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도 못 막나…늪으로 빠져드는 에코마이스터
올해 하반기까지 330억 갚아야…회사 측 "계획 있다"
공개 2020-03-05 09:2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슬래그 처리 및 철도차량 차륜가공 기기를 제조하는 에코마이스터(064510)가 3억원에 대한 연체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7억원을 추가 연체하며 유동성 위험이 현실화됐다. 올해 하반기까지 300억원이 넘는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므로, 외부 자금조달이 시급한 상황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에코마이스터는 우리은행으로부터 조달한 차입금 7억원에 대한 추가 연체 사실이 확인됐다. 연체기산일은 2월15일이다.
 
신용평가사 등이 우려하던 유동성 저하가 뚜렷한 상황인 셈이다. 지난 2월4일, 에코마이스터는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조달한 차입금 3억원 상환을 연체했고 아직도 갚지 못하고 있다. 에코마이스터는 지난해 산업은행 대출상환을 연기 및 대환한 바 있다.
 
현금 곳간이 말라버린 탓이다. 에코마이스터의 2019년 3분기 연결 기준 실질 현금성자산은 5억6000억원에 불과하다. 현금성자산 중 4억원 내외는 담보로 잡혔으므로, 사실상 보유 현금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금창출력 대비 차입금 부담이 과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에코마이스터의 최근 5년 평균(2015~2019.3Q) 상각전영업이익(EBITDA)/금융비용 지표는 0.3배를 기록했다. 즉, 영업이익에서 감가상각 등을 더한 실질 현금창출력이 이자비용과 거의 맞먹었던 셈이다.
 
에코마이스터는 대규모 투자 등을 위해 외부차입금을 크게 늘려왔고, 그 결과 2015년 총차입금은 551억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실적은 동 시기부터 급감했다.
 
에코마이스터의 2019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15년 대비 반토막 난 187억원을 기록했다. 과거 매출의 60~70%를 차지하던 환경사업 부문에서의 SAP 판매 부진 등이 지속된 탓이다. 물론 철도사업 부문 수주가 늘어났지만, 과거 실적을 회복하기는 다소 부족했다.
 
에코마이스터가 올해 9월까지 갚아야 할 차입금은 329억원에 이른다. 외부 자금조달이 시급한 상황이다. 은행 등을 이용한 돌려막기를 고려해 볼 수 있겠지만, 일단 두 차례 상환을 연체했으므로 1금융권에서의 차입은 과거 대비 극히 어려울 수 있다.
 
담보여력도 충분치 못하다. 현재 에코마이스터는 장부가 267억원의 토지·건물 등을 은행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유·무형자산 규모의 80% 내외다. 담보인정비율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제공할 담보가 거의 없는 셈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1금융권에서 연체가 한 번 발생한 것과 두 번 발생한 것은 의미가 아예 다르다”라며 “외부자금조달 실현 가능성이나 시기가 매우 불확실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천광역시 서구에 있는 에코마이스터 본사 건물. 사진/네이버 지도
 
결국 에코마이스터는 1금융권 외의 자금조달을 고민해 볼 수 있다. 대표적 조달루트로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혹은 이자율을 높이 붙인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파생부채 발행 등이 있다. 어느 쪽이든 투자자 설득이 우선이다. 다만, 이 경우 신용등급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현재 에코마이스터의 유효신용등급은 최하단 수준인 CC/하향검토다. 공신력 있는 기관의 평가 내용이 외부에 알려진 만큼, 부정적 여파는 더 클 수 있다.
 
유증이나 파생부채가 발행될 경우, 오상윤 에코마이스터 대표이사의 경영권은 현재보다 불안해질 수 있다. 현재 오 대표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11.7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해당 지분율은 더욱 희석될 전망이다. 최근 다수 증권사가 보유 중인 제5회 전환사채 중 20만주 분량의 전환권 청구가 행사됐기 때문이다.
 
에코마이스터는 “다 계획이 있다”라는 입장이다. 일단은 글로벌 철강업체 발레(Vale)로부터 105만달러를 수금한 다음, 이를 이용해 10억원을 상환할 예정이다. 해당 수금은 한 달 가량 연체되고 있다.
 
에코마이스터 관계자는 “절차상 문제로 수금이 지연됐지만 이번 주 안으로 완료하고 연체된 차입금을 상환할 것”이라며 “이후의 자금조달도 다 계획이 돼 있지만, 관련 공시가 나간 것도 아니므로 현시점에서 외부에 선제적으로 알리기는 어렵다”라고 답했다.
 
한편, 한국신용평가는 이날 에코마이스터 신용등급을 B-/하향검토에서 CC/하향검토로 두 단계 내렸다. CC 등급은 ‘상위등급에 비하여 불안요소가 더욱 크다’는 의미다. 한신평에 따르면, 바로 윗 등급인 CCC등급의 평균 누적부도율은 20%가량 된다.
 
한신평은 “에코마이스터의 취약한 자체 현금창출력과 연이은 차입금 연체 등을 감안할 때 유동성 위험이 현저히 확대됐다고 판단한다”라며 “자금 흐름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추가적으로 등급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