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한화생명(088350)이 올해도 의미 있는 개선을 이루긴 힘들 전망이다. 다른 보험사에 비해 저금리 타격을 많이 받는 구조인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하락, 코로나19 확산 등에 따른 경기 침체로 인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고객과의 보험계약 보장 또는 만기 시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고객이 낸 보험료를 채권, 주식 등에 투자한다. 운용을 잘 해 수익을 내야 손실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이에 주로 안정적인 국고채 중심으로 투자를 한다.
한화생명 운용자산 포트폴리오 및 장기채 비중. 출처/한화생명
한화생명 역시 전체 운용자산 중 42%를 국내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문제는 저금리 기조 지속으로 수익성이 낮아진 데 있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자본차익을 얻기 위해 채권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이는 채권금리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 영향으로 한화생명의 자산운용능력을 보여주는 운용자산이익률은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 2014년 5.2%를 기록하던 운용자산이익률은 기준금리 연 2% 대가 무너진 2015년 4.45%로 떨어졌다. 2016~2019년 기준금리는 1.25~1.75% 사이에서 움직였고 한화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2016년 4.08%, 2017년 3.86%, 2018년 3.7%, 2019년 3.45%로 꾸준히 하락했다.
올해 기준금리는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3일(현재시간)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0.5%p 전격 인하하면서 한국은행도 조만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졌다.
미국 금리 인하에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급락했다. 4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일 대비 0.081%p 하락한 연 1.029%를 기록했고 5년물과 1년물은 각각 0.082%p, 0.079%p 떨어진 연 1.116%, 연 1.038 %로 마감했다. 10년물 금리는 연 1.304%로 0.067%p 하락했으며 30년물은 각각 0.47%p, 0.05%p 하락한 연 1.385%, 연 1.389%를 기록했다. 1·3·5년물 금리는 모두 역대 최저치이다.
운용자산이익률 하락이 더 치명적인 것은 한화생명의 고금리·확정금리형·저축성 상품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예전에 판매한 보험일수록 높은 금리와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확정금리형 상품이 많은데 한화생명은 1946년 설립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보험사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화생명의 확정금리상품 비중은 57.9%로 생명보험사 중 가장 높았다.
물론 금리확정형 상품의 만기도래와 변동형 상품 비중 증가로 부담금리는 2016년 4.79%, 2017년 4.75%, 2018년 4.65%, 2019년 4.51%로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운용수익이 더 크게 하락하면서 역마진은 확대되고 있다. 실제 운용자산이익률과 부담 금리의 차이는 2016년 -0.71%p, 2017년 -0.89%p, 2018년 -0.95%p로 점차 커졌고 지난해에는 -1.06%p로 차이가 1%p를 넘어섰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저금리 환경이 장기화되면서 근본적인 내재 가치가 하향 될 수밖에 없다”라고 평가했다.
한화생명 책임준비금 및 부담금리, 듀레이션 추이. 출처/한화생명
더구나 자산 듀레이션(투자자금의 평균회수기간)과 부채 듀레이션이 확대되는 점도 운용자산이익률에 부정적이다.
지난해 기준 한화생명의 자산 듀레이션은 8.37년, 부채 듀레이션은 10.59년이다. 듀레이션 갭은 2017년 0.42년, 2018년 0.83년, 2019년 1.43년으로 점차 커지고 있다. 부채 평균만기가 자산 평균만기보다 길면 금리 하락 시 자산 가치가 감소할 위험이 있다. 기준금리 인하가 우세한 상황에서 듀레이션 갭 확대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화생명은 올해 장기채 투자를 늘려 자산 듀레이션을 9.2년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장기채는 저금리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비중이 확대될 경우 운용자산이익률 하락 속도를 가속화 시킬 수 있다. 이는 역마진 폭을 키워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와 관련 한화생명은 “쉽지 않은 상황인 건 분명하다”라며 “수익률을 크게 저하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체투자 등을 적극적으로 고민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