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여전한' 홈플러스…자산유동화에도 재무안정성 악화
이지스·유경PSG자산운용에 각각 3000억대 규모 점포 매각
유통업황 둔화로 현금흐름 당분간 좋지 않을 듯
공개 2020-03-11 09:10:00
[IB토마토 윤준영 기자] 홈플러스가 세일즈앤리스백(매각 후 임대)으로 자산 유동화에 나서고 있지만 재무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황 둔화로 현금흐름 규모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재무안정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홈플러스는 유경PSG자산운용에 약 3003억원 규모로 홈플러스 울산점, 구미광평점, 시화점 등 세 곳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8월 홈플러스의 인천 인하점, 대전 문화점, 전주 완산점을 이지스자산운용에 3150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6개월여 만에 다시 자금 융통에 나선 셈이다.  
 
다만 홈플러스가 지난해 홈플러스리츠 상장을 통해 단번에 조달하기로 계획했던 자금 규모가 2조원을 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매입대금으로 조달한 금액은 기존에 계획했던 수준을 한참 밑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지난해 롯데쇼핑(023530)이나 이마트(139480)와 달리 리츠 상장에 실패한 것은 아무래도 최대주주가 사모펀드인 만큼 사업 지속성에 의구심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여러 점포자산을 나누어 판매하는 방식으로 자금 융통에 나선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우선 홈플러스로서는 갚아야 하는 차입금 규모가 많은 점이 부담일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로서는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자금조달을 통해 차입금 규모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홈플러스는 2015년 MBK파트너스에 인수되면서 인수금융 차입금 4조3000억원을 떠안게 됐다. 4년이 지난 2019년 말 기준으로는 여전히 2조1500억원에 이르는 차입금이 남아있다. 2019년 10월 2조1500억원의 차입금 잔액을 차환(만기연장)했지만 금리 조건이 종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부담이 큰 상황이다. 
 
문제는 유통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홈플러스의 고정비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향후 현금흐름이 개선될 여지가 낮은 상황에서 차입금에 따른 재무적 불안정성은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배인해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홈플러스가 투자 축소, 자산 매각을 통한 차입금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재무안정성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경쟁 범위가 확대되고 경쟁 강도가 강화되는 데다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고정비 부담이 커져 영업수익성 및 현금흐름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홈플러스는 연결 기준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조정순차입금이 8.5배로 2019년 2월 6.4배보다 증가했다. 회계 기준 변경에 따른 리스부채 요소를 제외하더라도 여전히 8.1배의 수치를 나타냈다. 
 
 
 
특히 이번 유경PSG자산운용이 공모한 부동산펀드가 흥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홈플러스가 향후 추가 자산 매각을 통해 순탄하게 자금조달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어졌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해 8월 이지스자산운용이 판매했던 홈플러스 점포 자산을 기초로 한 부동산펀드가 예정됐던 공모금액 1173억원을 모두 마련했던 것과 달리 이번 부동산펀드는 유경PSG자산운용이 설정한 공모금액 가운데 100억원이 조금 넘는 규모가 미달돼 고유자금이 투입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모 시기나 구성된 점포 자산의 특성에 따라 공모 흥행 여부가 결정된다”라며 “유통업황 둔화가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될 여지가 없어 상황 변화가 생기면 (홈플러스로서는) 부득이하게 공모 외에 사모펀드 형태로 자금 유동화를 진행하게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에 더해 지난해부터 이어진 유통업황 둔화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이 일시적인 영향일 뿐, 홈플러스가 향후 추가로 점포 자산을 유동화할 때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이지스자산운용이 홈플러스 점포 관련 부동산펀드를 출시할 당시와 비교해보면 유통업황 전망에 급격한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은 낮은 만큼 이번 유경PSG자산운용의 공모 미달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매유통업황이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있다는 전망은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공통된 시각”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유통매장의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적인 측면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공모펀드의 투심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