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쓸데 없어서 그러나"…엔에프씨, 공모자금 전액 빚 갚는다
차입 이자비용 낮고 연장도 가능해
경영방침 및 상장 지연 등의 영향
공개 2020-02-27 09:2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화장품 소재 기업 엔에프씨가 기업공개(IPO) 공모자금을 모두 빚 갚는데 사용한다. 이자비용이 크지 않고 차입금 연장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므로, 시장 참여자들은 엔에프씨가 구태여 상환을 택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엔에프씨(NFC)는 200억원 내외의 공모자금 전액을 차입금 상환에 투입할 예정이다.
 
엔에프씨의 총차입금 규모는 240억원 내외다. 해당 차입금은 본사 사옥신축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및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사업 진출을 위한 2공장 건설 등에 투입됐다.
 
엔에프씨의 차입금의존도는 47% 내외로 높지만, 차입 배경을 고려하면 급히 상환에 나설 이유도 없는 분위기다. 상환 예정된 차입금의 절반가량은 만기일이 내년 이후로 잡혀있으며, 올해 만기가 오는 나머지 반의 차입금도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중소기업시설자금대출 등을 통해 조달됐으므로 만기 연장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이자비용도 감당할 만한 수준이다. 엔에프씨의 2019년 3분기 연결 기준 이자비용은 약 2억원을 기록했다. 물론 엔에프씨는 8% 보장수익률의 전환상환우선주(RCPS) 50억원을 발행했지만, 일단 상환청구 이전의 RCPS 이자는 부채에 반영되므로 당장의 손익을 압박하지는 않는다.
 
실제 이자비용의 압박은 적었다. 엔에프씨의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약 22억원이다. 창출된 현금에서 이자비용이 차감된 수치다. 더불어, 당기순이익에 미치는 영향도 적었다. 오히려 엔에프씨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 의한 외환차익으로 동 기간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을 영업이익보다 높게 냈다.
 
엔에프씨 관계자는 “은행의 차입금 상환 압박은 전혀 없었으며 오히려 지금 갚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정도였다”라며 “이자율도 매우 낮아 굳이 상환할 이유가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엔지니어 출신이신 대표이사의 경영철학으로 이해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꼬여버린 상장 일정도 다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본래 엔에프씨는 2016년에 주관사인 삼성증권(016360)과 기업공개(IPO) 킥오프 미팅을 하고, 이듬해 상장을 마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17년 사드(THAAD) 배치로 인해 중국과의 마찰이 심화됐고, 엔에프씨는 흥행 부진을 우려해 상장을 잠정 연기했다.
 
상장 지연 기간 동안 엔에프씨는 차입 등을 통해 OEM/ODM 사업 확장을 자체적으로 준비해왔다. 제반 준비는 일단락된 상태며, 2공장은 올해 2분기 가동될 예정이다. 즉, 현재 엔에프씨는 성장 발판을 어느 정도 마련한 상황이며, 달리 말하면 이는 현시점에서 공모자금 활용처를 찾지 못했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인천광역시 연수구에 있는 엔에프씨 본사 건물. 사진/엔에프씨
 
향후 엔에프씨는 OEM/ODM 사업을 통해 외형을 키울 계획이다. 엔에프씨 매출 80% 이상이 창출되는 화장품 원료 사업은 영업이익률이 높지만, 상품 대비 단가가 낮아 매출 규모 등 몸집을 불리기에는 다소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엔에프씨는 중기적으로 ODM/OEM 매출 비중을 60%까지 늘릴 예정이다.
 
특히 엔에프씨는 동종업계 선두 기업의 ODM/OEM 부문 투자 확대에 맞서기 위해 ‘소품종’에 집중,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즉, 자사가 생산하고 있는 화장품 소재 중심의 OEM/ODM 수주전략을 구사해 가격과 품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매출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엔에프씨의 소재 부문 매출 비중은 보습제가 약 45%를 점유하고 있으며, 그 뒤로 유화제가 24%, 자외선차단제가 13%, 피부컨디셔닝이 7%를 차지하고 있다. 일단 엔에프씨는 이들 소재를 활용해 2021년까지 친환경 데오드란트 스틱과 클렌징밤 등을 공급할 계획이다. 다만, 자체 브랜드 생산계획은 아직 없다.
 
엔에프씨 관계자는 “경쟁 강도가 높은 국내 ODM/OEM 시장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하는 방법은 우리의 장점으로 승부하는 것”이라며 “품질 유지를 위해 제2공장이 본격 가동 직후 외주 물량을 전부 회수하고 이를 자체 생산으로 감당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엔에프씨가 발행한 50억원의 전환상환우선주(RCPS)는 상장 이후에 경영참여 권한이 소멸된다. RCPS 규모가 상장 후 지분율의 6.8% 내외에 이르므로, 업계는 엑시트 여부 등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엔에프씨 RCPS 중 20억원에 대해서는 보호예수가 없고, 30억원에 대해서는 1개월의 보호예수가 설정된 상황”이라면서 “구주매출이 없으므로 유통 가능 시점에 따라 엑시트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