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시그널
에코마이스터 등급 스플릿…'3억원' 놓고 온도차
한신평 B-/부정적 평정…한기평은 CCC/부정적
공개 2020-02-26 16:45: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코스닥 상장사 에코마이스터(064510)가 못 갚은 은행 빚 3억원에 대해, 신용평가사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냈다. 시점에 따라 상환능력의 해석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만, 신평사들은 에코마이스터의 근본적인 현금창출력이 저하됐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26일 한국신용평가는 코스닥 상장사 에코마이스터의 무보증신주인수권부사채(BW) 신용등급을 B-로 유지하며, 대신 하향 검토 관찰대상(watchlist)에 등록했다. 관찰대상은 등급 변동 요인이 발생해 감시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며, 등급의 잠재적 변동 가능성을 알리는 전망(Outlook)과는 다르다.
  
올해 2월4일을 기산일로, 에코마이스터가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조달한 차입금 3억원 상환을 연체한 사실이 확인된 탓이다.
 
한국신용평가는 “금번 하향 검토 등록은 에코마이스터의 영업적자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은행차입금 연체가 발생해 유동성 위험이 확대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기업평가(034950)는 에코마이스터의 BW 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재평가하고, 동시에 부정적 검토 관찰대상에 등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에코마이스터의 금융기관 차입금 일부가 연체되는 등 유동성 리스크가 현실화된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말했다.
 
두 신평사 간의 평정 온도 차이는 시야 차이에서 비롯된다. 에코마이스터가 차입금 상환을 연체한 것은 맞지만, 한신평은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해 ‘현시점에서’ 봤을 때 유동성 위험이 확대된 수준에 그친 것으로 봤다. 실제 에코마이스터는 연체된 3억원을 이번 주 말까지 상환할 계획이다. 반면, 한기평은 선제적으로 접근해 3억원 연체는 유동성 위험의 현실화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바라봤다. 물론 평정 기조에 옳고 그름은 없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한신평 역시 등급 강등을 고려했겠지만 연체금액이 3억원에 불과해 상환 가능성이 높고, 회사 측의 자금 유입 계획 등을 검토했을 때 당장 등급을 내릴 정도는 아닌 수준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코마이스터 슬래그장비가 가동되는 모습. 사진/에코마이스터
 
다만, 두 신용평가사는 에코마이스터의 근본적인 유동성 문제를 공통으로 지적하고 있다. 에코마이스터의 자체적인 잉여현금으로는 차입금을 상환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에코마이스터의 총차입금은 436억원 가량 되지만, 잉여현금흐름(FCF)은 2018년부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일단 에코마이스터의 실적이 저하 추세에 있다. 에코마이스터 사업 포트폴리오는 슬러그 처리 등 환경사업과 철도사업으로 나뉜다. 두 사업 모두 실적 변동성이 높지만, 대체로 매출 비중이 6:4~7: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에코마이스터의 2018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직전연도 대비 40% 감소한 147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2019년 매출은 회복세를 보였지만, 과거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특히 에코마이스터는 고질적인 채권 회수 지연 문제를 겪고 있다. 2013년 인도 철강유통업체와 5:5로 출자한 EBI(Ecomaister Beads India) 사업부가 철강산업 악화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에코마이스터의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대손율은 53%에 이른다. 보수적 관점에서, 절반 이상의 매출채권에 대한 회수가 어렵다는 의미다. 이는 손익계산서에 대손상각으로 잡혀 영업이익도 압박했다.
 
에코마이스터 상환 부담은 점증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단기차입금의존도는 42%를 기록하고 있다. 즉, 에코마이스터가 올해 9월까지 갚아야 할 돈이 전체 자산의 42%인 329억원이라는 의미다. 전체 차입금의 75% 수준이다. 에코마이스터는 이미 유·무형자산의 거의 대부분을 담보로 제공했으므로, 상환에 대응하려면 자체 현금창출력을 늘리거나 혹은 CB, BW 등의 파생 부채를 발행해야 한다. 이 경우 주가가 핵심포인트가 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추가적인 연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라며 “현금흐름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기 때문에 회사의 유동성 확보 계획 자료를 검토하고 재평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도 “상환이 연체된 것은 맞기 때문에 상향 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에코마이스터의 상환 계획에 따라 등급을 재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