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의 역설, 홈플러스)②주요지표 감소세…유통업계 '꼴찌'
매출 감소세 속 낮은 표준편차 도드라져
영업이익률, 주요 유통대기업 중 최하위
배당성향 165%, 번 돈보다 나간 돈이 더 많아
공개 2020-03-19 09:30:00
홈플러스는 2015년 MBK파트너스에 7조2000억원에 인수되면서 4조3000억원의 인수금융 차입금을 안았다. 그 뒤 4년, 홈플러스는 자산 매각, 투자규모 축소 등 허리띠를 졸라맸다. 차입금은 줄었지만 부채비율과 커버리지지표는 여전히 유의미한 개선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사업전망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이 쏟아지는 이유다. 유통업황이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홈플러스의 재무상태와 사업운영 실태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홈플러스의 매출 증가, 영업이익률과 같은 주요 지표가 대형 유통업계 중 최하위 혹은 하위권이다. 게다가 변동성은 적어 하향 평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요 유통 대기업의 3년, 10년 평균. 출처/금감원전자공시, 가공/IB토마토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홈플러스스토어즈의 10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3.0%,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2.1%다. 10년간 평균 영업이익률 3.0%는 주요 대형 유통업계(롯데쇼핑(023530), 이마트(139480), 신세계(004170), 홈플러스스토어즈, 현대백화점(069960), 현대홈쇼핑(057050))중 가장 낮은 수치다. 과거 대형 할인마트 빅 3로 불렸던 홈플러스스토어즈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성적표다. 
 
다른 빅 3인 롯데쇼핑, 이마트는 각각 4.7%, 4.0%로 홈플러스를 웃돈다. 현대백화점은 홈플러스스토어즈보다 7배 넘는 영업이익률을 보이며 10년간 홈플러스스토어즈보다 고효율의 영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야를 좁혀 3년 평균 영업이익률만 놓고 비교했을 때도 유사하다. 홈플러스스토어즈의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2.1%로 10년 평균 영업이익률과 마찬가지로 조사 대상 기업 중 최하위다. 게다가 별다른 변화의 움직임이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다. 홈플러스스토어즈의 3년 평균 표준편차는 0.7%로 조사 대상 기업 중 가장 낮다. 이는 평균에 수렴하려는 성향이 다른 회사보다 높다는 의미다. 둘을 종합해 봤을 때 낮은 영업이익률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움직임 없이 꾸준히 낮은 실적을 이어오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영업이익률이 낮더라도 매출액이 증가한다면 높은 이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홈플러스스토어즈는 매출도 감소세다. 홈플러스스토어즈는 주요 유통업계 중 유일하게 10년 평균 매출액이 줄고 있다. 홈플러스의 10년 평균 매출액증가율은 (-)1.3%다. 3년 평균 매출액증가율은 (-)2.7%로 롯데쇼핑에 이어 뒤에서 두 번째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상승과 하락. 출처/DB금융투자
 
매출은 뒷걸음질 치지만, 변화는 적은 모습이다. 홈플러스스토어즈의 매출액증가율의 표준편차는 10년 평균 3.7%, 3년 평균 2.5%로 각각 조사 대상 기업 중 가장 낮다. 매출이 증가할 경우 낮은 표준편차는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매출 증가세가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매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표준편차가 낮다는 의미는 안정적으로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다. 즉,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함께 감소하고 있는 Case1의 상황임을 의미한다. 
 
매출액 감소 속 실적 악화가 길게는 10년, 짧게는 3년간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뒤집으려는 별다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투자 축소와 자산 매각을 통해 차입금을 줄이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배인해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경영 정책이 차입금을 빠르게 갚는 방향으로 선회됐다"라면서 "홈플러스와 홈플러스스토어즈는 신규 출점 대신 점포 구조조정 및 리뉴얼을 진행하며 자본적지출을 크게 축소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홈플러스 자체적으로 차입금을 빠르게 갚고 있지만 재무안정성이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유는 저하된 수익성 때문이다. 기업은 차입, 자기자본과 같은 자금 조달도 중요하지만, 조달된 자금을 바탕으로 성장해나가야 한다. 별도 기준 홈플러스의 3년·5년 평균 매출 증가율 역시 각각 -2.8%, -2.5%로 뒷걸음질치고 있다. 3년·5년 평균 영업이익률도 2.4%, 2.8% 수준이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투자보다 배당금 지급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별도 기준으로 홈플러스는 3년간 1조 2130억원 배당했다. 반면 투자는 3년간 2039억원에 불과하다. 배당의 6분의 1수준이다. 배당성향은 100%를 상회한다. 
 
홈플러스의 3년간 당기순이익 합계는 7332억원으로 배당성향은 165%다. 이는 3년간 회사 임직원들이 번 돈에서 각종 비용을 제하고 남은 순수 이익보다 1.6배 더 배당했다는 의미다. 만약 이 같은 상황이 영원히 반복될 경우, 배당으로 인해 회사의 자본이 0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홈플러스의 실적은 뚜렷한 반등이 없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곳간은 줄고 있다. 배 연구원은 "실제로 주요 할인점 업체들의 매출액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홈플러스의 매출액 감소폭이 두드러지고 있다"라면서 "소비패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할인점 사업경쟁력이 약화됐고, 편의점 사업부는 열위한 브랜드 인지도 등으로 적자 상태에 머물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주요 유통 대기업의 3년, 10년 표준편차의 평균. 출처/금감원전자공시, 가공/IB토마토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