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400%' 심텍, 900억 유증 완료 후는?
업황 부진→현금창출력 위축…영업현금 80% 감소
증권업계 “올해 반도체 호황 유력”
공개 2020-03-05 09:1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반도체 기판 제조업체 심텍이 400%가 넘는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업황 악화에 부진한 성적표를 낸 심텍은 현금창출력이 크게 떨어지는 등 재무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였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심텍의 금번 유상증자가 전방산업군 업황 회복에 의한 실적 턴어라운드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도 해석하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심텍(222800)은 91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재무구조 개선이 주 목적이다. 심텍은 금번 유상증자로 조달할 자금 중 673억원을 차입금 축소 목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일단 300억원을 신한금융투자로부터 조달한 연 5% 금리의 사모채 상환에 투입하고, 남은 373억원으로는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조달한 운전자금 대출을 상환할 계획이다.
 
최근 심텍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탓이다. 심텍의 2019년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전년 대비 161%포인트 오른 440%를 기록했다.
 
부채비율 확대는 차입금 증가에서 비롯됐다. 반도체용 회로기판 제조업체인 심텍은 글로벌 수요대응 및 격차 유지 등을 위해, 연결 기준 500억원 내외의 자본적지출(CAPEX)을 매년 유지해왔다.
 
2018년에는 유형자산 취득에 1000억원 내외를 투입했다. 충북 청주공장 MSAP 생산능력(capa) 확대 등을 위해서다. 또한 심텍은 2019년 3분기 기준으로도 직전연도 동 기간과 맞먹는 규모의 현금을 유형자산 취득 목적으로 사용했다.
 
심텍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전방산업군 업황 부진에 따른 수익성 감소에서 비롯됐다. 실제 심텍의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한 91억원을 기록했다.
 
심텍의 전방산업군인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은 관련 수요 급증을 예측하며 거액의 투자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 IDC기업 투자 축소 등의 영향으로 2018~2019년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지 못해 공급과잉 심화가 유발됐다. 그 결과, 전방산업군 재고조정이 진행됐고, 심텍과 같은 기판 제조 업체 등에 대한 실적도 줄었다.
 
심텍 매출의 85%는 메모리반도체 기판에서, 나머지 15%는 비메모리반도체 기판에서 비롯된다. 특히 심텍의 전체 매출 중 70% 내외가 반도체용 패키지 회로기판(패키징 섭셋, Package Substrate)에서 창출된다. 패키지 회로기판은 반도체 칩-기판 사이 신호전달 역할을 맡는 부품으로, 나노 단위로 미세화 된 반도체 칩과 그보다 두꺼운 기판 회로 칩의 차이를 완충시켜 반도체 성능을 극대화한다.
 
특히 심텍은 패키지 회로기판 중에서도 한 개의 패키지 안에 D램, NAND메모리 등 다수의 메모리 칩을 쌓아올려 성능 및 면적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인 멀티칩패키지(MCP)용 기판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패키징 섭셋 매출의 60%가 MCP에서 비롯된다.
 
MCP메모리는 성능효율 대비 크기가 작아 스마트폰 등에 주로 이용된다. 즉, 미-중 무역분쟁 영향 등에 따른 스마트폰 수요 감소 직격탄을 맞게 된 셈이다. 여기에 심텍의 자회사인 이스턴(Eastern) 실적도 가상화폐 채굴기 수요 감소 영향 등으로 부진했다. 즉, 전방산업 악화→수익성 저하→현금창출력 압박→차입부담 증가 흐름이 만들어진 셈이다.
 
중국 시안에 있는 심텍 공장. 사진/심텍 홍보영상
 
심텍은 금번 유상증자의 성공적 마무리를 통해 연결 기준 부채비율을 269%까지 낮출 예정이다. 더불어 증권업계는 심텍이 유증자금 외에 영업현금흐름을 추가 활용해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출 것으로도 전망하고 있다. 스마트폰 수요회복 및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수요-공급 조절로 올해 업황 회복이 예상된다는 분석에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모든 기판 공급업체들이 올해 호황을 언급하고 있다”면서 “금번 유상증자 역시 기판 산업의 업황 턴어라운드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텍도 “올해 5G에 따른 스마트폰 교체주기 회복 등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 회복이 전망된다”라며 “패키징 섭셋 수요도 증가할 것으며, 공급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도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심텍은 채무상환을 제외하고 남은 유증자금 250억원은 심텍의 주력 제품 생산에 반드시 요구되는 한 미세회로공정(MSAP)에 투자해, 해당 부문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20%가량 늘릴 예정이다.
 
MSAP는 미세회로 구현에 필수적인 공정으로, 심텍의 주력 사업인 MCP 패키징 섭셋은 물론, 시스템반도체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에 투입되는 ‘플립칩-칩스케일패키지(FC-CSP)’ 기판 등에도 이용된다.
 
심텍은 “주요 전방시장인 반도체 고객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한 MSAP 공정의 지속적인 생산능력 확대가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신규 기계장치를 증설해 수주 대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