비패턴 변화에 따른 수익성 저하로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되는 현금흐름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라며 “온라인 위주의 소비패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할인점 등의 사업경쟁력이 약화돼 총매출액이 수년간 감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