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시즌 임박…뜨거운 감자 된 SM엔터의 ‘무배당’
현금성자산 3000억원…기관 "배당해야" vs 회사 "성장먼저"
스튜어드십코드 업계 "기업가치 훼손 이력 있는 사외이사 재직도 문제"
공개 2020-03-10 09:2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SM엔터테인먼트와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자산운용사 간의 대결구도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운용사는 SM엔터의 무배당 기조 및 내부거래 등을 꼬집으면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성향을 30%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자산운용사 등 다수 기관투자자들은 코스닥 상장사 에스엠(041510)엔터테인먼트의 정기 주주총회서 기업가치에 대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 2대 주주는 국민연금으로 지분 9.29%를 보유하고 있다. 뒤이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7.64%, KB자산운용이 6.80%,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5.05%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는 SM엔터테인먼트의 주주 가치 제고 핵심 문제로 배당성향을 꼽고 있다. SM엔터가 수년째 양의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하면서도 무배당 기조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배당으로 환원되지 않은 현금은 곳간에 차곡차곡 쌓였다. SM엔터의 2019년 3분기 연결 기준 실질 현금성자산은 3000억원가량 된다.
 
총대를 멘 것은 KB자산운용이다. 최근 KB자산운용은 금융위원회의 ‘5%룰 개정’에 힘입어 에스엠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일반투자’는 경영권 개입-단순투자 이분법으로 나눠지던 기관 투자목적에 새로이 만들어진 일종의 회색지대(Grey Area)로, 일반투자 기관은 배당 및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특히 KB자산운용은 SM엔터의 무배당 기조가 ‘올바르지 않은 지배구조’와 관련이 있다고 꼬집으며 주주서한을 보낸 바 있다. 이수만 회장은 등기임원이 아니지만, 실제적으로는 SM엔터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모양새며, 그 결과 이수만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라이크기획’으로 거액의 자원이 유출되고 있어 주주 가치도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SM엔터테인먼트는 라이크기획에게 음악자문 및 프로듀싱 업무 외주를 주고, 그 대가로 매출액의 최대 6%를 인세로 지급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이 점을 부각하며, 지금 같은 구조로는 SM엔터가 이수만 회장 이해관계에 따라 ‘매출액’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즉, 주주이익의 핵심은 ‘순이익’에 따른 배당인데, 현재 SM엔터가 무배당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이수만 회장과 주주 간의 이해 상충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KB자산운용은 “경쟁사들은 내부 프로듀서들로도 제작이 가능한데 왜 SM엔터만 이수만 회장의 외주 프로듀싱을 받는지 그 필요성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라며 “라이크기획과 에스엠이 합병하고, SM엔터는 30%의 배당성향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지난 1월 1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0 신년 세미나, K-POP과 이노베이션(Innovation)'에서 '컬쳐 유니버스(Culture Universe)와 케이팝(K-pop)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국제교류재단
 
스튜어드십코드 업계는 SM엔터테인먼트의 이사회 구성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다수 자산운용사 책임투자 컨설팅을 맡고 있는 서스틴베스트는 SM엔터 사외이사 중 한 명인 지창훈 전 대한항공(003490) 사장이 과거 대한항공에 재직할 때 ‘최순실 게이트’ 핵심이 된 미르재단에 10억원을 출연하면서 기업가치를 훼손시킨 이력이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지창훈 이사의 재임은 SM엔터 기업가치 상승의 잠재적인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한다. 지창훈 이사의 임기만료일은 올해 3월 말이므로, 금번 주총에서 재선임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서스틴베스트 관계자는 “물론 미르재단 출연에 대한 판단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고 여전히 논란의 여지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체부 직권으로 청산된 만큼 지창훈 이사도 그 책임을 피해 가기는 어렵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배당 및 주주총회 안건 등을 아직 공시하지 않았다. 다만, 주총은 통상의 경우처럼 사업보고서 공시 마감 직전인 3월 말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사업보고서 제출 연기가 가능한 상황이지만, SM엔터는 관련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SM엔터는 그간 자산운용사들의 배당 확대 및 라이크기획 합병 요구 등을 정면 반박한 바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은 글로벌 업계 동종 사례 등을 면밀히 비교 분석해 체결된 것이며 이를 통해 다양한 글로벌 스타를 배출했다”라며 “또한, 라이크기획은 법인 형태가 아니므로 법률적으로 합병이 성립될 수 없으며 그렇게 강요할 만한 권리도 없다”라고 관련 의견을 일축한 바 있다.
 
더불어 SM엔터테인먼트는 “주주환원의 경우, 그간 당사는 미래를 향한 계속적인 성장과 투자에 역점을 두었기에 배당정책을 시행하지 않았고 그 필요성은 지금도 마찬가지”라고도 덧붙였다.
 
결국, KB자산운용이 서한 내용을 관철시키려면, 다른 운용사와의 주주연대 등을 고민해 볼 수도 있다. 공시된 운용사 보유 지분율 합계는 28.8%로, 최대주주인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과 특수관계자들이 보유한 지분율보다 약 9.6%포인트 높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이다 보니 서한을 보내지 않았을 뿐, 일단 KB자산운용 외 기관들도 SM엔터의 무배당 기조를 문제라고 보고 있기는 하다”라며 “다만 운용사별로 요구 사항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KB자산운용과의 실질 연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