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리베이트 의혹…국민연금 겨냥 고단수 전략 통할까
조현아 연합, 조원태 회장 공격에 '화력 집중'
국민연금, 과거 조 회장 한진칼 이사 연임에 반대하기도
공개 2020-03-12 09:1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조현아 연합이 조원태 한진(002320)그룹 회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IMF 시대 이전 리베이트 수수 의혹까지 소환했다. 2주 후(27일) 예정된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트'인 국민연금의 반대 표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9일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부사장 등이 속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이하 주주연합)은 '대한항공(003490)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대한 한진칼(180640) 주주연합의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냈다. 주주 연합은 지난달 28일 이후 연일 입장문·성명서를 내고 있는데 △델타항공 지분 매입 비판 △3월 한진칼 정기 주총 관련 준법 촉구 △대한항공 리베이트 수수 의혹  △반도건설 의결권 행사 가처분 △대한항공 리베이트 수수 의혹 2차 성명서 순이다. 
 
주주연합의 최근 발표한 보도자료 목록.
 
주주연합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모인 집단이다. 주주연합은 지분을 늘려 지배권을 획득하고자 한다. 또한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 이사 연임을 부결시켜 조 회장이 갖고 있는 경영권을 빼앗고자 한다. 델타항공의 지분 매입 비판, 반도건설의 안정적 의결권 행사 등은 지배권과 경영권을 획득하기 위한 일환이다. 
 
특히, 20~25년 전 대한항공의 리베이트 수수 의혹을 활발하게 공론화 시키고 있다. 주주연합은 프랑스 법원 문서를 바탕으로 "대한항공의 전 고위임원은 1996년부터 2000년까지 A330 기종 10대 구매 대가로 에어버스 고위 임원에게 1500만 달러(한화 약 180억원)의 리베이트 지급을 약속받았다"라면서 "이를 2010년, 2011년, 2013년에 각각 대한항공이나 그 관련 기관이 리베이트를 수수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원태 대표이사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기획, 자재, 여객 업무를 거치면서 리베이트 관련 업무 전반에 개입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라면서 "거액의 리베이트 수수의 구체적인 실행이 조원태 대표이사 몰래 이루어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항공기 거래 관련 위법 사실은 전혀 없었다"라면서 "형사사법체계가 다른 프랑스에서 외국회사와 검찰이 기소를 면제하기로 한 합의서에 대한항공이 언급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구체적인 내용도 근거도 없는 주장을 하는 조현아 주주연합의 행태는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한 지극히 불순한 의도임이 명확하다"라고 반박했다. 
 
주주연합의 목적이 적대적 M&A 임을 고려할 때 이번 주총의 목표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저지다. 이를 위해 주주연합은 조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대한항공 사우회, 카카오(035720) 등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설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베이트 수수 의혹 제기도 그 일환으로서 한진칼 지분을 2.9%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사의 선임. 출처/국민연금
 
국민연금은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일정한 기준에 따라 찬성·반대 표를 던진다.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을 기준삼아 전문위원회가 결정한다. 기준의 문턱은 높은 편이다. 지난해 3월 국민연금은 288곳의 주총 중 186곳에서 반대 표를 던졌다. 65% 수준이다. 현재 쟁점이 되는 이사·감사 등의 연임 반대 비율도 30.9%에 이른다. 이사 선임에 주요 반대 근거는 △법령상 결격 사유 △과도한 겸임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 권익의 침해 이력 등이다. 
 
한진칼은 국민연금 반대 표의 단골손님이었다. 2010년대 국민연금이 참여했던 6번의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4차례 반대 표를 던지기도 했다. 특히 2017년의 경우, 조원태 이사의 연임을 반대하는 반대 표를 던지기도 했다. 그 당시 조원태 회장은 과도한 겸임이 문제였다. 2016년 당시 조원태 회장은 한진칼·대한항공·진에어(272450)의 대표이사, 한진의 사내이사 등을 겸직하고 있었다.  
 
국민연금 한진칼 주총 반대 이력과 조 회장의 겸직. 출처/국민연금,금감원 전자공시
 
다만, 이번 주총에서는 조 회장에게 반대 표를 던질 특별한 근거가 없다. 현재 조회장은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대표이사만 겸직하고 있고, 또한 조 회장은 지난해 한진칼 대표이사로 취임해 '장기연임'도 아니다. 남은 근거는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의 이력'뿐이다. 이는 사문화된 근거가 아니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기업가치 훼손 등을 근거로 조 회장 부친인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한 바 있다. 
 
기업가치 훼손, 주주 권익 침해 등의 기준은 다소 모호하다. 구체적인 예시가 지침서에 없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발표한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에 △배임·횡령 △부당지원행위 △경영진의 사익편취 등을 '법령상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사안'의 예시로 들며 대략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주주연합은 '리베이트 수수에 자유로울 수 없는 조 회장은 기업가치를 훼손했다'라는 프레임을 만들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프레임의 효과는 상당하다. 지침이 바뀌지 않는 이상 조 회장은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 꼬리표처럼 쫓아다니기에 국민연금은 이번 주총뿐만 아니라 앞으로 주총에서도 조원태 사내이사의 연임에 관해 반대 표를 던져야 한다. 
 
만약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반대 표를 행사할 경우, 상황은 주주연합에 유리해진다. 이번 3월 정기 주주총회 기준으로 주주연합의 지분율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34.18%로 추산된다. 이는 조원태 회장 37.25%보다 3.07% 낮은 수준이다. 만약 국민연금이 보유한 2.9%(추정치)를 더할 경우 0.17%로 좁혀진다. 
 
다만, 여론전 관점에서 리베이트 수수 의혹은 주주연합의 문제 제기 이후 진전된 것이 없다. 명확한 사실이 무엇인지 양측 모두 대중에게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확인이 되지 않는 사실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고 있어 양 측 모두 설득력이 높은 상황도 아니다.  
 
상황이 난전(亂戰)으로 흐르며 본질이 불분명해지고 있지만 주주연합의 종착역은 명확하다. 조 회장의 사퇴다. 강성부 KCGI 대표는 "한진그룹의 총체적 경영실패의 원인은 오너의 독단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원인"이라며 "실패한 의사결정에 대해 최고 경영자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조 회장에 대해 그는 "이 분(조원태 회장)을 믿을 수 없다"라며 "전교 꼴지하는 아이가 전교 일등 하겠다고 말해도 아버지는 믿을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조원태 회장 진영과 한진 정상화 주주연합의 지분비율. 집계/IB토마토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