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악재투성이…CJ CGV, 코로나19·규제·터키법인 '삼중고'
코로나19·대기업 규제…수익 타격 불가피
현실로 다가온 터키법인 TRS 손실
공개 2020-03-06 09:1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CJ CGV(079160)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영업 타격부터 정부의 대기업 규제안 도입 논의, 터키법인 관련 평가손실과 손상차손 반영 등의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 1분기 수익성 하락은 확정적이며 덩달아 재무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CJ CGV는 중국 각 지방정부의 영업중단 요청에 따라 지난 1월24일부터 중국 내 모든 CGV 극장의 영업을 중지했다. 지난해 기준 중국에서 141개의 극장과 1116개의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는데 전년보다 각각 25.2%, 25.3% 증가했다. 이로 인해 매출은 1년 전보다 13.7% 늘어난 4062억원, 영업이익은 20.5% 증가한 241억원을 기록했다.
 
분기별로 보면 작년 1분기 매출 1099억원, 영업이익 118억원을 거뒀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영업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급격한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더구나 지난해 기준 CJ CGV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0.9%, 19.6%에 달했다. 중국 시장의 부진이 전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CJ CGV 중국법인 현황. 출처/CJ CGV
 
국내 시장도 문제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지 않고 있다. 올해 1월 관객 수는 1684만3696명으로 매출액은 1437억원이었다. 하지만 2월 들어 관객 수는 735만8686명, 매출액은 622억원에 그쳤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관객 수는 67%가, 매출은 67.3%가 급감했다. 3월의 시작도 좋지 않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주말 관객은 37만4994명으로 직전 주말보다 25.8% 줄었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하자 CJ CGV는 지난달 28일부터 대구지역 직영 7개, 위탁 2개 지점의 영업을 일시 중단했다.
 
CJ CGV는 전체 매출의 약 65% 정도를 티켓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다. 영화 관객 수 감소가 지속되자 증권업계는 CJ CGV의 1분기 실적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놓았다. 미래에셋대우(006800)삼성증권(016360)은 리포트를 통해 올 1분기 CJ CGV가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박정엽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국내와 중국 시장이 타격을 입고 있다”라며 “임대료 감면과 배상 등 조치를 검토 중이나 영업 재개 시점 예측이 어려워 보수적인 실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분석했다.
 
스크린상한제 등 대기업의 독과점을 막기 위한 제도 도입 논의도 CJ CGV에게는 부정적이다.
 
스크린상한제는 영화 상영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특정 영화에 일정 비율 이상 스크린을 배정하지 못하는 제도이다. 관련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시행 의지를 밝힌 만큼, 도입은 확실시돼 보인다.
 
극장 입장에서는 인기 영화의 상영관이 줄어드는 효과로 인해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CJ CGV, 롯데컬처웍스(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국내 연간 극장 입장료 매출의 97%를 점유하고 있으며 이중 절반가량을 CJ CGV가 차지하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인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세 완화로 영화 관람 수요가 어느 정도 회복된다고 해도 대기업 규제 제도 등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면서 재무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CJ CGV는 국내외 사업 확장에 따른 설비투자와 지분출자로 인해 외부차입이 확대돼왔다. 2019년 CJ CGV의 부채비율은 642.9%, 차입금의존도 138.3%, 순차입금 비율 80.1%다. 터키, 중국 및 동남아 등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왔으며 4DX 사업 확대, 국내 기존 상영관의 리모델링 및 신규점 출점 등 국내에서도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를 진행해왔다.
 
이 같은 투자는 사업기반 강화로 추후 영업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수익성 감소로 인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CJ CGV 연결기준 재무상태. 출처/CJ CGV
 
특히 터키법인 관련 총수익스와프(TRS) 평가손실은 부담이다. CJ CGV는 지난 2016년 6월 터키 최대 영화 사업자 마르스(MARS)를 인수하면서 당시 재무적투자자(FI)와 TRS 계약을 맺었다. 터키법인이 부진한 실적을 낼 경우 계약 만료 시점에 맞춰 FI에 차액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2018년 터키의 경제 위기로 인해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는 악재가 발생했고 CJ CGV는 지난해 말까지 3045억원을 TRS 평가손실로 잡았다. 아직까지는 실질적인 현금 흐름이 동반되지 않았지만 계약 만기일인 2021년 4월4일, 누적된 평가손실이 존재한다면 그 손실을 현금으로 보장해 줘야 한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1년간 영업 상황에 따라 규모는 달라질 수 있으나 손실 발생은 유력하다”라며 “실제 현금 유출이 발생할 시점이 1년 앞으로 다가와 추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터키, 브라질, 인도 등 경제 신흥국은 올해 경기 회복의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터키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G20 국가 중 4번째로 높은 2.7%로 예상하기도 하는 등 터키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CJ CGV 관계자는 “터키 리라화는 지난 2018년 최저점을 찍은 후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모양새”라며 “터키의 정치가 안정화되고 경제가 어느 정도 활력을 띄게 되면 터키법인의 불안정한 리스크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