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못 갚아 신용등급 'CCC'…진퇴양난에 빠진 에코마이스터
추가 연체 가능성도 점쳐지는 중…올해 9월까지 329억원 갚아야
공개 2020-02-27 09:3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남북경협 철도주'로 분류돼 투심을 사로잡던 에코마이스터가 은행 빚 3억원을 갚지 못해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악재를 맞았다. 현금창출력이 크게 저하된 중에 수금 계획이 뒤틀린 탓이다. 일단 에코마이스터는 연체된 차입금을 이번 주까지 상환할 계획이지만, 이후 추가적인 연체가 발생하면 은행의 판단에 따라 신용평가사도 등급을 부도 수준으로 재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26일 신용평가사 등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에코마이스터(064510)의 무보증신주인수권부사채(BW)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이 하락했다.
 
일단 한국기업평가(034950)는 에코마이스터의 BW 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1단계 낮췄다. CCC등급은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로, 한기평 누적통계로 산출된 3년 평균 누적부도율은 15%에 이른다. 반면, 한국신용평가는 다소 조심스럽게 접근해 기존의 B- 등급을 유지하고 대신 하향조정 관찰대상으로 등록했다.
 
에코마이스터가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조달한 차입금 3억원 상환을 연체한 사실이 확인됐고, 신평사는 회사 측의 차입상환 및 이자지급 능력이 크게 저하됐다고 판단해 에코마이스터 등급 및 아웃룩을 내리게 됐다. 연체기산일은 2월4일이다.
 
수금계획이 꼬인 탓이다. 에코마이스터는 올해 2월 중에 ‘PT Vale’로부터 약 105만달러를 받기로 했으나, 해당 지급이 늦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산업은행 차입금을 갚지 못하게 됐다.
 
근본적으로는 현금창출력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한때 에코마이스터의 매출 80% 내외를 차지하던 슬래그 사업의 전체 매출 규모가 줄어 고정비 부담이 높아졌고, 그 결과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졌다. 에코마이스터의 2018년 슬래그 사업 매출액은 직전연도 대비 23%, 2014년도 대비 67% 감소했다. 물론 2019년 실적은 회복세를 보였지만, 과거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슬래그는 철광석에서 철 등을 분리하고 남은 찌꺼기를 말한다. 슬래그를 재활용해서 친환경 시멘트 소재 등을 만들 수 있다. 비유하자면, 두부 찌꺼기인 비지를 이용해 비지찌개 등을 만드는 것과 유사하다.
 
에코마이스터는 슬래그를 녹인 다음 미세한 액체방울로 분리하고 급랭시키는 고유 기술 ‘SAT’를 활용해 슬래그를 처리해주고, 슬래그 재활용 제품인 슬래그 볼(PS Ball)을 자체 제조하며, 나아가 SAT를 적용한 설비 ‘SAP’도 판매해 매출을 내고 있다.
 
일단 에코마이스터 과거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했던 SAP 판매가 크게 부진하다. SAP 판매 매출은 2015년 207억원을 기록했지만, 2018년에는 2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더불어 인도 철강사와 공동투자한 EBI(Ecomaister Beads India)의 사업 부진 등으로 매출채권과 대여금에 대한 대손이 크게 잡혀 결과적으로 대손상각비가 발생해 영업이익이 짓눌렸다.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에코마이스터 매출채권·대여금 등에 설정된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53%에 이른다. 즉, 보수적 회계 관점에서 절반 이상의 매출채권에 대한 자금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된 셈이다.
 
철도사업 부문은 매출 변동성이 크다. 에코마이스터는 국내 유일의 차륜가공 및 정비기계 제조업체이지만, 해당 제품의 매출처가 한국철도공사, 서울교통공사, 포스코건설, 코오롱글로벌(003070) 등으로 제한돼있는 만큼 수입제품과의 경쟁에 취약한 면도 있다. 실제 에코마이스터의 2017년도 철도사업 매출은 직전연도 대비 9% 증가했지만, 이듬해인 2018년도에는 전년대비 60% 감소한 37억원을 기록했다. 제반 이유로 에코마이스터의 현금흐름은 2018년부터 재차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에코마이스터의 CNC 차륜선반(철도차량의 차륜의 형상을 복원하는 가공기계). 사진/에코마이스터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재무제표를 참조하면, 에코마이스터가 올해 9월까지 갚아야 할 차입금은 전체 차입금의 75% 수준인 329억원에 이른다. 즉, 차환 및 이자비용 지급 등을 위해 외부로부터 자금을 시급히 조달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다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일단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이 6억원가량에 불과하다. 게다가 에코마이스터는 은행차입금에 대해 토지·기계장비 같은 유형자산과 무형자산 80% 내외를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즉, 제공할 담보가 거의 없으므로, CB·BW 등 파생부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는 이상 추가적인 차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결국 에코마이스터는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을 회복해 상환 압박에 대응해야 한다. 일단 추이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에코마이스터의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전년 동기 대비 91억원가량 상승한 마이너스(-) 2억원을 기록하며 회복 시그널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철도공사로부터 매출이 잡혀 동 기간 매출액이 32% 증가한 146억원을 기록한 덕분이다. 다만, 슬래그 사업에서는 악재가 발생했다. 슬래그처리비 단가조정 과정에서 주요 매출처인 세아베스틸(001430)과의 거래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에코마이스터 관계자는 “받아야 될 채권회수가 늦어져서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다”라며 “연체된 3억원은 이번 주 말까지 상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차입금 연체 등으로 하락한 신용도는 연체금을 상환해도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BW 신용등급은 기업 신용도와 동일하므로, 극적인 수익성 반등이 없다면 에코마이스터의 유효신용등급은 해당 사채등급 만료 전까지 CCC를 유지하게 되는 셈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금번 연체금 상환이 완료돼도 신용등급은 상향되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연체가 발생하면 오히려 등급 하락을 검토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결국 신평사는 은행의 움직임을 보고 등급 재평정에 나서게 될 텐데, 추가적인 연체가 발생해 은행 측이 부도 결정을 내게 되면 우리도 최하 등급인 D를 부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통상적으로 은행은 차입금 상환이 3개월 이상 지연됐을 때 부도(Default) 처리를 검토한다”라고 덧붙였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