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 조건'의 테라셈 CB…정말 납입될까
풋옵션·리픽싱 없고 콜옵션만 있어
현재 관리종목 지정 상태…납입 성사 의문
공개 2020-03-12 09:2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이미지센서 패키징 업체 테라셈이 인수합병(M&A) 자금 마련 등을 위해 파격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내건 전환사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테라셈이 적자경영 지속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상황일 뿐 아니라 납입 대상으로 지정된 투자자들의 실체가 불확실하고 납입 여력도 의문스러워 실제 납입 가능성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테라셈(182690)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약 377억원의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하겠다고 공시했다.
 
충북 청주에 있는 테라셈 본사. 사진/네이버 지도
 
테라셈은 조달 CB 중 197억원의 납입 대상자를 배양에너지로 지정했고, 180억원은 유한회사 이지스인베스트·이지스파트너스·이지스코퍼레이션으로 지정했다.
 
CB 발행조건은 테라셈에게 매우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CB에 붙어있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없고, 반대로 발행총액의 60~80%에 대한 매도청구권(콜옵션)만 붙어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환가액 조정(리픽싱)도 없다.
 
즉, 투자자는 회사 경영상태 악화 시 빌려준 자금을 빠르게 회수할 수 있는 권리(풋옵션)와, 주가 상승에 따른 추가적인 이익 가능성(콜옵션 제외), 그리고 주가 하락 시 리픽싱을 통해 지분율을 늘려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리스크 보호장치를 모조리 뺀 셈이다. 실제 최대 납입자 배양에너지가 금번 발행하는 CB 전량을 전환했을 때 얻게 되는 지분율은 39.28%로, 최대주주인 서성기 테라셈 대표의 지분율보다 0.02% 적다.
 
현재 테라셈은 매출 급감 여파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상태이므로, 투자자가 이같이 파격적인 조건으로 자금을 제공해 줄 유인이 적은 상황이다. 일단 기업 공시는 이사회 의사록 등의 증빙서류만 있으면 가능하다.
 
테라셈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말할 내용은 없다”라며 “납입 대상자와 합의를 마쳤으니 공시되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했다.
 
실제 납입 가능성도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197억원 납입 대상으로 지정된 배양에너지는 경기도 군포시에 있는 주유소로 매년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내고 있지만 원가율이 98%에 육박해 실제 손에 넣는 현금은 그보다 적다.
 
경기도 군포에 있는 배양에너지 본사. 사진/네이버 지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배양에너지의 2018년 현금성자산은 10억원가량 된다. 더불어 180억원 납입자로 지정된 유한회사들도 일단은 등기소 법인열람에서 해당 명칭으로 조회가 되지 않는다.
 
과거 이력도 있다. 테라셈은 150억원 규모 유상증자 대상으로 배양에너지를 지정했다가, 납입 직전에 투자자를 관광모노레일로 변경하고 투자규모도 90억원으로 줄인 바 있다. 테라셈 발행예정 전환사채 납입일은 제7~9회(147억원) 3월11일, 10~11회(230억원) 6월 말로 지정된 상태다.
 
테라셈 관계자는 “결국 납입 여부는 끝까지 가봐야 아는 것”이라며 “현시점에서 할 말은 없다”라고 말했다.
 
배양에너지 관계자는 “테라셈 투자는 우리 사무실 소관이 아니다”라며 “다른 사무실 전화번호를 가르쳐주기도 곤란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배양에너지는 군포 사무실만 보유하고 있다.
 
한편, 테라셈은 금번 전환사채 발행액 중 267억원을 흡수합병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테라셈은 3월18일 개최될 주주총회를 통해 사업 영위 정관에 폐기물 처분업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폐기물 사업체를 인수한다는 이야기가 불거지는 이유다.
 
관리종목 탈출을 위한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즉, 테라셈은 올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 흑자를 내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자본잠식 우려도 있다. 테라셈은 일단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며 감사거절 위기를 벗어났지만, 50억원이 넘는 당기순손실 규모를 고려하면 대략 1년 남짓한 시간만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테라셈 관계자는 “인수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은 맞지만 그 대상이 폐기물 사업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면서 “역시 현시점에서 말할 것이 없다”라고 답변을 극도로 아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